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지밥3D 메인 포스터

▲ 스폰지밥3D 메인 포스터 ⓒ CJ 엔터테인먼트

전 세계가 사랑한 애니메이션 '스폰지밥'이 3D와 실사를 결합한 극장판으로 돌아왔다. 미국 박스오피스는 물론 정식 극장 개봉한 상당수 국가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성적을 올리고 있는 <스폰지밥3D>는 치열했던 설연휴 애니메이션 대전에서도 승자의 자리를 지켜냈다.

디즈니와 마블의 합작 <빅 히어로>를 비롯해 <도라에몽: 스탠 바이 미>, <오즈의 마법사: 돌아온 도로시>, <진격의 거인>, <명탐정 코난: 코난 실종사건- 사상 최악의 이틀> 등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애니메이션이 경쟁한 이번 설 연휴에서 도드라지는 성적을 거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각기 많은 고정 팬들을 보유한 작품들 가운데서 역대 한국 2월 개봉 애니메이션 가운데 최고의 오프닝 기록을 쓴 건 <스폰지밥>이 받고 있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방증한다.

잘 알려진 것처럼 무려 17년 간이나 TV 만화시리즈로 인기를 얻어온 <스폰지밥>의 최대 장점은 독보적인 개그센스다. 흔히 '병맛'이라고도 불리는 특유의 개그코드는 아이들은 물론 성인 관객들의 취향까지 아우르는 시리즈 최고의 매력이었다. <스폰지밥3D>의 상영관에서 어린이 못지 않게 많은 어른 관객들을 찾아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17년 만에 실사와 3D를 장착하고 돌아온 극장판 <스폰지밥>

스폰지밥3D 물 밖으로 나오는 스폰지밥과 친구들

▲ 스폰지밥3D 물 밖으로 나오는 스폰지밥과 친구들 ⓒ CJ 엔터테인먼트


이번에 개봉한 <스폰지밥3D>는 시리즈 최초로 3D 기법을 적용했고, 동시에 할리우드 유명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내세운 실사 애니메이션이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1988년작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의 야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액자식 구성으로 교차하며 종국에는 맞닥뜨리게 한 설정은 이런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 참신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주인공인 스폰지밥과 그 친구들이 실종된 '게살버거'의 제조법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모험을 그린다. 기존 시리즈의 팬들에게 익숙한 집게사장과 플랑크톤, 징징이 등의 캐릭터가 그대로 등장하고 이기심을 극복하고 동료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교훈 역시 선명하다.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는데 게살버거의 비법이 실종되고 혼란에 빠진 비키니 시티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세상으로 나온 주인공들의 모험이 그것이다.

시기심 많은 플랑크톤이 게살버거의 비법을 훔치려는 가운데 이를 막으려는 스폰지밥의 저항이 계속되며 타임머신을 이용해 시간을 여행하고 인간세계로 넘어와 영웅적 활약을 거듭하는 주인공들의 활약이 다채롭게 그려진다. 영화는 여러 에피소드 가운데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 위한 상황을 다수 배치하고 있는데 양에 비해 질이 떨어져 아쉬움이 크다. 개그코드들은 단편적인 상황에 의존하고 있으며 특유의 병맛도 거의 살아나지 못해 실망스럽다. 지난 17년 간 지속해 온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재미없는 에피소드보다도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병맛개그가 없는 스폰지밥도 스폰지밥인가?

스폰지밥3D 갈매기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버거수염(안토니오 반데라스 분)

▲ 스폰지밥3D 갈매기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버거수염(안토니오 반데라스 분) ⓒ CJ 엔터테인먼트


꿈과 낭만, 서사의 힘과 에피소드의 재미가 적절히 녹아든 애니메이션이 등장한 지금의 극장가에서 <스폰지밥3D>는 골수팬들의 충성심 말고는 기댈 만한 구석이 없어 보인다. 의리와 팀워크를 강조하는 주제도 그렇고 구성과 전개도 식상하다. 더욱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받았던 개그 마저 실망스런 수준에 머물고 있어 장기 흥행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예고편이 흥미진진했는데 막상 뚜껑을 연 영화를 보고 예고편보다 낫다고 할 만한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성인과 학생 관객들은 물론이고 미취학 아동에게도 잘 먹히지 않는 유머가 90분 넘게 지속된다. 아쉬운 부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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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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