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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 전용차량 중 최고급 차량인 현대자동차 '에쿠스'
ⓒ 현대자동차

건교부 발표에 따르면 2005년 말 우리나라의 관용차량(공용차량)은 5만7563대입니다.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인 1539만여대의 0.37%입니다. 그 중에서 장·차관급 고위공직자 전용차량(관용차량 중 고위공직자들만 전담해서 타며 운전기사가 딸려있는 차량)은 최소 1500여대 입니다. 고위공직자 전용차량은 검은색의 중·대형차량인데, 요즘은 아예 드러내놓고 초대형차량으로 바꾸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같은 이가 흰색 프라이드 하이브리드 차량을 운행한 것이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외국에서는 경차나 소형차를 타고 다니는 고위공직자나 기업체 임원이 많아 '화제' 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전체 고위공직자의 전용차량 통계를 한 번 볼까요? 아래 표를 살펴보시면 1500여대는 최소 추정치임을 알 수 있습니다.

▲ [표1] 전체 관용차량 중 고위공직자 전용차량 최소 추정치.
ⓒ 오마이뉴스 한은희

전용차량 1555대, 1년 예산은?

그렇다면, 1555대의 전용차량이 1년에 사용하는 예산은 얼마일까요?

추정컨대, 최소한 1년에 155억5천여만 원 이상입니다. 전국의 고위공무원들이 대부분 전용차량을 에쿠스, 체어맨 등 초대형차량으로 바꾸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그나마 '저렴한(?)' 고위공직자 전용차량이라는 '그랜저XG' 2000CC급의 1년 운용예산 1천만원을 적용한 추정치입니다.

2006년 3월 31일 기준으로 행정자치부에서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행정부 소속 210명의 고위공직자들 중 40명은 '에쿠스'를, 101명은 '체어맨', 15명은 '다이너스티'를 전용차량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고위공직자의 2/3이상이 전용차량을 최근 초대형차량으로 바꿨습니다.

참고로 자동차관리법상 배기량이 2000CC 이상이면 대형차량, 1999CC~1500CC는 중형차량, 1499CC에서 800CC까지는 소형차량, 799CC이하는 경형차량으로 분류됩니다.

▲ [표2] 행정부 소속 고위공무원 210명의 전용차량 현황(출처 : 행정자치부. 2006.3.31)
ⓒ 오마이뉴스 한은희

게다가 전속 기사의 연봉(대략 2400여만 원으로 추정) 277억2천여만 원을(장군들은 사병이 운전기사 노릇을 하고 있어, 전체 전용차량 중 장군 차량을 뺀 1155대×2400만 원=277억2천여만 원) 더하니 무려 432억7천여만 원이라는 막대한 돈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현재 관용차량의 경우 대개 보험료 50% 할인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까지 시정된다면 비용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고위공직자 전용차량 운행에만 1년에 1인당 최소 3천4백여만 원의 세금(장군 제외)이 쓰이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고위공직자들이 좀 더 편하고 안전한 차량을 이용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운전기사 비용을 논외로 치더라도 초고가이면서도 연비가 제일 낮은, 그래서 에너지·세금 낭비가 제일 심한 (초)대형차량을 꼭 타야만 할까요.

▲ [표3] 차종별 예산추정치 비교
ⓒ 오마이뉴스 한은희

전용차 에쿠스로 바꾸면, 1인 당 세금 2천여만원 사용

전용 차량을 구입하지 않고 임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임대료의 경우 몇 년 후엔 구입비보다 더 듭니다. 예를 들어, 공정거래위원장의 3500CC급 에쿠스 임대료가 월 165만원입니다. 3년만 타면 임대료만 5940만 원으로 구입가 5천여만 원을 훌쩍 뛰어넘게 되는 것이죠.

또 검찰총장의 3200CC 체어맨의 경우 월 임대료가 155만원인데, 3년 임대료만 5580만 원입니다. 행정부 소속 고위공직자 210명 중 105대가 이처럼 '배보다 배꼽이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용차의 임대문제를 재검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행정부 소속 고위공무원 2/3 이상이 전용차량을 초대형차량으로 바꿨습니다. 그 외 사법부의 대법관 전용차량이 모두 에쿠스인 것을 비롯해 최근 상당수 고위공직자들이 전용차량을 에쿠스(또는 체어맨)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 대로 1555대의 전용차량이 구입이든, 임대든 모두 에쿠스(보통 3500cc, 5천만원대. 또는 체어맨으로 바뀐다 해도 근접한 금액임)로 바뀌는 경우를 가정하면, 1년에 1인당 2천여만 원씩 대략 총 311억여 원의 세금이 쓰이게 됩니다.

이미 수준급 고액연봉자인 고위공직자들에게 기사비용을 제외하고 2천여만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용차량을 '에쿠스' 급으로 바꾸지 않고 '그레인저XG' 급으로 유지한다면 1년에 대략 155억5천여만 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 김완주 전 전주시장은 1498cc 아반테를 관용차로 몰고 다녔다.
ⓒ 정훈
만약 모든 고위공직자들이 김완주 전 전주시장처럼 1498CC 아반떼를 사용한다면 세금을 200억 원 가까이 절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더 소형 또는 경차로 바꾼다면 훨씬 더 많은 세금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소형차나 경차를 권유하는 것도 훨씬 자연스럽고 설득력이 높겠죠.

한편, 고위공직자의 전용차량을 포함한 전체 관용차량은 총 5만8천여 대. 행정부 소속 관용차량이 1만9193대(국정원 및 군대 차량은 제외), 사법부와 입법부가 500여대, 나머지는 주로 지방정부 소속 관용차량입니다.

각 기관의 차량 담당 공무원들은 관용차량 한 대당(구입비를 년으로 환산한 금액+운영비) 1년에 대략 500만원~900만원 사이의 운용비가 든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면, 2005년 기준 부산 해운대구청은 81대의 관용차량에 7억 원 정도(1대당 1년에 평균 860여만 원), 청주시는 208대에 17억 원 정도(820여만 원), 전주시는 240대에 18억7천만 원 정도(780여만 원), 서울 금천구청은 108대에 7억6천여만 원 정도(700여만 원)의 예산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게 해서 관용차량 1대 당 평균 1년 예산을 최소치인 500만원으로 계산해도 무려 2900여억 원의 세금이 드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절감할 방안은 없을까요?

초대형 전용차, 브레이크 걸 때

요즘 중국은 관용차량 유지운용 비용이 3천억 위안(39조원)으로 중국 국방비 2838억 위안을 초과해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우리나라도 현재와 같은 추세로 간다면 앞으로도 세금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관용차 운용 문제의 심각성은 차량담당 공무원들도 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공무원들과 대화해 본 결과 "차량 관리를 좀 더 꼼꼼히 엄격히 한다면, 충분히 많은 세금을 아낄 수 있다"라며 "현재 관용차량 관리가 여러 면에서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례로 행정부 자료에 의하면 중앙정부 관용차량(19,193대) 중 승용차량에서 경차 비율은 0.68%(총 9794대 중 67대), 소형차량 비율은 25%(총 9794대 중 2543대)에 불과합니다. 무려 76%가 중·대형차량인 것이죠. 지방정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차량 담당공무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캠페인은 희망제작소에 한 고위공직자 부인이 전용차 문제를 제보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 제보자는 "그랜저XG이던 남편의 전용차가 어느 날 갑자기 최고급 승용차인 '에쿠스'로 바뀌었다"고 혀를 차면서 "참여정부에서도 고위공직자들이 세금낭비 귀신과 '검고 큰' 권위주의의 망령을 타고 다닌다"고 비판했습니다.

누군가가 초대형 전용차의 브레이크를 걸지 않는다면 세금낭비와 '권위주의의 망령'은 그 세를 불려가면서 계속 질주할 것입니다.

▲ [표4] 전국 관용차량 현황 및 예산 추정치.
ⓒ 오마이뉴스 한은희

고위공직자들은 폼생폼사?

중앙정부의 전체 관용차에서 승용차량 중 경차 비율은 총 9794대 대비 67대로 0.68%에 불과합니다.

국민들에게는 경차를 권유하면서, 관용차량부터 경차를 기피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소형차의 비율도 25%에 불과합니다.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도 극심한 에너지난과 환경파괴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경차 보급률은 5.1%(2005년 말 기준)로 매우 저조한 수준입니다.

이는 뿌리 깊은 '큰 차 선호' 사상 때문이라는 것이 한결같은 분석입니다. 사고가 너무 굳어져서 이제 사상이 되어버린 것이죠. 실제로 고위공직자들 거의 모두가 검은색의 큰 차를 타고 있다는 것에서도 '큰 차'를 얼마나 선호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검은 큰 차'가 자신의 신분과 권위를 나타내준다고 믿는 것이죠. 오래전부터 내려온 관료사회의 권위적·획일적 풍토의 자연스러운 발현이라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서울시내 한 구청의 차량담당 공무원은 "구청장 차가 '뉴그레인저XG'인데, 구·시의원들 차가 '에쿠스'나 '체어맨'이니 '체면'이 안 선다"면서 "이번엔 구·시의원들 차보다 더 크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으로 바꿀 계획이다"라고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누가 더 일 잘하나', '누가 국민을 더 잘 섬기나'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차량 크기로 묘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계속 차량이 커져가는 것이고 서민들의 세금 부담도 그만큼 커져가는 것입니다.

2003년 11월 이후 규정이 바뀌어 차관급 공무원들도 2400CC 급 이상의 관용차를 사용할 수 있게 되자, 차관급들의 차가 에쿠스나 체어맨 등으로 커져가니, 이에 질세라 기존의 장관급들의 차도 에쿠스나 체어맨으로 쭉 바뀌어 간 것이죠.

'세금을 아끼자, 환경을 보호하자, 에너지를 절약하자'고 만날 이야기해도 그를 추진하고 있는 공적 기관들부터 정반대의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잘 될 리가 없을 것입니다.

다시 '경차' 문제를 언급하면, 작년 말 우리나라 전체 등록차량 중 경차의 비율은 위에서 본 것처럼 불과 5.1% 수준으로 그나마 최근 계속 떨어지고 있습니다. 자동차 선진국인 일본(26%), 이탈리아(45%), 프랑스(39%)와 비교해 보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경차가 자연스러운데,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경차가 홀대와 경시를 받고 있는 것이죠. 그렇게 된 데에 생활 세계에서도 자연스러운 성찰이 필요하겠지만, 모범을 보여야 할 당국의 '큰 차 선호 사상'과 권위적·획일적 태도가 더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하면 지나친 비판일까요?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는 이번 기획기사가 연재되는 기간 동안 네티즌들의 제보를 받아 이를 기사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관용차를 타는 공직자들의 의견도 청취할 예정입니다. 부적절한 관용차 운용 실태를 목격한 네티즌들의 많은 제보와 이 사안에 대한 많은 의견 바랍니다. 
안진걸 기자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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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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