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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서민들은 갈수록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세금으로 굴러가는 고위 공직자들의 전용차는 갈수록 최고급차로 바뀌고 있습니다. 5만8천여 대에 육박하는 전국의 관용차가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에 제안된 '관용차를 경차로'라는 아이디어를 토대로 녹색교통운동,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동 기획해 특집기사를 내보냅니다.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 간다'는 제목의 이번 기획을 통해 정부의 관용차 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시민사회와 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 큰 차 선호는 비단 공직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차 크기에 따라 대접 받는다는 관념을 지니고 있다 사진은 고위 공직자 전용차량 중 최고급 차량인 현대자동차 '에쿠스'.
ⓒ 현대자동차

'관용차는 혈세로 굴러간다'는 제목의 기획기사가 <오마이뉴스>를 통해 10여 회 넘게 독자들을 만났다. 많은 독자들이 공감과 분노를 표했고 관용차뿐만 아니라 모든 차로 문제의식이 확산돼 자성과 향후 과제에 대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녹색교통운동'은 "특정 인사나 현 정부 또는 관료집단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을 '목적'으로 관용차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폭로나 정치적 공세는 물론이고, 관료사회에 대한 비판과 견제도 이번 캠페인의 직접적인 취지는 아니다. 이번 캠페인은 자동차 문화 자체를 초점으로 삼고 이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했다.

대형차, 공무원만의 문제 아니지만...

크고 무거운 차는 연료도 많이 들고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오염물질도 많이 배출한다. 교통사고시에는 상대방에게 더 큰 흉기가 되기도 한다. 차로 인한 에너지·도시교통·환경 문제가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자동차의 대형화는 부적절하다.

그 문제제기를 관용차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국민의 공감과 문제의식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의 공복'이라는 대의를 논하지 않더라도 공직에 있다면 나라 사정이나 국민의 요구에 솔선수범하고 부응할 책임이 있다.

권위주의와 관료주의에 대한 반감이든 자신들이 부담한 혈세를 절약하지 않는 것에 대한 반감이든, 국민들은 대형 관용차에 대해 언짢게 생각한다. 왜 쓸데없이 커야 하는가.

하지만 이것이 비판과 분노·탄식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또 공무원과 관용차에만 국한될 일도 아니다. 관용차를 좀 더 작은 차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하고 관용차뿐만 아니라 민간이 소유 이용하는 모든 차량의 경량화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우리보다 큰 '덩치'들도 경차를 탄다

▲ 작은 것이 아름답다. 경차를 타는 것은 지구를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다.
ⓒ 천넷 제공
오늘날 도시와 사회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 중 많은 부분이 자동차와 관련해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는 가스를 배출해 대기오염의 주범이 된다. 심각한 소음과 진동 피해를 준다. 도로와 주차장 건설로 인해 공간을 잠식한다. 생태계를 파괴한다. 에너지를 과다 소비하게 만든다. 만성적인 교통 혼잡과 교통사고 피해를 불러일으킨다. 폐기물 처리 문제도 일으킨다.

자동차가 더 크고 무겁다면, 당연히 그 폐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 부문이 달성한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에 우리도 맞추려면, 무엇보다 자동차를 경량화해야 한다. 향후 기후변화협약 대응에서도 필수적으로 대책이 요구되는 문제다.

대형차 선호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소박과 실질의 가치가 망각되고 인간 상호의 존중이 무뎌진 곳에는 허례허식과 위화감의 과시 문화가 조성될 것이다.

미국을 제외한 유럽·일본 등의 차량 크기는 우리나라 차량보다 크지 않다. 이탈리아를 필두로 한 유럽 국가들의 경차 보급 이용률은 우리나라보다 최고 수십배까지 이른다. 그 중에는 산유국도 있고 부의 축적도 우리보다 앞선 나라들이 있다. 심지어 차를 이용하는 사람의 덩치도 우리보다 크지만 우리보다 작은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큰 차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관행은 전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지속되기도 어려운 것이다.

"저는 작은 차나 아주 큰 차만 탑니다"

몇년 전 지하철을 타면 외국인이 등장하는 "저는 작은 차나 아주 큰 차만을 탑니다"라는 캠페인 광고를 볼 수 있었다. 개인 승용차는 작은 것을 선택하고, 승용차를 타지 않을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말이었다.

광고 사진 속 외국인의 얼굴에는 소박한 자부심이 깃들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큰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생활에서 기본은 지키고 산다, 크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일시적이지 않은 생활에서 떳떳한 자부심을 갖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특정한 거대 영웅보다는 모두가 주인공인 시대다. 성취와 보람, 떳떳함과 자부심은 성과를 독점한 특정 영웅이 아니라 모두에게 허락되어야 한다. 생활방식의 개선, 좋은 삶의 실천으로 떳떳함과 보람을 얻는 것은 모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가 타인의 행복을 저해하지 않고 타인은 물론 자연환경과 지구가 파괴되지 않는 방법으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위대한 실천이다. 유한한 지구는 이를 지행합일의 덕목에서 윤리의 문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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