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20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지난 29일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포르투갈과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에서 맞붙는다.

한국 U-20 축구대표팀 이승우가 지난 29일 충남 천안축구센터에서 훈련하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30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포르투갈과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16강에서 맞붙는다. ⓒ 연합뉴스


차라리 잘됐다. '에이스' 이승우와 백승호가 빠진 상태에서 잉글랜드를 무너뜨렸다면, 집중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포르투갈이 조 1위를 차지했다면 맞붙을 수 있었던 코스타리카보다는 어려운 상대지만, 적절한 긴장감과 되살아난 집중력이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물론 포르투갈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우선, U-20 월드컵을 4년이나 준비했다. 팀을 이끄는 에밀리우 페이세 감독은 U-17 대표팀을 시작으로 이 대회까지 나서게 됐다. '캡틴' 루벤 디아스부터 에이스인 디오고 곤살레스, 루이스 마타 등과 성장을 함께 했다. 국내에서 개최함에도 감독 선임에 실패하며 시간을 허비한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다.

U-20 월드컵을 준비한 과정만 보면, 우리가 포르투갈을 넘어서는 것이 기적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리고, 죽음의 조에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듯이 축구는 알 수 없다.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자율 축구와 한국형 공격 축구로 무한한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는 만큼, 신태용호는 또다시 불가능에 도전하면 된다.

가까스로 16강 진출한 포르투갈의 전력은?

포르투갈은 잠비아와 코스타리카, 이란과 한 조에 속하며 손쉬운 16강 진출이 예상됐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프리카 챔피언' 잠비아에 1-2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알렸고, 코스타리카전에서도 1-1 무승부를 기록, 승리는 따내지 못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이란전에서 선제골을 내줬음에도 극적인 역전승을 이뤄냈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특히, 수비가 불안하다. 유럽 예선 4경기에서 8골을 내준 수비진이 본선에서도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매 경기 실점했고, 뒷공간에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프란시스코 페레이라와 조르지 페르난데스가 나서는 중앙 수비진이 190cm가 넘는 장신이지만, 스피드가 느리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숨길 수 없다.

측면 수비는 더 허술하다. 본업인 수비보다는 공격에 가담하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러다 보니 중앙 수비진의 느린 발이 더욱 부각된다. 징계로 인해 이란전에 나서지 못한 후벤 디아스가 돌아올 수도 있지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포르투갈의 공격력만큼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고 수준이다. 스피드를 앞세운 뒷공간 침투와 개인기로 매 경기 20차례 이상의 슈팅을 시도했다. 측면 풀백은 물론 미드필드진의 공격 가담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는 지체 없이 슈팅을 시도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세컨드 볼 기회를 노린다.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C조 코스타리카와 포르투갈의 경기. 포르투갈의 곤살베스가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있다.

지난 24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C조 코스타리카와 포르투갈의 경기. 포르투갈의 곤살베스가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포르투갈의 '에이스' 곤살레스를 경계해야 한다. 그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떠올리는 스피드와 화려한 드리블을 자랑한다. 왼쪽 측면에 위치하지만, 크로스보다는 중앙으로 침투해 슈팅과 득점을 노린다. 포르투갈이 조별리그에서 기록한 4득점 중 2골을 책임졌을 만큼 결정력도 뛰어나다.

오른쪽 측면에 위치하는 안드레 히베이루 역시 조심해야 한다. 그 역시 측면보다는 섀도 스트라이커에 가까울 정도로 중앙에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간다. 특히,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패스가 뛰어난 만큼, 그의 발끝에서 시작되는 공격을 차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승리의 핵심은 중원과 수비

16강전 승리의 핵심은 중원과 수비다. 아무리 전력 차가 많이 나는 팀 간의 맞대결이라도 토너먼트는 1골 차 승부가 많다. 그만큼 실점은 패배로 직결된다.

신태용호는 공격 상황에서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하며, 상대에 역습을 허용하는 모습이 너무 많았다. 과감한 침투 패스는 주저할 필요가 없지만, 위험 지역에서의 패스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한다. 특히, 상대는 우리 진영에서도 수적 우위를 가져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수를 경계해야 한다.

그만큼 이날 경기는 중원이 중요하다. 이전처럼 부정확한 패스와 볼 컨트롤에 아쉬운 모습이 이어진다면, 경기는 매우 어렵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만약 부상에서 돌아온 한찬희를 비롯해 중원에 위치하는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면, 백승호의 포지션 변화도 생각해봐야 한다.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한국 백승호가 패널티킥으로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경기. 한국 백승호가 패널티킥으로 팀 두번째 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백승호는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지만, 중앙 미드필드를 맡아본 경험도 많다. 특히, 백승호는 볼을 다루는 능력과 패스, 탈압박에 강점이 있다. 신태용호의 중원이 잦은 패스 실수는 물론 상대의 압박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했던 만큼, 백승호의 포지션 변화가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중원 싸움만큼 중요한 것이 수비다. 특히, 잉글랜드전에서 측면 수비에 큰 문제를 드러낸 만큼, 이날 경기에서는 개선된 모습이 필요하다. 미드필드진과 협력은 물론 공격수들의 수비 가담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윙어 못지않은 공격력을 자랑하는 풀백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앙에서는 슈팅을 막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포르투갈은 풀백이 측면을 담당하고, 공격수 3명이 중앙으로 침투한다. 패스보다는 슈팅을 노리고, 결정력이 뛰어나다. 신태용호는 수비와 미드필드진 사이 간격을 최대한 좁게 가져가야 하고, 페널티박스 안쪽을 촘촘하게 만들어야 한다. 

공격은 이전처럼 하면 된다. '에이스' 이승우에 대한 의존이 심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승부는 '스타'가 결정짓는다. 포르투갈 수비는 스피드가 느리다는 약점이 확실한 만큼, 이승우의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승우가 상대 수비를 뒤흔들게 되면, 조영욱과 백승호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공격은 이전처럼 뜨겁게, 수비는 이전보다 차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리의 실수로 인해 아쉬운 결과가 생기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이들이 후회 없이 16강전을 치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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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신태용호 16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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