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내 극장, 목욕탕을 지나야 입구 독립다큐멘터리 독립상영 프로젝트, '마침 내 극장, 목욕탕을 지나야 입구' 포스터. 2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 간 독립 다큐 8편을 상영한다.

▲ 마침 내 극장, 목욕탕을 지나야 입구 독립다큐멘터리 독립상영 프로젝트, '마침 내 극장, 목욕탕을 지나야 입구' 포스터. 2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 간 독립 다큐 8편을 상영한다. ⓒ 마침 내 극장, 목욕탕을 지나야 입구


젊은이가 설 자리 없는 세상이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고 살 수 있는 집이 없고 돈 없이는 즐길만한 것도 없다. TV 프로그램과 극장, 하다못해 인터넷 공간에서까지 밀려난 이 시대 젊음들은 발 딛고 일어설 공간을 찾아 바깥으로 바깥으로 한없이 밀려난다.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예술이라지만 젊은 예술인이 처한 상황은 결코 덜하지 않다. 영화, 특히 독립 자본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를 찍는 사람이라면 굳이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영화를 찍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완성된 작품을 관객에 보이는 건 더욱 어렵다.

멀티플렉스 안 아트하우스가 성업할지언정 지역 독립영화관은 줄줄이 폐업하는 게 현실이다. 홍보가 되지 않아 돈이 벌리지 않는 영화를 누가 선뜻 걸어줄까. 그것이 우리 사회를 더 낫게 만들 작고 소외된 목소리라 해도 말이다.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는 건 청춘된 도리가 아니다. 여덟 청춘이 작은 카메라 하나에 세상을 담아 전하겠다고 분연히 떨쳐 일어난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이들이 지난 수년의 시간을 들여 찍어낸 영화엔 그들 각자가 관심을 가진 이야기가,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가 차곡차곡 담겼다.

그렇게 완성된 영화들이 둘도 없는 극장에서 내달 3일부터 3일 간 상영을 앞두고 있다. 장소는 아현동 목욕탕 행화탕 뒤쪽 2층짜리 주택과 창고를 개조해 마련했다고 전한다. 이름하야 '마침 내 극장, 목욕탕을 지나야 입구!' 프로젝트다. 기획자 김다영, 신혜린씨를 비롯, 여덟명의 다큐멘터리 감독 강유가람, 강희진, 김석, 부성필, 오쟁, 오현진, 조이예환, 최현호씨가 참여했다.

언제나 그렇듯, 예술의 완성이란 수용자를 통해서야 비로소 이뤄진다. 부디 이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관객이 이곳을 찾아 한국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조이예환 감독과 만나 진행한 인터뷰를 소개하려 한다. 이번 인터뷰는 조이 감독의 신작 <불빛 아래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두산그룹의 중앙대학교 기업화 논란을 소재로 한 전작 <사람이 미래다?>에 이은 두 번째 작품으로, 홍대지역에서 활동하는 록밴드 세 팀의 지난 4년여의 시간을 담았다.

인터뷰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영화 팟캐스트 <블랙리스트: 선택받지 못한 놈들> 감독초대석 코너에도 담길 예정이다.

'잘 나가는 홍대밴드 세 팀의 4년', 신작다큐 <불빛 아래서> 조이예환 감독

조이예환 신작 <불빛 아래서>를 3일 독립영화 독립상영 프로젝트 '마침 내 극장, 목욕탕을 지나야 입구'를 통해 발표하는 조이예환 감독.

▲ 조이예환 신작 <불빛 아래서>를 3일 독립영화 독립상영 프로젝트 '마침 내 극장, 목욕탕을 지나야 입구'를 통해 발표하는 조이예환 감독. ⓒ 조이예환


- 영화 잘 봤습니다. 전작과 상당히 다른 분야를 다뤘는데 기획의도가 궁금합니다.
"소위 홍대씬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는 걸 좋아했어요. 결정적인 계기는 미국에 오래 있으면서 여러 공연을 보러 다닌 시기가 있었는데, 이후에 한국에서 공연을 볼 때 궁금증이 들었어요. 한국 밴드들이 미국에서 팬층이 두꺼운 뮤지션에 비해 부족할 게 없는 실력을 가졌는데 왜 성공하지 못할까 하는 거였죠. 기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걸 소개하자는 모토가 있는 데다 이 부분이 궁금하기도 해서 촬영하게 됐습니다."

- 영화엔 '로큰롤라디오', '웨이스티드 쟈니스', '더 루스터스' 세 밴드가 등장합니다. 많은 밴드 가운데 이들을 선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엔 (촬영할 수 있는) 팀이 좀 더 있었고 실제 촬영도 다섯 팀으로 시작했어요. 일단 좋은 밴드는 다 촬영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중간에 고민의 지점이 생기더라고요. 큰 틀에서 모두 인디뮤지션이라 불리지만 대중적인 성공과 상관없이 우리만의 중심이 있는 음악을 밀고 나가겠다는 스피릿 강한 팀이 있고 대중적인 음악을 하면서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팀이 있는데 스피릿이 강한 팀은 나중에 따로 다루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 대중적인 가능성이 있는 밴드 중심으로 좁혀나갔습니다."

- 결과적으로 말하면 대중적으로 좁혀진 세 밴드 모두가 성공에 다가서지 못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이 "내가 하는 음악이 팝이 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장면까지 있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죠. 영화를 찍으며 이 부분에 대해 많이 생각했을 텐데, 감독이 생각하는 문제는 뭔가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미디어 노출이 약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SNS를 통해 접하기도 하지만 절대적인 다수는 매스미디어의 영향 받는 게 현실인데 (매스미디어를 통해) 이들 밴드가 소개될 기회가 없어요. 영화로 치면 몇몇 블록버스터에 스크린이 치중되는 것처럼 이 밴드들도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 영화 쪽을 보면 지난해 개봉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나 <트루스>, <우리들> 같이 본 사람들이 모두 호평을 내놓고 사회적으로 논의될 가치도 충분한 영화가 주류 매체에서 소외받는부분이 있죠.
"음악의 경우엔 더 한 게, 영화는 돈을 투자한 만큼 바로 차이가 발생하는 지점이 있지만 음악은 꼭 그렇지도 않아요. 메이저 기획사에서 만드는 음악보다 인디 쪽에서 만드는 음악이 음악 자체만으로 보면 오히려 돈이 더 들어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이가 나는 지점은 홍보나 마케팅이라고 생각해요. 인디밴드가 돈을 써서라도 알리고 싶어도 기회 자체가 없으니 못 쓰는 경우도 있고요."

- 2012년부터 영화를 찍었는데 결과적으로 세 밴드가 모두 목표를 달성하진 못했습니다. 영화를 시작하며 예상했나요?

"솔직히 말하면 예상했어요. 1년에 홍대출신으로 성공하는 밴드는 한 두 팀 정도 될 거예요. 대단한 성공도 아니고 '음악으로 밥 벌어먹을 수 있다' 정도가 되는 팀이요. 2000팀이 활동하는 공간에서 한 두 팀이 음악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건 로또 당첨과 마찬가지 확률이죠. 촬영을 하면서 1, 2년 지날 때 어떤 팀이 굉장히 성장하는 모습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갖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했네요."

"홍대밴드 성공은 로또와 같아, 기회 공정하게 돌아가야"

불빛 아래서 2013년 데뷔한 로큰롤라디오 공연 모습. 로큰롤라디오는 2014년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EXO(엑소)를 제치고 올해의 신인상을 받는 등 주목받는 행보를 이어갔다.

▲ 불빛 아래서 2013년 데뷔한 로큰롤라디오 공연 모습. 로큰롤라디오는 2014년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EXO(엑소)를 제치고 올해의 신인상을 받는 등 주목받는 행보를 이어갔다. ⓒ 조이예환


- 외국에서 다른 밴드를 보고 왔을 때 홍대 밴드가 다르게 느껴졌다고 했는데 외국 밴드들이 주목받고 록스타로 성공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해 주세요.
"한국은 충분히 큰 시장인데 너무 쏠려있어 문제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미국은 기본적으로 로컬시장이 잘 돼 있어요. 무슨 뜻이냐면 홍대에서 밴드가 활동하듯이 외국에선 지역에서 활동하며 반응을 이끌어 모으고 팬층이 생기면 클럽에서 얻는 수익도 차이가 나게 되죠.

또 로컬 라디오도 잘 돼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음악 방송국이 굉장히 많아요. 사람들이 지역 라디오 방송을 많이 듣다보니 라디오를 통해 소개된 뮤지션을 보러 클럽이나 지역 공연장을 찾아가죠. 한국에선 전국 인디음악이 홍대로 모인다고 하지만 막상 공연장에 가보면 다 차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로컬시장이 잘 된 나라들은 지역 공연장이 차는 곳이 많아요.

지역에서 충분히 유명해지면 상위레벨 무대에 설 수 있고 라이브 무대에 계속 서다보면 로컬에서 더 큰 규모, 뮤직 페스티벌 같은 데 서서 돈도 더 받거니와 전국규모 무대에까지 진출하게 됩니다. 로컬이 잘 다져진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큰 방송국에서도 다양한 장르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존재하고 단기간에 인기가 떨어진다고 해서 바로 폐기되지도 않아요.

로컬시장에서 활동하는 밴드가 버는 돈이 우리 밴드들이 버는 돈보다 많기도 하죠. 로컬밴드가 활동하는 곳 중에선 인구 100만도 안 되는 규모의 도시가 있는데 수요라는 건 인구수보다 얼마나 문화가 다양하게 향유되느냐가 관건입니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선 특정 문화와 매체에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게 문제죠."

- 그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후반부에 등장합니다. 가장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밴드 모습을 가까이에서 비추면서 이들이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죠. 같은 의도인가요?

"이들이 좀 더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만약 이들이 성공을 했어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지금 현실에선 밴드의 성공이 로또 터지는 거랑 비슷한 걸요. 소위 <무한도전>에 나와야 성공하는 거죠."

"취직하지 않은 삶 사는 젊은이들에 응원됐으면"

불빛 아래서 2013년 데뷔한 웨이스티드 쟈니스 공연 장면.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홍대에서 꽤나 성공한 밴드로 손꼽힌다.

▲ 불빛 아래서 2013년 데뷔한 웨이스티드 쟈니스 공연 장면. 웨이스티드 쟈니스는 홍대에서 꽤나 성공한 밴드로 손꼽힌다. ⓒ 조이예환


- 3개 밴드에서 출발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화인데, 중간까지 보며 사실 종착역이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마지막 부분은 열린 결말로 끝나버리는데 어떤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건가요?

"이들이 소위 말하는 성공은 못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좌절로는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어요. 저도 마찬가진데, 예술계나 취직하지 않은 삶을 사는 젊은이들의 인생을 응원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끝맺음하고 싶었거든요.

현실은 어느 순간에 분절돼서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뮤지션에서 한 발짝 벗어나서 일반 청년들과 대화하는 느낌으로 영화를 마침짓고 싶었던 거죠. '봐라, 지금까지 뮤지션 이야기였는데 뮤지션들도 우리랑 똑같이 사는 사람이다' 이런 느낌이요. 쉽게 말해 이런 거예요. 제가 님들 팟캐스트 한다고 해서 대단한 건 줄 알고 인터뷰 왔는데... (웃음) 성공이든 성공하지 않았든 끝이 아니고 계속 이어지는 거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 5년 가까이 촬영했는데 편집과정에서 고생이 많았겠어요. 편집과정에 얼마나 시간이 들었나요?

"5년 동안 촬영했기 때문에 촬영분이 정말 많기는 했어요. 그렇지만 틈틈이 준비작업을 해둬서 촬영분이 많은 것 때문에 생기는 어려움은 없었던거 같아요. 다만 다큐멘터리 작업하는 사람들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찍은 샷들을 영화라는 형태로 구성하는 건 굉장히 어려웠어요. 어느정도 구성을 해 놓은 신도 최종적인 영화의 흐름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인지 최종적인 편집은 따로 6개월 정도를 할애했다고 생각해요."

- 이번에 행화탕에서 다른 감독들과 상영 프로젝트를 갖는데, 기대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생소하고 뜬구름 잡는 기획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게 작은영화 나름대로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거였어요. 상부상조 배급 프로젝트 '다큐유랑'이라고 관객을 찾아가는 상영 활동을 3년째 하고 있는데, 영화상영 형식 자체가 관객들에게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작은 영화들에 대한 관심, 극장 밖에서의 영화 관람에 대한 관심의 환기가 될 수 있다면 더 좋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와 팟캐스트 <블랙리스트: 선택받지 못한 놈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블랙리스트: 선택받지 못한 놈들 행화탕 마침 내 극장 조이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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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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