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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인에게 관용차는 물론 비서까지 배치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은 허남식 부산시장.
ⓒ 오마이뉴스 윤성효
지난 3월 하순, 당시 허남식 부산시장과 이명박 서울시장이 부인에게 관용차를 제공하고 공무원 등을 개인 비서로 배치했다는 기사가 보도돼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허 시장은 2004년 6월 보궐선거 당선 이후 부인 이모씨에게 공관업무용 차량 그랜저XG와 시청 소속 운전기사를 함께 배정해 1년 8개월 동안 사적으로 사용하게 했다.

또 허 시장의 부인 이씨는 2004년 6월부터 시장공관 의전업무를 담당하는 시청 총무과 소속 계약직 공무원 김모씨를 개인비서로 쓰기도 했다. 그리고 부산시는 김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비서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자 3월 14일부터 10여일 동안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차출한 별정직 6급 공무원을 대신 배치하기도 했다.

서울시의 경우도 비슷했다. 서울시는 이명박 시장이 취임한 이후인 2002년 7월 시장 부인에게 관용차량으로 SM5와 운전기사를 함께 배정했다. 또 별정직 여성 공무원 1명을 공관에 파견, 일정을 챙기게 했으며, 청원 경찰 3명을 공관에 배치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치단체장뿐만 아니라 자치단체장 부인들의 관용차가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일부 광역 자치단체장 부인들 관용차에 '몸종'까지 거느려

문제는 이같은 사례가 비단 서울시와 부산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 전국의 상당수 광역자치단체들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시장·도지사 부인들에게 관용차와 개인비서를 '제공'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당시 광주시는 박광태 시장의 부인에게 2000cc급 의전용 승용차와 공무원 운전기사를 배치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여기에 박 시장은 관사로 쓰던 아파트에도 일용직 여직원 2명을 고용해 집안 살림과 일정관리 등을 담당하게 했다.

전라남도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박준영 지사의 부인에게 의전용 승용차를 제공하고 지사 공관에는 별정직 7급 공무원과 일용직 여직원 1명을 상주하게 했다.

이외에도 경상남도와 경상북도, 강원도 역시 지사 부인에게 관용차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초자치단체로는 경기도 하남시가 지난 2004년 5월 당시 이교범 시장의 부인에게 관용차를 사적 용도로 사용하게 했다가 말썽을 빚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 자치단체가 시장이 아닌 시장 부인들에게 관용차를 배정, 지원한 명확한 근거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시 정도만이 관용차량 관리규칙에서 관용차량 1대를 시장 공관에 배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었다. 결국 규정이 아닌 '관례'와 '의전'이라는 이유로 시민들의 혈세가 낭비된 것.

이러한 관용차 전용 실태가 알려지자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부산 경실련은 성명을 내고 "모든 경비를 시에서 지급하는 관용차를 시장 부인이 사적으로 이용한 것은 특권을 누린 것이며, 관행이라는 포장으로 이뤄진 예산낭비의 전형"이라며 "부산시는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관례를 바로 잡을 것"을 촉구했다.

논란 그 후... 서울·부산시 등 차량·인력 철수

▲ 종로구 혜화동의 서울시장 공관.
ⓒ 오마이뉴스 박상규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관용차 전용으로 호된 서리를 맞은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논란 직후 일제히 '철수' 조치에 들어갔다.

부산시는 허 시장 부인이 사용해 온 관용차량을 철수시키는 한편 비서 일을 해온 여성 공무원 2명도 소속 근무지로 복귀조치했다. 이와 관련, 허 시장은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시민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현재 허 시장 부인은 개인 차량을 이용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특별히 공식행사가 있을 경우 시장 부인이 시청으로 나와 시장 전용차로 함께 이동한다"며 "시장 부인은 공식행사 이외에는 개인 차량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시장 부인의 관용차 사용 문제 이후 공무원들의 일반 업무용 관용차량에 대해서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없도록 예전보다 더욱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경우 시장공관에 배치된 관용 차량과 인력은 철수 시켰지만 공식적인 사과는 없었다. 사건 직후 언론에는 "의전용 차량은 '서울시관용차량관리규칙'에 따라 지원한 것이며, 이 시장 부인이 개인적 용도로 관용차를 사용하지 않았고, 공식 업무에만 이용했다"는 서울시 관계자의 해명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관용차량 운행일지는 물론 파견 공무원 근무일지 등을 전혀 공개하지 않아 공적인 용도로 사용했음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서울시관용차량관리규칙' 제16조에는 단서 규정으로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당해 기관의 소속 공무원이외의 자에게도 사용을 허락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규칙은 서울시장이 직권으로 만든 규정으로, 시장 부인에 대한 관용차량 배정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문까지 낳고 있다. 지난 2001년 6월 30일 처음 제정된 '서울시관용차량관리규칙'은 2002년 7월 이명박 전 시장 취임 이후 2005년 11월 17일까지 4차례나 개정된 바 있다.

현재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시장 공관에 차량이나 인력을 배치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까지 시장 부인이 관용차를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면서 "여성단체 등의 공식 행사에도 시청 간부들과 동행하는 방법으로 관용차량을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자치단체들 "단체장 부인 공적 활동에만 차량지원"

다른 지자체들도 논란 이후 단체장 부인들의 관용차 이용에 대해 조심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이 지금은 단체장 부인들이 공식적인 행사 외에 사적인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장 부인에게 차량과 운전사를 지원하는 것은 관용차량 사용에 관한 내부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공적인 일이 아니면 개인차량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전남도 관계자도 "지사 부인에게는 여성단체 행사 등 공식적인 행사에만 차량지원을 하고 있다"면서 "개인용도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남도 역시 지사 부인이 여성 및 복지 관련 행사에 참석할 때만 관용차량을 제공하며, 강원도는 "각종 단체의 초청이 있을 경우 지사 부인에게 관용차를 지원하고 있으나 사적인 일에는 개인차량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최근 자치단체 일각에서는 "시·도지사 부인도 공인이기 때문에 사적인 용도가 아닌 공적인 활동에는 관용차를 지원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시장 부인은 공인으로서 각종 공식행사에 시장과 함께 참석하거나 여성단체 행사 등에 참석할 때는 차량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사적으로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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