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멕시코의 텔레비사가 제작한 어린이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은 1989년 10월부터 1991년 7월에 KBS 2TV를 통하여 방송되었다. 멕시코에서는 여전히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 학생들 모두 교복을 입는다. 교복은 학교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신발은 모든 유치원과 학교들이 검은구두 착용을 원칙으로 한다. 체육활동이 있는 날에만 운동화가 허용되지만, 운동화 역시 반드시 흰색이어야 한다
텔레비사
레이스가 달린 하얀 원피스를 즐겨 입던 히메나 선생님과 하얀 깃이 달린 하늘색 카디건을 입은 라우라, 시릴로, 마리아 호아키나, 하이메, 호르헤, 발레리아, 마리오, 그리고 많은 친구들.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기억 한편에 매일 오후 6시 방송되던 어린이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이 있을 것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시청자 대열에 합류할 만큼 인기가 좋았다.
우리에게 다소 멀었던 멕시코의 어느 초등학교 선생님과 학생들 이야기였다. '낭만'을 입에 달고 살던 라우라, 선한 시릴로, 공부는 잘 하지만 성격은 까칠했던 마리아 호아키나, 공부는 조금 부족하지만 정의감이 투철했던 하이메, 말썽꾸러기 발레리아, 그런 발레리아를 짝사랑한 모범생 다비드, 그리고 이전 학교에서 말썽 피우고 전학 온 천하의 악동 마리오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주인공이었다.
그 아이들의 중심에 히메나 선생님이 있었다. 더불어 까칠하고 엄격한 펠리시아 오라카 교장선생님과 한없이 너그러운 수위 페르민 아저씨, 그리고 학생들 만큼이나 개성이 뚜렷했던 보호자들 또한 주인공이었다.
교실 안에서 학생들과 선생님이 웃고 울고, 그 와중에 갈등도 불거지지만 결국 이런저런 방법으로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이 드라마의 중심이었다. 가끔 악동이 등장하고 악동만큼이나 까칠한 교장선생님이 새로운 갈등 구조를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극 전반의 중심 코드는 따스함이었다.
최근 한국에서 교사와 학생, 그리고 보호자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에 대한 보도를 접하는 중에 30년도 더 된 그 시절의 교실 풍경이 선사했던 따스함이 아득하게 그리웠다.
17년 전, 이곳 멕시코에 왔을 때 내 나이 스물에 봤던 <천사들의 합창>은 이곳 동료들과 나 사이에 대화를 끌어갈 수 있는 하나의 공통 소재이기도 했다. 아르헨티나 작품을 멕시코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어린이 연속극이었고 이곳 제목은 <회전목마>였다. 멕시코에서도 많은 성인 시청자를 확보했다고 하고 동료들도 대부분 <회전목마>의 히메나 선생님부터 톡톡 튀는 학생 캐릭터들을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드라마이고 게다가 사립학교를 다룬 소재이다 보니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진 이야기였다는 말을 덧붙인다. 한마디로 멕시코의 모든 학교가 다 그렇진 않다는 말이다. 공교육의 허점이 많은 멕시코의 수많은 학교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존재했을 것이다. 분명히 그렇다.
최근 한국에서 학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화 나는 일, 황당한 일, 그리고 슬픈 일을 보면서 멕시코는 어떨까 생각해 봤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다른 점들이 있기에 몇 가지만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말해두고 싶은 점은 어떤 부분은 한국에 비해 선진적이고 또 어떤 부분은 한국에 비해 후진적이라는 사실이다. 둘 중 어느 나라도 모든 면에서 월등하거나 반대로 모든 면에서 열등하지 않았다.
보호자가 개입하려면 반드시 학교장 통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