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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여론 수렴을 위해 20일 오후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공청회 <국가보안법, 쟁점과 대안>을 열었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해야할 최후의 보루는 국민 개개인의 인권과 양심의 자유다."
"국가의 안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의 존폐를 두고 벌인 논쟁의 축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7대 국회에 정책 제안을 목적으로 20일 오후 인권위 배움터에서 개최한 공청회인 <국가보안법, 쟁점과 대안>에 모인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국가의 안보'와 '개인의 인권과 양심' 사이에서 팽팽히 국보법 존치론과 폐지론을 폈다.

제성호 교수 "북한의 대남 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형법"

▲ 국보법 존치론을 주장한 제성호 교수.
ⓒ 오마이뉴스 김지은
국보법 존치론자로서 발제를 맡은 제성호 교수(중앙대 법학)는 국보법의 존치를 전제로 부분 개정론을 폈다.

특히 제 교수는 국보법이 북한의 대남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보 형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국보법의 순기능을 바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제 교수는 발제를 통해 "국보법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내외의 기도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우리의 국가이념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보전하기 위한 안보관련 형법"이라며 "우리 사회 내부에 친북 세력의 확산 및 지하당의 구축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한반도의 평화유지에 이바지했다"고 말했다.

또 제 교수는 국보법이 그간 오·남용되어 폐해가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폐지에는 동의 하지 않았다.

제 교수는 "검찰의 임의적 법적용에 따른 인권침해 소지가 여전하다는 점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국보법은 안보와 인권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법익을 감안해 현실에 맞게 일부 개정하되 법의 개폐가 가져올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일태 교수 "모호하고 다의적인 규정으로 인간의 기본권 침해"

반면 허일태 동아대 교수(법학)는 국보법이 가진 형법상의 문제와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점, 현실과의 큰 괴리 등을 문제로 들며 국보법 폐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 국보법 폐지론을 편 허일태 교수.
ⓒ 오마이뉴스 김지은
특히 허 교수는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혀온 국보법 7조(찬양·고무)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허 교수는 "일당독재나 전체주의를 찬양하고 더 나아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명백히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형벌의 제재를 가해야 함에도 국보법은 7조 1항에 명시된 '찬양·고무''동조''구성원''활동''기타의 방법''이롭게 한' 등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이어서 적용시 오히려 헌법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허 교수는 "더욱이 국보법 7조 5항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인 사상과 양심의 자유 등 내심을 처벌하는 대표적 사례"라며 "국보법 적용 사건 중 상당수의 사건들이 학문과 예술, 문학, 심지어 종교에 관련해 피고인의 사상을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국보법은 사상 자유의 통제기능을 주로 하는 법률"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허 교수는 국보법이 변화된 남북관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현실과 유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 교수는 "남북은 1972년 '7·4 공동 성명을 필두로 1991년에는 유엔(UN)에 동시 가입했고 같은 해에는 '남북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정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한 데 이어 2000년에는 6·15 남북공동선언에 합의했다"며 "오늘날의 현실은 국보법 제정 시와는 본질적으로 달라졌으므로 인권침해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는 국보법은 이제 폐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여론 수렴 차원에서 공청회 마련... 오는 7월 국회에 정책 제안

존치론과 폐지론을 주장한 두 발제자에 이어 지정토론자로 나선 패널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확연히 갈렸다.

토론자로 나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송호창 변호사(법무법인 덕수)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의 장시기 동국대 교수(영문학)는 국보법 폐지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영문학자인 장 교수는 재판부의 송두율 교수의 학문활동에 국보법의 잣대를 들이댄 경우를 예로 들며 "국보법은 그것이 가진 정치적 식민지성이나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점 등을 넘어서 문화의 시대가 요구하는 개인의 창의성과 집단의 문화적 생산성을 파괴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전직 공안검사 출신인 김용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법률)와 박석균 한국자유총연맹 이사는 국가 안보 우선 논리를 앞세워 국보법 존치를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모든 법률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수 밖에 없다"며 "국보법이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은 정권의 안보와 편의에 의해 제한되는 부분이므로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국가인권위의 국보법 태스크포스팀이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했으며 시민 80여명이 참석해 국보법 존폐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국가인권위는 오는 7월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를 통해 최종 입장을 결정, 17대 국회에 국보법과 관련한 정책 제안을 전달할 예정이다.

국가보안법은 '병든 남편'?
박석균 자유총연맹 이사, "국보법 사문화됐으나 그래도 있어야"

이날 지정 토론자로 참석해 국가보안법의 존치를 주장한 박석균 한국자유총연맹 이사는 국보법을 '병든 남편'으로 비유해 좌중의 웃음을 샀다.

이날 박 이사는 "국보법은 사실상 죽었다, 다만 사망 신고를 안 했을 뿐"이라며 "국보법에 의해 간첩이 붙들려 재판 받는 것을 봤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박 이사는 "국보법이 이미 사문화 됐다는 점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병든 남편도 없어서 과부 소리를 듣는 것 보다 병든 채로라도 있는 것이 낫지 않느냐"며 존치론을 주장했고 이에 일부 청중이 웃음을 터뜨렸다.

박 이사의 지정 토론이 끝난 뒤 종합 토론에서도 역시 같은 비유를 들며 존치론을 펴자 반박도 이어졌다. 객석에서 이를 듣고 있던 임기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전 상임의장이 "(병든 남편이) 없어도 다 살 길이 있다"고 말한 것. 이로 인해 객석에서는 다시 한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발제자와 토론자 사이의 쟁점 중 하나는 국가보안법상 북한에 대한 규정의 뿌리인 헌법 제3조에 대한 해석이었다. 국보법은 헌법 제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따라 북한을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송호창 변호사는 "헌법 3조의 영토 규정에 따라 북한이 반국가단체라는 것은 심한 논리적 비약"이라며 "같은 논리를 들이댄다면 독도를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일본이 보기에는 우리가 반국가단체인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송 변호사는 "국보법상 반국가단체인 조선노동당에 가입된 북한 인민 1300만여명(80년대 통계 기준)이 모두 국보법 처벌 대상이고 반국가단체의 이른바 '수괴'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처벌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며 "사실상 국보법은 남한 국민의 처벌을 위한 법으로 작용하고 있고 국보법이 없어도 형법으로 간첩·내란죄 등을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성호 교수는 "국보법은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하고 있는 자를 규제하고 있다"며 "북한 주민은 피지배자들로 남북교류협력의 대상"이라고 반박했다.

또 제 교수는 "북한의 이중적 성격이 변하지 않는 한 교류와 협력이 필요할 때는 남북교류협력법을, 북의 여전한 대남 적화전략으로 경계가 필요할 때는 국보법을 적용하면 된다"며 "우리 사회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탈냉전 시대에도 안보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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