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주요 방송사 중 하나인 Tele Azteca의 메인 뉴스에서 새교과서에 대한 소식을 전하면서 자막에 '멕시코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현 정부가 공산주의 독재를 하기 위한 초석을 깔고 있다'는 말을 자막으로 표시하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2024년 대선이 치러진다.
Tele Azteca Hechos뉴스 캡처
사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모든 교과서가 싸잡혀 '공산주의 바이러스'라는 오명을 쓰고 공격받지만 구체적 근거의 빌미는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내용 두 군데다. 그중 하나가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실린 신자유주의에 대한 설명이고 또 다른 하나는 교사용 지침서에 실린 '9.23 공산주의 연맹'에 대한 내용이다.
신자유주의 부분에서 설명된 부작용에 대해 현 야당은 이를 곧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으로 규정했다. 이어 곧 공산주의 바이러스의 주입으로 해석한다. 굳이 이번에 배포된 새 교과서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이미 숱한 전문가들이 멕시코에서 신자유주의 도입이 초래한 부작용에 대해 증명해 왔다.
국가 기간 산업의 민영화가 가속화되고 정규직이 줄어들고 비정규직이 증가하면서 부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는 연구 결과들이 차고도 넘치는 마당에, 그 말을 차용한 교과서의 설명이 곧 자본주의의 부정이며 공산주의라는 계산은 아무래도 그 평가와 호들갑이 무색하다.
신자유주의의 부작용과 더불어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또 다른 내용은 중학교 교사용 지침서에 실린 '9.23 공산주의 연맹'에 대한 설명이다. 교사용 지침서에는 20세기 후반 정치 불안정을 설명하는 장에서 '하늘을 찌른 꿈'이란 제목으로 9.23 공산주의 연맹이 한 예로 삽입되었다. 특히 1973년 코로나 맥주를 생산하던 기업 사장이 이 조직에 의해 납치되어 살해된 사건이 언급되었다. 이를 두고 야당과 기업들은 납치를 '정치 전략'으로 기술함으로써 합법적으로 운영되던 기업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했다며, 역시나 공산주의 바이러스라는 틀 안에서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시 시대적 상황이 단 한 번의 정권 교체 없이 현 야당인 제도혁명당의 장기 집권이 50년 넘게 이어지던 시점이었고 국가에 의한 폭력이 극심했던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공산주의 연맹과 같은 반정부 세력의 출현을 지금의 잣대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공산주의 연맹에 의한 납치와 살인이 있었음이 분명하지만, 멕시코 맥주 산업이 승승장구하던 그 시절 병 뚜껑을 만들기 위해 전국 각지 광산에서 철을 채굴하며 각 마을공동체 공동소유지와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얼마나 많은 '죽임'이 횡행했는지 또한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공산주의 연맹'의 탄생 자체가 당시 멕시코 정부와 거대 기업이 개입된 숱한 '죽임'의 결과라는 의견도 개진된다. 무엇보다, 멕시코 역사에 존재했던 반정부 세력 중 하나인 '공산주의 연맹'에 대한 언급 자체를 공산주의 바이러스로 몰아가는 것에 분명한 오류와 한계가 있음도 지적되고 있다.
그들이 교과서를 불편하게 여기는 진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