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주연을 맡은 조정석과 도경수. 이들은 <형>에서도 기존 다른 작품에서 보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안이한 연기로 일관한다.

▲ 형 주연을 맡은 조정석과 도경수. 이들은 <형>에서도 기존 다른 작품에서 보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안이한 연기로 일관한다. ⓒ CJ 엔터테인먼트


불의의 사고로 앞을 못보게 된 젊은 남자(도경수 분)가 있다. 썩 괜찮은 외모에도 운동만 하느라 여자를 알지 못하는 그를 위해 그의 형(조정석 분)이 나선다. 겉모양을 갈고 닦는 건 기본, <건축학개론> 납뜩이 시절부터 단련한 여자 '후리는' 비기도 전수한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청년과 그의 형은 클럽으로 향하고 형은 예쁜 여자를 데려오겠다며 잠시 곁을 비운다.

여기까진 좋다. 형은 동생을 위하고, 동생은 욕구에 충실했을 뿐이다. 시각장애인도 여자를 만날 권리가 있고, 기왕이면 예쁜 여자를 만나고픈 욕구도 있는 것 아닌가. 문제는 앞을 못보는 동생 앞에 어느 '못생긴' 여자가 끼어들면서 생겨난다. 그녀는 자신 앞에 있는 남자가 장애인인 걸 알고 적극 유혹하고 진한 키스까지 나눈다.

이후는 모두가 예상하는 대로다. 키스를 나누는 동생을 발견한 형이 그녀를 동생에게서 떼어놓고, 모욕한다. 그리고 귀가 후 형은 동생에게 그녀의 외모를 설명하며 비난한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영화 <형> 속 대놓고 웃으라고 만든 이 장면은, 웃기기보다 서글프고 화가 난다. 화가 나는 건 순제작비 38억원이 들어간 규모 있는 영화에서 저급한 웃음 코드를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문제의 캐릭터는 클럽에서 잘생긴 장님을 만나며 자신을 미녀라고 소위 사기를 치고, 키스를 감행하는 돌발행동을 한다. 이는 결코 여성 일반 혹은 못생긴 여성의 대표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못생긴 여성 캐릭터를 강조한 건 그저 우스꽝스런 상황이 주는 말초적 재미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평가의 대상이 돼 버린 여성 일반에 대한 폭력의 문제는 무시된다.


고민 없고 무성의한 창작


형 극중 형제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이수현(박신혜 분). 아무리 남성중심의 영화라지만 등장하는 여성캐릭터의 성격과 역할 모두가 지극히 전형적이고 제한적인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 형 극중 형제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이수현(박신혜 분). 아무리 남성중심의 영화라지만 등장하는 여성캐릭터의 성격과 역할 모두가 지극히 전형적이고 제한적인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 CJ 엔터테인먼트


영화 <형>은 이처럼 고민을 덜한 장면을 코미디로 활용하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200만 관객을 돌파하고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문제점을 지적받지 못하고 있는데 다소 아쉽다.

영화엔 사기꾼과 전과자, 여성과 남성, 형과 동생, 장애인 등 여러 역할과 직업군에 대한 고정관념이 망라되고 있으며, 장르적 코드 역시 마치 수학공식처럼 그대로 답습된다. 시종일관 입에 '시X' 'X같은' 따위의 욕을 달고 사는 형은 예전 드라마에서 흔히 볼 법한 캐릭터인데 동생 역시 마찬가지다. 유도 대표팀 코치로 동생을 돕는 수현(박신혜 분)과 웃음을 더하는 조연 대창(김강현 분)도 전형적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선다.

모자라고 싸가지 없는 형제 조합은 사실 오래된 모티브다. 이 모티브를 따른 가장 유명한 영화는 아마도 배리 레빈슨의 <레인맨>일 것이다. 더스틴 호프만이 자폐가 있는 형으로 톰 크루즈가 막나가는 삶을 사는 동생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아버지의 유산을 탐내 형에게 접근한 동생이 마침내 크게 뉘우치고 형제애를 회복한다는 따뜻한 결말로 끝을 맺는다.

<형>은 이와 대동소이한 구조를 가졌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코미디를 적극 배합하고 후반부에 한국형 신파를 더했다는 정도가 되겠다. 평면적이고 흔한 캐릭터들이 원형이 있는 이야기 구조에 들어가니 관객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짐작할 수 있다. 관객 입장에선 이 작품이 코미디인지 신파 드라마인지 헷갈릴 수도 있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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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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