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스매싱으로 유명한 미겔의 할머니, 도냐 엘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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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무시한, 멕시코 가족의 범위
멕시코에서는 가족의 범위가 상당히 넓다. '사돈의 팔촌'쯤 되는 관계도 멕시코에서는 기꺼이 가족의 범주에 든다.
처음 멕시코에 살게 되었을 때 직장 동료나 이웃이 자신의 조카 혹은 사촌 생일이라고 초대하는 것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본인 생일이라도 갈까 말까 한데, 아니 사촌 생일이라니, 심지어 조카 생일이라니. 그래도 직계와 방계라면 양호한 편. 혹 사돈의 팔촌 범주에 들지 못하는가 싶으면 가톨릭 문화권 안에 존재하는 대부(Compadre) 혹은 대모(Comadre)로 엮였다. 이건 분명히 가족관계의 빅뱅이다. 아무래도, 멕시코에서 가족이란 가히 사해동포주의와 다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불쑥불쑥 들곤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매년 졸업식마다 졸업생 한 명당 초청할 수 있는 가족 수를 20명으로 제한한다. 제한이 없다면 30-40명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멀리 살아도, 사나흘 간 로드트립을 마다 않고 친척의 졸업식이나 생일잔치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하고 혹 영광스럽기까지 한 일이다.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을 가질 법도 한데, 그건 나만의 생각일 뿐. 이들 대부분은 덕분에 혹은 핑계 김에 그간 멀리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 얼굴 한 번 보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둔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내가 도무지 따라갈 수 없는 사고의 간극이다.
이런 나라에서 노인의 삶은 어떨까? 고독과 독거가 기본 값으로 깔리는 여느 나라의 노인들과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0.1%만 '버려진다'?
2023년 현재 멕시코 인구 1억 3천만 명 중 1800만 명이 60세 이상이다. 전체 인구의 14%다. 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 라고 묻는다면, 영화 <코코> 속 두 할머니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답이 나온다.
멕시코에서는 대부분의 노인들이 여전히 자신들의 가족과 함께 산다. 통계에 따르면 열에 아홉 명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가족들과 함께 살며 그들의 보살핌을 받는 것으로 조사된다. 83%는 직계가족(배우자와 자녀)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11%는 가족이 고용한 제3자로부터 보살핌을 받는다. 두 경우 모두 노인 자신의 집 혹은 자녀의 집에서 보살핌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