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선취골을 넣고 관중 앞에서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기니의 경기에서 한국 이승우가 선취골을 넣고 관중 앞에서 세리모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한국 이승우가 기니 모하메드 알리를 뚫고 첫 골을 넣고 있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한국 이승우가 기니 모하메드 알리를 뚫고 첫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일 오후 8시 전주월드컵경기장은 붉은악마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전남 드래곤즈에서 활약하는 한찬희를 제외하면, 프로 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 대부분인 만큼 굉장히 낯선 환경일 수 있었다. 더군다나 한찬희가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3만7500여 관중의 함성을 등에 업고 나선 경기는 모두가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선수들의 몸은 무거웠다. '미지의 팀' 기니의 전력이 예상보다 강했던 탓도 있겠지만, 신태용호는 자신들의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기니의 강한 전방 압박과 놀라운 개인기를 잇달아 선보인 등 번호 20번 압둘라예 쥘스 케이타의 맹활약에 우리 대표팀은 수비하기 바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조영욱은 상대 수비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에 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고, 측면에 위치한 이승우와 백승호도 공격보다는 수비에 가담하는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신태용호 역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팀이었다. 위기는 있었지만, 집중력을 유지하며 실점을 내주지 않았고, 창의적인 공격 축구로 무려 3골을 뽑아냈다.

    경기 시작 직전,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년들'이란 대형 현수막을 선보인 붉은악마

경기 시작 직전, '우리는 꿈을 꾸는 소년들'이란 대형 현수막을 선보인 붉은악마 ⓒ 이근승


진가 드러낸 '슈퍼스타' 이승우

우리나라는 전반 중반 이후부터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백승호와 이승우의 연계 플레이가 측면에서 상대 수비를 흔들었고,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정태욱의 높이가 빛을 발하면서 팽팽한 흐름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케이타의 놀라운 개인기를 앞세운 기니의 공격에 비해 우리는 무언가 부족했다.

그때 대한민국의 '슈퍼스타' 이승우가 나섰다. 기니 수비진과 미드필드진이 밀집한 공간이었지만, 문제가 되질 않았다. 이승우는 상대를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간결한 드리블에 이어 한 박자 빠른 중거리 슈팅으로 기니의 골문을 열었다. 경기력의 우위를 점하지 못했고, 승리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매우 귀중한 득점이었다.  

이승우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이승우는 전반 막판,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드리블 능력을 뽐내며 기니 수비진을 무너뜨렸고, 조영욱의 득점을 도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골은 인정되지 않았다. 이번 대회부터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 확인 결과, 이승우의 드리블 과정에서 라인을 살짝 넘었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한국 조영욱이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골은 VAR 시스템을 통한 비디오판독 결과 취소됐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한국 조영욱이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이 골은 VAR 시스템을 통한 비디오판독 결과 취소됐다. ⓒ 연합뉴스


    이번 대회부터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으로 인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오심'은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회부터 도입된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으로 인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오심'은 크게 줄 것으로 기대된다. ⓒ 이근승


이승우의 재능이 다시 한 번 범상치 않음을 드러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신태용 감독의 공격 축구는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이번에는 조영욱이었다. 경기 내내 조용하던 조영욱이 중앙선 부근부터 빠르게 치고 들어가며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고, 이것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잠시 뒤 그는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슛으로 연결하며, 기니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이렇듯 조영욱이 중앙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자, 기니의 수비는 더욱 흔들렸다.

조영욱의 활약 덕분에 2선 공격진이 더 많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고, 곧이어 추가골이 터졌다. 후반 31분 이승우의 침투 패스를 교체 투입된 임민혁이 잡아내 슈팅으로 연결하며 추가골을 뽑아냈다. 이승우가 절묘한 패스로 또 한 번 번뜩였고, 임민혁의 침착성과 결정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한국 정태욱의 헤딩이 기니 골키퍼 카마라에게 막히고 있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한국 정태욱의 헤딩이 기니 골키퍼 카마라에게 막히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호의 공격은 멈출 줄 몰랐고, 후반 36분 또 한 골이 추가됐다. 경기 내내 잠잠하던 백승호가 그 주인공이었다. 정태욱의 헤딩 패스를 잡아낸 백승호는 절묘한 칩샷을 통해 기니의 골망을 출렁였다. 단 한 번 찾아온 기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확실하게 드러내며, 바르셀로나에는 이승우만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보여줬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한국 백승호가 팀 세번째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한국 백승호가 팀 세번째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개인을 품은 '신태용호', 그들에게 한계는 없다

이날 우리 대표팀은 개인은 빛났고, 팀은 위대했다. 객관적으로 전반전에 가장 눈에 띄었던 선수는 기니의 케이타였다. 그는 우리 수비수 2~3명을 너무나도 쉽게 제쳐내면서, 볼을 잡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나 그는 이승우나 임민혁, 백승호처럼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는 하나로 똘똘 뭉친 우리 수비진의 힘이었다. 조영욱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했고, 이승우와 백승호는 그 어느 때보다 수비에 힘을 더했다. 특히, 이승우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의 역습을 견제하는 등 개인 능력뿐 아니라 이타심도 빛을 발했다. 이진현과 이상헌 등 중원에 위치한 선수들 역시 수비진과의 간격 유지와 활발한 협력 수비로 무실점 수비에 힘을 보탰다.

특히 빛났던 선수는 195cm의 장신 수비수 정태욱이었다. 정태욱은 좋은 신체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상대 공격을 수차례 막아냈다. 기니의 측면 크로스는 대부분 정태욱의 머리나 발에 걸렸고,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단점은 집중력과 투지로 메웠다. 그는 공격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협적인 헤딩슛을 잇달아 선보였고, 백승호의 세 번째 득점을 돕기도 했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첫 골을 넣은 이승우가 신태용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기니의 경기. 첫 골을 넣은 이승우가 신태용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직 첫 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신태용 감독의 능력 역시 다시 한 번 놀라움을 안겨줬다. 그는 지난해 10월 바레인에서 열린 AFC U-19 챔피언십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했던 팀을 단 6개월 만에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는 팀으로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그는 과거의 지도자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신태용 감독은 개성이 강한 어린 선수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핑크색으로 염색을 하든, 톡톡 튀는 언행으로 인터뷰에 응하든 신태용 체재에서는 문제가 되질 않았다. 다만, 자신이 행동한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책임'이 뒤따랐다. 자율 속에서도 최소한의 규율은 존재했고,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신태용 감독은 어린 선수들을 존중하고,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하면서 강력한 하나의 팀을 만들어냈다. 기니전에서 보여준 수비 조직력과 한때 개인기만 앞세운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승우의 번뜩이는 패스는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었다. 이승우와 백승호, 임민혁 등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이 빛을 발하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제 막 개막전 한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칭찬은 대회가 끝난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이날 경기에서 드러났다시피 빌드업 과정은 좀더 가다듬어야 하며, 패스 성공률도 끌어올려야 한다. 공격적인 수비로 인해 실점 위기를 맞는 모습도 개선이 필요하다.

다만, 친선 경기에서의 연이은 승리로 인해 생길 수 있었던 자만을 경계했고, 만원 관중 속에 치러진 개막전에 대한 부담도 이겨냈다. 상대의 막강한 신체 능력과 공세를 버텨냈고, 공격적인 축구로 무려 3골을 뽑아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전력 차이가 매우 컸던 피지전(8-0)을 제외하면, 우리나라가 국제무대에서 공격 축구를 선보여 완승을 따냈던 기억이 있던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신태용호는 한계를 알 수 없기에, 그에 따른 기대감 역시 숨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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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대한민국 VS 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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