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독점 논란이 뜨겁다. <군함도>가 2000개 넘는 스크린에서 하루 1만 회 상영을 넘어서자 '해도 해도 너무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차지한 스크린과 상영횟수 모두 역대 최다 수치다. <군함도>는 이를 바탕으로 개봉 8일 만에 500만 관객을 넘어섰다. 흥행 속도로 볼 때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넘어 2017년 최고 흥행작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하루 동안 극장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 가운데 <군함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어떻게 될까. 영화진흥위원회 사이트에서 상영점유율을 찾아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전체 영화 가운데 특정 영화 상영빈도를 가리키는 상영점유율에서 <군함도>는 8월 1일 기준 51.9%를 기록했다. 즉, 이날 상영된 영화 두 편 중 한 편 이상이 <군함도>였다는 뜻이다. <군함도>는 지난달 26일 개봉 이래 줄곧 상영점유율 50%를 넘겼다.

<군함도>의 수치가 상식을 넘어서고 있긴 하지만 스크린 독과점은 한 편의 영화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같은 달 9일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상영점유율은 63%, 20일 <덩케르크>의 상영점유율은 41.1%에 달했다. 멀티플렉스 쏠림현상이 극심한 현실에서 일부 대작의 상영점유율이 절반에 육박하거나 이를 넘어서는 건 더는 놀라운 현상이 아니다. 당장 멀티플렉스 매표소에 걸린 상영시간표만 봐도 소위 잘 팔리는 영화가 수두룩한 걸 알 수 있지 않나.

넷플릭스 논란으로 멀티플렉스가 외면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독립극장 상영관 상당수를 차지하자 작은 영화들의 원성이 쏟아진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실제 독립극장은 <옥자>를 비롯해 <박열> <플립> <내 사랑> 등을 개봉하며 특수를 누렸다. 멀티플렉스 스크린이 죄다 <스파이더맨: 홈 커밍> <덩케르크> <군함도> 같은 영화에 주어진 탓이었다. 밀려난 영화는 독립극장에 걸렸고 이들 극장엔 전보다 많은 관객이 들었다.

관객이 드는 영화가 많아졌기 때문일까. 독립극장의 효자상품으로 꼽혀온 재개봉작 개봉도 눈에 띄게 줄었다. 많게는 한 달에 열 편 이상까지 개봉했던 재개봉작이 8월엔 단 두 편만 개봉할 예정이다. 성룡의 <뉴 폴리스 스토리>와 2016년 최다관객을 모은 다큐멘터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그들이다. 여기 이들 영화를 소개한다.

[하나] <뉴 폴리스 스토리>

뉴 폴리스 스토리 재개봉 포스터

▲ 뉴 폴리스 스토리 재개봉 포스터 ⓒ (유)영화사 화수분


2004년 개봉해 성룡 액션이 아직 건재함을 선보인 <뉴 폴리스 스토리>가 13년 만에 돌아온다. 더는 볼 수 없는 성룡의 액션 영화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성룡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자리한 만큼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의 열혈경찰 진가구 대신 관록의 강력계 반장 진국영이 주인공으로 나선다. 성룡이 비록 나이는 들었으나 영화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대로임을 알 수 있는 역작으로 평가된다. <천장지구>의 진목승이 메가폰을 잡았다.

돌아보면 성룡영화 만큼 자주 재개봉되는 작품도 드물다.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는 물론 <용소야> <쾌찬차> <사제출마> <화소도> <성룡의 신주쿠 살인사건> 등이 최근 4년 안에 재개봉했다. 비디오와 DVD를 넘어 IPTV에서도 꾸준히 사랑받아온 성룡영화가 재개봉을 통해 스크린에서 팬들과 만나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진해져만 가는 추억을 만나고 싶다면 17일 극장을 찾아라.

[둘] <무현, 두 도시 이야기: 파이널 컷>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재개봉 포스터

▲ 무현, 두 도시 이야기 재개봉 포스터 ⓒ (주)인디스토리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그가 앞서 걸어온 길의 가치를 기억하고 비극적인 최후에 애달파 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이들의 작은 마음이 모여 정치를, 그리고 세상을 바꾸고 있다. 작은 씨앗에서 비롯된 커다란 변화다.

그 씨앗을 뿌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돌아보는 다큐멘터리가 이례적인 인기를 끌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있었던 지난 5월 개봉해 무려 185만 관객을 모은 <노무현입니다>가 그랬고 2016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가운데 최다관객을 모은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그랬다. 모두 노무현이란 이름 석 자가 이뤄낸 성과였다.

2000년 부산의 노무현과 2016년 여수의 백무현이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는 과정을 담아낸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1년 만에 재개봉한다. 개봉 당시 미처 보여주지 못한 30분의 영상이 추가된 최종본이다. 고작 1년 차이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다른 마음으로 영화와 관객이 만나게 됐다.

경상도는 새누리당이 전라도는 국민의당이 눌러앉았던 그 시절 정치 현실과 오늘의 구도는 전혀 다른 모양새다. 한평생을 권위주의, 지역주의에 맞선 당신은 이제 이곳에 없지만, 그 뜻만은 역사를 가로질러 이 땅에 남아 있음을 보는 듯하다. 과연 역사는 진보한다. 30일 재개봉.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뉴 폴리스 스토리 무현, 두 도시 이야기 김성호의 씨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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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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