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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 공직자들의 큰 차 타기는 과연 멈출 것인가? 사진은 고위공직자 전용차량 중 최고급 차량인 현대자동차 '에쿠스'.
ⓒ 현대자동차
"고위공직자 전용차량의 배기량 한도를 장관급 3300cc, 차관급 2800cc보다 하향 조정하고, 차관급 대우를 받는 검사장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들에 대한 관용차량 지원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해 이른 시일 안에 추진하겠다."

열린우리당 제1정조위(위원장: 문병호 의원)가 지난 1일 열린 주례회의에서 밝힌 사안입니다. 행정자치부의 '공용차량관리규정'을 개정하겠다는 말이지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희망제작소와 <오마이뉴스>는 녹색교통운동, 전국공무원노조와 함께 지난 10월~11월 동안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간다'는 제목의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정치권이 화답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공직자들의 큰 차 선호, 과연 사라질까?

@BRI@열린우리당의 문병호 제1정조위원장은 "관용차 개혁 캠페인에서 지적했듯 어려운 국민경제 사정과 에너지난을 감안하고, 국가예산을 절감하고, 대기오염을 줄여나가는 데 고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문 위원장은 "정치나 정당이 바로 이렇게 서민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것부터 잘해야 한다"며 "신임 행자부장관이 임명되면 바로 협의를 진행해 조속히 공용차량관리규정을 개정할 것은 개정하고, 또 행자부가 제대로 대책을 세울 것을 조율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캠페인이 시작된 후 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이규용 환경부차관, 신철영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사무총장 등 고위공무원들이 나서서 "차량을 교체할 때가 되면, 이보다 더 급수를 낮출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고충처리위원회 신철영 사무총장의 경우, 더 나아가 "차량 급수뿐만 아니라 차량의 색깔까지도 지금의 획일적이고 권위적인 검정색에서 탈피, 다양해져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꼭 우리 캠페인 때문은 아니겠지만, 최근 생겨난 '과거사 정리를 위한 진실과 화해 위원회(위원장 송기인 신부)'는 장관급 위원장과 차관급 상임위원 3인을 포함해 4명의 고위공직자가 전용차량을 모두 소나타급으로 하향 조정해 타고 있습니다.

김동춘 상임위원은 "국민의 염원으로 탄생한 우리 위원회가 굳이 국민을 실망시킬 초대형 차량을 탈 필요가 없기에, 세금을 아껴쓰고 환경도 생각해 중형차량인 소나타급으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 위원회'(위원장: 이해동 목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경·에너지·세금 부서들은 여전히 복지부동?

▲ 한국산 경차 마티즈. 관용차는 크고 무거워야 한다는 편견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 GM대우 마티즈 홈페이지
하지만 아쉬운 것은 환경·에너지·세금 관련 주무 장관들이 꿈쩍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누구보다도 솔선수범해야 할 환경부장관, 에너지관리공단이사장, 산업자원부장관, 기획예산처 장관은 여전히 최고급 전용차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자동차관리법 상 2000cc 이상의 차량이면 대형차량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도 2800cc·3300cc 이상의 차량을 타고 다니겠다는 것은 고위공직자들이 국민의 고통, 에너지 낭비, 환경파괴 현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특권과 낭비'의 '초대형 차량'의 길을 고수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이 분들께도 정중하게 우리들의 캠페인의 취지에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캠페인단은 이후에도 열린우리당과 문병호의원, 행정자치부가 제대로 대책을 추진해나가는지 꼼꼼히 모니터링할 것입니다. 그 동안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고위공직자, '특권'을 버려라

중앙·지방정부 등 공공영역에서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전체 관용차량 5만8천여 대 중에서 장차관급, 지자체장, 고위검사·법관 등 고위공직자들의 전용차량은 1550여 대(2.6%)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는 상징성은 5만7천여 대를 압도합니다. 이 때문에 그들이 앞장서서 세금절감, 에너지절약, 환경파괴 방지에 모범을 서줄 것을 요청하는 여론이 매우 높습니다. 또 그들이 앞장서야 나머지 5만7천여 대(추정예산 1년 2900억여 원)의 관용차량에도 절약과 변화의 바람이 불지 않겠습니까.

국민들은 현재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많은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부동산값 잡겠다는 고위공직자가 강남에 큰 집을 갖고 있는 모습이나 여전히 터져나오는 각종 뇌물·부패 소식 등등에 분노를 느낍니다. 여기에다 에너지난·환경파괴·세금부담에도 아랑곳없이 국민 세금으로 4천만원~5천만원씩 하는 초대형차량을 타고 다니는 고위공직자들의 모습에 실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캠페인에서 지적했듯이, 규정도 없이 전용차량을 타고 다니는 검사장급 검사들의 모습에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특권집단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별도의 운전자를 수행하는 이들의 1년 예산만 5천여만 원입니다(검찰총장을 제외한 43명의 검사장들이 1년이면 20억 원 정도의 세금을 쓰게 됩니다).

검사장들의 경우 공용차량관리규정에 예전엔 지원 규정이 있었지만, 지난 1981년에 이 규정이 없어졌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전용차량을 사용하는 것은 여러모로 과분한 특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에 열린우리당 제1정조위원회가 고위검사들과 고위 법관들의 전용차도 축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그 결과에 주목합니다.

덧붙이는 글 | 안진걸 기자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각종 시민의 아이디어 및 제안을 보내실 분은 www.makehope.org로 가시면 됩니다. 이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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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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