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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거론, 못내 찜찜한 이유

[선호투표제로 바꾸자②] 한국 사회에는 선호투표제가 필요하다

23.01.03 10:55최종 업데이트 23.01.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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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중대선거구제 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대선 후보 시절에도 "개헌보다 중요한 것이 선거구제 개편"이라고 한 바 있어 뜬금없지는 않고, 웬일로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인가 싶다. 다양한 민의의 반영을 위해 선거구제 개편이 필수적이라는 데에 보수 정당의 대통령도 이제 시민사회의 논의를 고려한다는 생각이 들어 다행이라 생각한다.

다만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항상 거대 양당의 이해득실 씨름 끝에 소수정당이 정치적으로 소외된 결말을 맞았다는 데에서 선거구제 개편만으로는 안 된다고 본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에 3인 선거구에 출마했던 진보정당 출신의 후보로서, 선거구제만으로 정치개혁은 어렵다고 본다. 2024년 정치개혁이 시작되려면, 선거구제가 아니라 투표제 자체가 변화해야 한다.
 
사표가 무효표보다 나을까?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월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함께 손을 잡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제20대 대통령 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거대 양당의 후보들이 받은 표는 96%를 육박했다. 당선자인 윤석열 후보가 받은 48.56%를 제외한 나머지 과반이 넘는 유효표는 결국 유권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죽은 표'가 되었다.

초기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했던 2030세대의 여성 유권자는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걸은 윤석열을 막고자 '팔 자르는 심정'으로 이재명을 찍었다. 그럼에도 이재명의 부족이 아닌, '윤석열 당선시킨 심상정'이라는 프레임만 형성되어 여전히 잔존한다.

반면 선거 기간 후보 등록 이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가 각각 윤석열, 이재명과 단일화를 했다. '강제 무효' 처리가 된 재외국민 투표나, 본 투표에서 사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나온 '속은 무효표'가 총 10만 3천표 정도로 추정된다(참조: 경향신문 2022년 4월 7일자, '안철수, 김동연 사퇴로 생긴 무효표는 얼마였을까'). 전체 무효표의 절반에 육박한다.

본 선거 초기 지지율 10%를 넘었던 안철수의 사퇴는 제3의 정치세력을 원했던 유권자의 선택을 배신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히려 선거를 완주한 심상정이 단일화하지 않은 이기적인 정치인이 된 역설적 상황만 남았다.

'순위선택투표제'라고도 불리는 선호투표제가 많이 받는 비판 중 하나가 무효표가 많다는 것이다. 전체 후보를 파악하고 순위를 선정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효표가 나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선호투표제라는 제도를 처음 접하게 되면 단순다수제가 익숙한 우리는 대개 '그래도 사표가 무효표보다 낫지 않나?'라는 생각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비교해보자. 정말 단순다수제의 사표가 선호투표제의 무효표보다 나을까?

앞서 지난 대선 결과를 서술한대로 단순다수제에서 무효표가 나오지 않는 것도 아니며, 그 비율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또한 각기 다른 선거제 간에 비율차로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겠으나 선호투표제를 채택하는 호주의 무효표 발생률이 5~6% 수준이라고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과연 한국의 과반을 넘는 사표 발생이 무효표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승리하는 단순다수제 선거는 흑색선전의 정치 양극화를 넘어서서, 한국에서는 당선 이후 상호간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보복 정치의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전 정권과의 비교는 기본이고 협치는커녕 선거 기간에 받았던 정치적 공격을 되갚아주기 바쁘다.

정치인뿐 아니라 지지층 역시 마찬가지로 두 후보의 득표차가 적을수록 지지층 간 대립은 격렬해진다. 심지어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숫자도 점차 늘고 있다. 정책 대결이 이토록 격렬하다면 정치적 자산이라도 남기겠으나, 양당 후보의 공약집만 놓고 보면 구분이 안 될 만큼 정책적 차이도 없다. 

필자가 1회차 연재에서 아일랜드의 신페인 사례에 주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책을 두고 정치적 입장차를 경쟁하는 양당 체제가 아니라, 역사적 흐름에서 형성된 보수정당과 자유주의정당이 만든 양당 구도가 한국과 매우 흡사하다. 양당 체제 하에서 군소정당이 낮은 지지율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한 것도 유사하다. 그렇다면 다양한 시민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해야 하는 정당 정치 본연의 책임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성공 모델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개혁의 시작, 결국 기표 방식의 획기적 변화에서 찾아야
 

제20대 대통령선거일인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현대태권도 체육관에 마련된 화곡8동 제5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비록 전체 선거구에 시행하지는 못했으나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한 지역이 있었다. 그러나 심지어 5인 선거구에서도 군소정당은 당선 결과를 내지 못했다. 실패의 이유에는 군소정당의 경쟁력 부족도 있고, 중대선거구제 선거구에 복수 후보를 공천하는 양당의 기득권 유지의 관성도 공존한다.

군소정당의 경쟁력 부족은 한편으로는 억울한 측면도 있다. 정당의 자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권자가 이를 인지할 만한 모멘텀이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이 가진 정치의 기득권에는 정당 규모에 따른 조직력, 자금 동원력뿐만 아니라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형성된다. 일례로 원외정당인 군소정당은 언론 보도량이 극히 미미한 관계로 당적 자원을 자체 홍보팀에 쏟아 붓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심각하게 공고해진 양당 중심의 대결 구도가 중대선거구제 시범 실시 정도로 해체될 수준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시범 실시 선거구 중에는 5인이 당선되는 기초의회에 거대 양당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너댓명씩 공천한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이러한 선거구 유권자에게는 결국 정치개혁에 대한 효능감은 느낄 일이 없고, 선거 기간 후보가 많아 시끄러운 동네가 되었을 뿐인 것이다.

복수의 정당을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하게 만들 정치개혁 법안을 양당 정치인도 제시하고, 심지어 대통령도 거론한 바 있으나, 유권자인 시민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야기일 뿐이다. 유권자에게는 '다양한 국민의 얼굴을 닮은 국회가 내 삶을 어떻게 바꾼다는 것인지' 설득된 적 없는 채로 정치권만 설레발인 또 하나의 이권 다툼 이상이 되지 못할 것이다.

정치개혁의 시작은 결국 기표 방식의 획기적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선거구 내에 선출정수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투표 용지에 단 하나의 도장을 찍는 단순다수제식 사고방식으로는 거대한 정치개혁을 꾀할 수 없다.

필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도입 거론을 못 내 의심쩍어 하는 이유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필수 항목인 '동일 선거구 내 복수 공천 금지'가 선행된다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못 박지 않고는 결국 중대선거구제 도입의 결과가 다시 거대 양당의 의석수 확대라는 끔찍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기시감이 든다.

그리고 이 '복수 공천 금지'라는 필수 항목이 정치개혁 논의를 통해 실현될 것인가에도 매우 부정적인 기시감이 들기에, 선거구제가 아닌 투표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바이기도 하다.

모든 후보를 다 고려해보고 비교하게끔 만드는 선호투표제로의 전환은, 그래서 필요하다. 연정과 협치, 다당제 확립과 같은 정당 정치의 발전을 이끌기 위함이다. 특히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최대한 발현되는 것이 우리가 줄곧 찾아왔던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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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마해봤습니다, 정치개혁은 투표제를 바꿔야합니다 http://omn.kr/224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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