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기자 살해로 악명이 높다. 2022년 한 해 동안, 멕시코에서 열 세 명의 기자들이 피살되었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 보다 더 많은 숫자의 기자들이 멕시코에서 피살되었다. 시리아에 이어 세계 두 번째다. 물론 '정상국가' 중에는 단연 1위다. 2000년 이후 22년 간 157명의 기자가 피살되었다. 기자 피살은 대부분 탐사 취재 과정에서 일어난다. 특히 마약 카르텔 관련 기사를 쓰는 기자들은 피살로 목숨을 잃지 않더라도 납치되거나 살해 협박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간 피살되거나 실종된 기자들의 사진이 멕시코 대통령 궁 앞 헌법 광장에 전시되어 있다.
Articulo 19
대신 시로 고메즈는 오랜 시간 지상파 채널 메인뉴스 앵커로 활동했기 때문에 전장으로 친다면 비교적 안전한 후방의 수뇌부 격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시로 고메즈 정도라면 언론인 중에서도 거물급이기에 어지간한 절박함과 위험부담을 수반하지 않고는 그 어떤 세력도 섣불리 피격을 시도하기 힘들다.
피격이 가해진 곳 역시 수도의 고급 주택지였다. 집집마다 대문 밖에 초소를 지어 무장 경비를 두고 곳곳에 CCTV가 설치된 곳이다. 아무리 봐도 그를 제거하고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쉽게 계산되지 않는다.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기자들과 언론인들은 시로 고메즈에 대한 피격을 현 정부의 언론 탄압으로 몰고 갔다. 대통령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Andrés Manuel López Obrador, 이하 AMLO)가 언론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조장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간 보수 성향을 갖는 언론을 적대시해 온 결과라는 것이었다. 시로 고메즈가 속한 방송사 역시 보수 성향이 강한 편이고 그 역시 늘 대통령 AMLO와 대척점에 있었으니 대통령의 언론에 대한 태도가 결국 시로 고메즈에 대한 피격을 불러왔다는 주장이었다.
대통령과 언론의 갈등 때문에?
즉각적으로 200여 명 가까운 기자와 언론인들이 현 정부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며 성명서를 냈다. 동시에 시로 고메즈의 피격뿐 아니라 악명 높은 언론인 피살에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뉘앙스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규탄 대상이 된 대통령의 반응 역시 즉각적이었다. 언론이 이번 사건을, 당선 이후 보수 진영의 반대를 불사하며 추진해 온 자신의 근간 정책을 방해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규탄 성명서를 낸 기자들에 대해 보수왕국의 개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멕시코 현 대통령 AMLO와 언론 간의 갈등은 오래된 문제다. 2006년 대선을 시작으로 2018년 당선되기까지, 그리고 당선 이후 계속하여 보수 성향 언론들과의 갈등이 첨예하게 불거졌다. 당선 이후 부정부패 척결을 제 1과제로 내세우고 그간 방대하게 유용된 기관 예산을 축소하고 이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로 돌리는 과정에서 보수 세력과 끊임없는 갈등이 파생되었다.
그 스스로 '대변혁'이라 부르는 정책을 통해 공공기관의 방대했던 예산을 삭감하고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올리고 노인과 학생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고 공공서비스에 대한 공영화 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보수 성향 언론들은 연일 비판적 혹은 부정적 기사들을 쏟아냈다. 이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신과 정책을 비판한 일부 보수 언론의 뉴스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가짜 뉴스'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해왔다. 이에 언론사들은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다시 뉴스를 쏟아내며 정부와 대립의 각을 세웠다.
시간이 갈수록 서로 간 공격 수위가 거칠어졌다. 기회가 될 때마다 일부 언론사들의 '가짜 뉴스'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던 대통령은 2021년 6월에는 매일 아침 각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주재하는 정례 기자회견에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라는 제목의 세션을 신설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이 세션에서 언론사들의 '가짜 뉴스'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확인하며 비판했다.
정례 기자회견장에서 가짜 뉴스로 지적된 해당 언론사들의 기자들과 충돌이 없을 수 없었다. 대통령과 언론의 대립이 갈수록 첨예화되는 가운데, 서로의 공세는 더욱 거칠어졌다. 지난 2022년 11월부터 대통령은 '누가 거짓말을 하는가?' 세션을 일주일에 한 번에서 매일 하는 방법으로 횟수를 늘렸다. 그 와중에 일부 보수 언론을 향해서는 외설잡지, 삼류소설 혹은 보수정권의 나팔수라 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