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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균관대 앞에서 11년째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 <풀무질>을 운영하고 있는 은종복씨. 은씨는 지난 1997년 대학가의 사회과학 서점 대표들이 구속됐던 때를 회고하며 "국가보안법에 의한 공안바람에 책방 주인들도 희생양이 됐었다"고 회고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1970∼80년대 사상서와 사회비판 서적에 목말랐던 '젊은 지성'들에게 일종의 해방구였던 대학가 인문사회과학 전문서점들도 국가보안법의 피해자다.

문민정부 말기이자 대선을 앞둔 지난 1997년 3월에는 서울 대학가의 주요 인문사회과학 서점의 대표들이 일제히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이 받은 혐의는 국가보안법 상 이적표현물 판매.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대표 유정희)>, 성균관대 앞 <풀무질(대표 은종복)>, 고려대 앞 <장백서원(대표 김용운)>이 모두 국보법의 '된서리'를 맞았다.

이들 서점 대표는 당시 정부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는데 국보법을 이용해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던 것이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성균관대 앞에서 11년째 <풀무질>을 맡아 명맥을 잇고 있는 은종복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경찰 10여명이 갑자기 서점 안으로 들어와 국보법 7조5항 위반으로 긴급체포한다며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은 채 남영동 보안분실로 끌고가 2주 동안 수사를 벌였다"고 말했다.

은씨는 "당시 경찰이 수거해간 책들 중에는 <월간 말>이나 <전태일 평전> 등 대형 서점에서도 파는 책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경찰은 '큰 서점에서는 상업적 목적으로 팔지만 당신들은 이적성이나 국가 변란이 목적이 아니냐'고 몰아붙였다"고 상기했다.

은씨는 수사상황을 설명하다 잠시 감정이 격해지는 듯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잇기도 했다. 은씨는 "한달 만에 구속이 취소돼 구치소를 벗어나긴 했지만 당시만 생각하면 흥분이 된다"며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 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이 땅에서, 인문사회과학 책방은 다른 많은 진보 모임과 마찬가지로 국가보안법의 칼날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고 말을 이었다.

15년째 서점 <그날이 오면>을 운영하고 있는 유정희 대표도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특정 책을 판매했다고 구속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정권 말기 공안 분위기 형성이 목적이 아니었나 의심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 사건에 대해 송소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총무는 "서적 판매상에 대해서 '이적목적'을 추단해 국보법 위반으로 처벌한 것은 매우 과도한 법 적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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