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메인 포스터

▲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메인 포스터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조선 최고의 콤비가 돌아왔다. 지난 2011년 470만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뿌린 <조선명탐정>이 3년 만에 2편을 내놨다. 김석윤 감독부터 김명민과 오달수 등 주연배우들까지 그 모습 그대로 찾아온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여전한 재미에 한 층 커진 몸집을 과시하며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1위에 이름을 올렸다. 3년 전 설 연휴 극장가를 점령했던 1편의 발걸음을 따르는 모양새다.

프랜차이즈 오락물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사실 새로운 영화는 아니다. 창작이라기보다는 변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캐릭터부터 영화의 설정과 전개 등에서 기존의 형사액션물이나 탐정물, 어드벤쳐물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영화는 <형사 가제트> <맥가이버> <셜록홈즈> 같은 탐정물에 <인디아나 존스> 류의 어드벤쳐 물이 적당한 선에서 결합된 전형적인 오락물이라 할 수 있다. 흔한 구성과 설정이지만 조선이라는 특수한 배경과 좋은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를 통해 나름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1편에서 의뢰인과 탐정으로 만났던 김민과 서필은 2편에서는 탐정물의 전형적인 조합 탐정과 조수의 모습으로 재회했다. 관료들의 공납비리를 파헤친 1편보다 스케일을 키운 속편은 일본세력이 연관된 불량 은괴 유통사건의 배후를 쫓는다. 실학이 번성한 정조시대를 배경으로 삼은 작품답게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발명품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실제 역사를 뒤집은 코미디적 요소들도 깨알같은 재미를 준다. 비격진천뢰를 변용한 폭탄과 망원경, 야광물, 무동력 글라이더 등의 신기술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등장해 신선함을 더한다.

꼭 한 영화에 여러 흥행코드가 다 들어가야 하는 걸까?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쫓기는 김민(김명민 분)과 서필(오달수 분)

▲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쫓기는 김민(김명민 분)과 서필(오달수 분)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영화는 불량 은괴 유통을 쫓는 주인공들을 중심으로 미지의 여인 히사코(이연희 분), 주인공들에게 복수하려는 산적떼, 동생을 찾다 위험에 휘말린 아이 등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층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불량 은괴의 유통과정을 파헤쳐 바로잡는다는 단순한 서사에 다층적 구성을 덧입혀 입체감을 주려 한 듯 싶다. 김민과 서필의 콤비 플레이와 깨알같은 코미디 요소들이 제 역할을 다 한다 해도 진부하고 단순한 서사가 식상함을 자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히사코라는 미지의 여인이 주는 긴장감과 산적떼를 동원한 추격 액션, 어린이들이 겪는 비극을 한꺼번에 삽입했다. 최근 한국 대중오락영화가 공통적으로 보이는 경향이다. 한 영화에서 여러 흥행요소를 다루어야 흥행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셜록홈즈>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상대적으로 몇 가지 코드를 선별해 그에 집중했던 반면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이 모두를 비슷한 비중으로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적 변용을 거쳤다고도 볼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는 이 영화의 단점이기도 하다. 영화가 여러 장르적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 사이를 오가는 과정이 매끄럽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가볍고 유쾌한 탐정물에서 시대적 비애가 묻어나는 드라마로 전환하는 몇몇 순간들에선 영화의 감정선이 지나치게 빠르고 투박하여 관객들이 미처 그 감정을 따라가지 못할 듯 싶었다. 가벼운 코믹물에서 드라마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보통의 드라마보다 더욱 깊은 숙고가 있었어야 했는데 아이와 죽음 등의 자극적 소재로 감정을 자극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주역에 비해 악역과 조연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심한 흔적이 적어 보였다. 결말 역시 쉽게 예상 가능했다. 곳곳에 배치된 작은 재미 요소와 주연배우들의 안정된 연기가 바탕이 되고 있긴 하지만 깨어있는 관객들을 사로잡기엔 부족함이 많을 듯하다.

이연희의 제한적 기용 만큼은 성공적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미지의 여인 히사코를 연기한 이연희

▲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미지의 여인 히사코를 연기한 이연희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캐스팅이 확정된 시점부터 이슈가 됐던 이연희는 이제껏 출연한 어떤 영화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석윤 감독은 이연희라는 배우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듯 싶었다. 철저히 제약적인 상황 안에서 예쁜 외모라는 장점을 중점적으로 이연희는 간만에 맡은 바 역할을 다할 수 있었다. 많지 않은 대사와 어렵지 않은 연기상황이 경험 많은 배우에겐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영화의 안전을 위해서는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한다.

점프컷이라고 느껴질 만큼 빠르고 파격적인 편집이 수차례 펼쳐지며 코미디의 효과를 극대화시킨 점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편집이 드라마나 액션씬 등 다른 톤으로 전환될 때에는 오히려 해가 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평이한 오락영화였지만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프랜차이즈 탐정물과 코미디, 드라마 사이를 어수선하게 오갔지만 무엇 하나도 온전히 건져올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조선이라는 특색있는 배경으로 기성 장르영화를 찍어낸다는 것엔 나름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연이 꾸준히 확장되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서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하나의 모범적 전형이 되어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김석윤 김명민 오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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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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