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연금은 1997년 7월 1일 개정됐다. 연금법 개정 이전 가입자들의 퇴직 이후 수령 연금은 근무 기간 자신의 마지막 급여와 큰 차이 없는 반면, 이후 가입자들은 자신의 마지막 급여의 30% 정도를 수령하게 되는 차이를 보인다. 또한 개정 이전 가입자들이 퇴직 이후 연금을 수령하기 위해 최소 500주(약 10년)의 연금 납입 기간을 필요로 했던 반면, 이후 가입자들은 최소 1250주를 납입해야 하는 조건이다. 퇴직자 상당 수가 1250주를 채우지 못해 연금 수령으로부터 소외되는 상황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자, 현 정부는 2021년 1997년에 개정된 연금법 일부를 조정하였다. 연금 수령을 위한 근무 주 수가 최소 1250 주에서 750주로 일시 하향 조정되었고 2031년까지 점차 증가하여 1000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덕분에 기존 1250주를 채우지 못해 연금 수령 대상자가 되지 못했던 퇴직자들 상당 수가 적은 액수이지만 연금 수령 대상자로 전환될 수 있었다.
멕시코정부
한국의 퇴직과 멕시코의 퇴직
그간 살아오면서 이곳 멕시코가 한국과 '다르다'고 느낀 점 중 하나가 퇴직에 임하는 마음이다. 한국에서 봐왔던 퇴직은 뭔가 우울하고 막막하고 씁쓸한 느낌인데 이곳의 퇴직은 우중충한 월요일의 기분을 금세 금요일 오후 정도로 전환시켜버릴 수 있을 만큼의 막강한 해피파워를 갖는다.
한국에서의 퇴직이 소진, 박탈, 상실 정도의 의미라면 멕시코의 퇴직은 곧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한국에서의 퇴직이 싫음에도 맞이해야 하는 일이라면 멕시코에서의 퇴직은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 누리는 달콤함이다. 퇴직은 드디어 일을 하지 않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자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한국에서의 퇴직은 하고 싶은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음과 그에 따른 급여의 중단 혹은 감소에 중점이 맞춰진다. 반면 이곳 멕시코에서는 더 이상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과 연금 수급 개시에 방점이 찍힌다. 직종 별로 퇴직 가능 연령이 다르지만 빠를수록 좋다. 모든 노동자들이 퇴직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퇴직이 권리로 인식됨과 동시에 여전히 연금 시스템이 노동자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퇴직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연금법이 개정된 1997년 7월 이전 직장을 통해 연금 납부를 개시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퇴직 전 마지막 5년간 받았던 기본 급여 평균 정도에 달하는 연금을 수령한다. 매년 물가상승률이 반영되고 12월에는 연말 보너스도 더해진다. 최초 납입 시점 당시 정규직이었든 비정규직이었든 상관없다. 아르바이트생이라도 1997년 7월 이전 직장에서 단 한 번이라도, 그리고 아무리 작은 소액이라도 급여를 받고 이를 통해 사회보장 번호가 발급되었다면 개정 이전 연금법 적용 대상이 된다.
호세네 가족이 아버지의 퇴직을 기뻐하며 지난 주말 이틀 간 성대한 파티를 벌인 것도 이 맥락에서 이해가 된다. 호세의 아버지는 시내에 있는 작은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을 했고 60세가 되어 퇴직할 수 있었다. 호세 아버지는 앞으로 일을 하지 않고도 자신이 최종 5년 동안 받았던 평균 기본급 수준을 연금으로 받게 될 것이다. 성대하게 축하할 만한 일이다.
글쎄, 대한민국 사람들 입장에서는 '일을 계속 한다면 기본급 이외에 수당도 받을 수 있으니 굳이 퇴직을 꿈 꿀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하기도 할 텐데, 멕시코 사람들의 입장은 다르다. 조금 덜 받더라도 하루 모두를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퇴직 이후의 삶을 선호한다.
사실 1997년 연금법 개정으로 이후 가입자들은 이전 가입자들에 비해 한참 불리한 수준으로 연금을 수령한다. 몇 년 만 지나면 퇴직자 대부분은 1997년 이후 법 적용을 받게 되고 이 때 어떤 사회적 변화가 발생할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퇴직이 기대되고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