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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이 낳은 나비효과... "바람직한 일"

[인터뷰] 국회 정개특위 남인순 위원장 "'정치개혁 해야 된다',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23.01.09 20:29최종 업데이트 23.01.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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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이렇게 (국민들의) 관심이 많을 거라고 생각은 안 했지만..."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계획을 설명하던 남인순 위원장이 웃으며 말했다. 

정개특위는 연초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요즘 부쩍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인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언급한 1월 2일자 <조선일보> 인터뷰가 계기였다. 여기에 김진표 국회의장도 긍정적으로 반응하며 '3월 중순까지는 선거제도를 확정하자'고 제안하자 여야를 떠나, 방식을 떠나 '선거제도가 이렇게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남 위원장은 이 분위기를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했다.

정치는 국민의 관심을 먹고 자란다. 국민이 외면하는 정치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치는 국민들의 관심을 잃기 직전이다. 국회는 매번 국가기관 신뢰도 조사에서 꼴찌를 달리고, 정치인은 '맨날 싸우기만 한다'고 지탄받는다. 국민은 '정치야말로 개혁 대상 1위'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남 위원장은 "그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고, 뭔가 변했으면 하는 열망이 있다"며 "그래서 지금이 정치개혁의 적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단 정치가 제대로 변하려면 조건이 있다. 또 '관심'이다. 남 위원장은 2020년 총선 당시 다당제 실현을 위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했지만, 위성정당 사태로 사실상 양당제가 되어버린 현실을 되짚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제도가 급변한 점 역시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여러 차례 "국민에게 물어봐야 한다", "숙의를 거쳐"란 표현을 써가며 이번에는 꼭 국민과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거구제 : 하나의 선거구에서 1인을 선출하는 방식은 소선거구제, 2~4인을 선출하면 중선거구제, 5인 이상을 선출하면 대선거구제. 현재 지역구 의원 253명은 소선거구제 하에서 선출되고 있음.
비례대표제 : 지역구 선거와 비례 대표 선거가 무관한 병립형과 두 선거 결과를 합산해 의석 수를 조정하는 연동형이 있음. 한국은 병립형으로 비례의석을 배분해왔으나 2019년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전체 비례의석 47석 중 30석은 연동형, 17석은 병립형을 적용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함.

"'정치 불신=무관심' 아냐... 그만큼 변화 열망하는 것"

- 총선을 앞둔 중요한 시기에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여야 합의로 정한 주요 안건들이 있지만, 나름 '이건 꼭 해야겠다'고 고민한 것도 있을 텐데.

"'국회법이 정한 시간을 지켜가면서 작은 합의라도 꼭 이뤄내자.' 정개특위가 논의만 무성하다가 결론을 못 내리는 경우를 워낙 많이 봐서(웃음). 

안건은 8~9개 정도인데(2022년 7월 22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 사항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 법사위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검토, 예·결산 심사 기능 강화, 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 규정 정비,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제도 보완,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 상임위 권한·정수 조정, 교육감 선출방법 개선, 지구당 부활, 선거운동 규제 중심의 공직선거법 개선, 기타 여야 간사 합의 사항 - 기자 말), 우리 국회가 가장 변했으면 하는 부분은 '국회가 국민의 얼굴을 닮아야 하지 않겠나'라는 것 같다. 

보통 '50대·남성·엘리트' 중심의 국회라고, 국민의 얼굴을 닮지 못했다고 이야기하지 않나. 사실 이 문제의식으로 2020년 총선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는데, 위성정당 문제로 제 기능을 못했다. 또 선거개혁이 검찰개혁과 엮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우린 합의 안 했으니까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계속 얘기한다. 저는 그래서 이번에는 가급적이면 여야 합의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곧 국민적 합의이고."

- 지난해 12월 3주차 NBS조사에 따르면 국가기관 가운데 국회는 압도적인 신뢰도 꼴찌(15%)였다. 또 <경향신문> 신년 여론조사에선 '개혁이 시급한 분야' 압도적 1위가 정치(43.4%)였다. ''정치를 못 믿겠다'고 하는 만큼 '정치가 변해달라'고 원하는 상황인데.

"민주화 과정에서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꿔서 30년 이상 했는데 그 결과 정치가 너무 양극화했다. 중간지대가 없어졌다. 또 (현재 선거제도는 단 한 사람만 뽑는 방식이라서) 소위 '사표'가 많다 보니 (선거 때는 정치에) 관심을 가졌다가 혐오 내지 무관심으로 돌아선다고 본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은 '불신=무관심'이 아니라 '관심은 있는데 못 믿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정치개혁의)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또 우리나라 인구 20%가량이 정당에 가입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 <2021년도 정당의 활동개황 및 회계보고>에 따르면 총 1042만 9577명이 정당원으로 인구의 20.2%, 유권자의 23.6% - 기자 말). 이렇게 당원이 많은 나라가 세계적으로 없다. 그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고 뭔가 변했으면 하는 열망이 있다. 이걸 긍정의 에너지로 바꿔내는 것이 제가 정개특위에서 해야 할 일 아닐까."
 

남인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언급했고, 김진표 국회의장도 화두로 던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언론에서도 정치개혁 의제를 주목하고 있다. 

"원래 1~2월에 정치개혁특위 활동을 본격화하려고 했는데 국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먼저) 얘기하니까 국민들 관심이 당연히 높아지고, 언론 관심도 높아지고, 정당들도 활발하게 움직이게 됐으니 어쨌든 바람직한 일이다. 시민사회단체에서도 계속 면담 요청이 들어온다."

"'꼼수' 없는 독일... 우린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 못했다"

- 정개특위에서 지난해 말 독일, 아일랜드, EU의회도 다녀왔다. 각각 어떤 점들이 참고할 만했나.

"유럽은 대부분 비례대표제를 운영하면서도 그 방식이 여러 가지다. 아일랜드의 경우 하원선거는 40개 선거구마다 4명 정도 뽑는 중선거구제에, 단기이양식(하나의 투표용지에 후보별 선호순서를 표시, 일정 비율 이상 득표한 당선자의 남은 표는 차순위 후보에게 넘겨서 나머지 당선자를 채움)이다. 비례대표제에 가깝지만 유권자가 후보를 직접 선택하기 때문에 '내가 선택한 사람이 내 대표가 됐다'는 만족감이 높다더라. 제3, 4당까지 고르게 지지를 받아 의회에 진입하기도 했고.

유럽의회는 인구 비례로 국가별 의원을 뽑는데 작은 나라여도 최소 의석 6석을 보장하는 역진비례제를 실시한다(몰타, 룩셈부르크, 키프러스 등이 해당). 한국은 지역구를 인구 수로 정하기 때문에 농어촌 지역은 4~5개씩 합친다. 그러다 보면 같은 생활권이 아닌데 묶여버리고, 정치인의 지역대표성이 떨어진다. 국민적 합의를 거쳐 인구 소멸 지역의 특성을 감안한 예외 규정을 두는 방안 등을 검토할 때 유럽의회 방식을 참고하기 위해서 방문했다."

-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독일을 참고한 제도인데, 한국과 무엇이 달랐나.

"독일은 지역구(299석)와 비례의석(299석) 비율이 1대 1이라 큰 부작용 없이 잘 정착했다. 또 예를 들어 정당지지율이 30%인데, 지역구 의석이 30%를 넘으면 이 초과의석을 인정해주고, 다른 정당 의석 수를 그만큼 보정한다. 의석 수가 계속 늘어나 비례의석 수가 400석 가까이 되면서 다음 선거(2025년 총선)부터는 초과·보정의석을 제한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국은 위성정당 문제가 있지 않았나. 독일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정당 득표율 5% 이상 또는 지역구 당선자 3명 이상이라는 봉쇄조항이 있기 때문에 위성정당을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더라. 5%를 득표하기가 쉽지 않아서. 이번에도 좌파당이 4.9%를 득표해서 봉쇄조항에 걸릴 뻔했는데 지역구 3석을 확보해서 비례의석을 가져갈 수 있었다더라. 그만큼 5%란 기준이 높아서 위성정당이 생길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한다. 

또 위성정당은 일종의 꼼수 아닌가. 독일 정치문화에선 도저히 국민들이 '꼼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더라. 그 얘기를 들으니까 우리는 지난번에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어떻게 작동한다든지, 정당투표가 왜 중요한지 등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구나 싶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존에 활동해온 소수정당의 의회 진입을 위한 제도라는 점을 잘 설명해야 했는데... 제도 자체를 선거 한 달 전에 결정하는 바람에 부작용을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면도 있었다."

- 이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 방안으로 '2~4인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했다.

"선거구제는 정답이 없다. 다른 나라를 봐도 시대정신에 맞는 제도를 선택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지금 거대 양당이 대결의 정치를 펼치면서 기후위기나 인구문제 등 미래 의제가 사라지고, 당면 현안들을 해결하는 부분도 정쟁화하는 정치양극화가 문제라고 하자. 그런데 정치양극화의 원인은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때문이니까 그 보완을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 것 아닌가. 하지만 이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 원인을 찾다보니까 '비례의석 수가 너무 적다, 그런데 의원 정수 확대는 국민들이 반대하니까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게 방법이다, 그러려면 중대선거구제 같은 형태를 고민해봐야 하지 않냐'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방안이 뭘까'라는 고민과 연결된 문제다. 이걸 '소선거구제 아니면 중대선거구제'라는 식으로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중선거구는 문제가 있다. 보통 4인 이내 선거구인데, 우리가 지방의원 선거에서 해봤지만 4인 선거구면 대부분 양당이 나눠 가져간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5인 선거구를 시범실시한 결과 소수정당 비율이 조금 늘지 않았나. 그러니까 5인 정도까지 규모가 늘어나야 소수정당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

"정치개혁 실현 가능성? 지금 느낌은..."
 

남인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어쨌든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인데, 민주당은 그 해법으로 '비례성 확대'를 말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옛날로 돌아가자'거나 아예 '비례대표 폐지'까지 주장하고 있다. 위원장으로서 조율이 쉽지 않을 듯한데.

"지난 선거는 위성정당으로 인해 거대 양당이 전체 의석 98%가량 차지했던 점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다시 병립형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연동형이 제대로 작동할까를 놓고 의원들끼리 토론하고, 투표도 하고, 국민들에게 물어봐서 (개선책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나."

- 사실 2020년에는 국회 안에서만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이뤄져버렸다. 제대로 바꾸려면 이번엔 달라야 할 텐데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일단 정당별 또는 정개특위 토론회 등을 할 수 있을 테고, 지난해 이미 발주해놓은 여론조사도 있다. 또 500명 정도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서 계속 토론하고, 마지막에는 표결에 붙인 다음 거기서 나온 결론을 중요하게 참조해서 결정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 선거학회, 정당학회 등 여러 전문가들이 지난해부터 국회와 협업해서 진행 중인 연구 프로젝트가 있다. 그게 2월쯤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그런 내용들을 바탕으로 좀 좁혀진 안을 갖고 전문가 FGI 등을 해서 다양한 여론을 수렴할 계획이다. 일단 공론화위원회는 국회 예산에 반영된 부분이 있어서 신청할 예정이고, 여야 간사끼리 의논해달라고도 요청해뒀다."

- 과제는 쌓여있지만 정개특위 활동은 4월 30일까지다. 남은 시간 동안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그냥 느낌은 '가능하지 않을까'다. 그동안은 '정치개혁은 너무 어렵다'고들 하고, 또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해와서 늘 잘 안 됐다. (개혁의 대상인) 국회의원이 직접 한다는 면에서도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주체 부분은 국민 여론을 들어서 결정할 수 있는 장치를 두려고 하고, 시간적으로도 선거까지 아직 1년 넘게 남았다. 또 정치권이든 시민사회든 전문가든 다 관심이 높다. 

언론만 관심을 가져주면 된다(웃음). 이 사안을 너무 정쟁으로 소모하지 말고 차분하게 하나하나 쟁점별로 토론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저도 11년째 정치하지만, 이제는 정말 '정치개혁을 해야 된다'는 게 목구멍까지 차오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NBS 12월 3주차 정례조사 : 2022년 12월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20.0%.
- 경향신문-메트릭 신년 여론조사 : 2022년 12월 30~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으로 실시.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