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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려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이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 세월호 선원 선고공판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려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이 피고인석에 앉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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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1시 51분, 숨 가쁘게 판결문을 읽어내리던 임정엽 부장판사(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가 호흡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마지막으로 공소사실 중 피고인 이준석, 강원식, 김영호, 박기호의 살인죄 및 살인미수죄의 성립여부를 살펴보겠다."

세월호 참사 210일째인 11일,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을 묻는 첫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선원 15명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가장 큰 쟁점이었던 승객 살인죄는 무죄로 선고했다. 이준석 선장과 강원식 1등 항해사, 김영호 2등 항해사, 박기호 기관장이 승객들이 위험한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먼저 빠져나온 것은 맞지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임 부장판사는 "유죄 인정은 법관이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력 있는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유죄 의심이 가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뒤이어 법원이 인정한 세 가지 사실관계를 들며 "(승객)살인죄는 증거가 부족해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살인죄 무죄' 나온 세 가지 이유

첫 번째 이유는 선원들이 해경과 계속 교신하는 등 나름의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었다. 4월 16일 오전 8시 55분, 강원식 항해사는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처음으로 구조를 요청했다. 이후 조타실 선원들은 번갈아가며 진도VTS에 세월호의 상황이나 승객 수 등을 알려줬고 빨리 도와달라고 했다.

김영호 항해사는 9시 26분경 해경 구조정이 10분 후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듣고 무전으로 고 양대홍 사무장에게 알려줬다. 사무부원 강혜성씨는 그 직후 "해경 구조정이 앞으로 10분 뒤에 도착할 예정"이라는 안내 방송을 하기도 했다. 강씨는 법정에서 이 방송은 조타실과 무관하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그가 무전 내용을 들을 수 있던 점 등을 감안할 때 선원들의 진술이 더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다.

해경의 구조활동을 선원들이 알고 있었다는 점 역시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그날 9시 30분, 목포해경헬기 511호기가 현장에 도착하면서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선원들은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헬기 소리를 들었고 고무보트를 봤다고 말해왔다.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 등이 해경이 구조활동에 나선 것을 확인했고, 구조가 순조롭게 이뤄지리라 기대했던 만큼 승객들을 죽도록 한 다음 자신들만 먼저 배에서 탈출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마지막 이유는 '퇴선명령은 있었다'였다. 검찰은 선원들이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채 세월호에서 빠져나온 대목을 살인죄의 증거 중 하나로 꼽아왔다. 반면 조타실 선원 8명은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다수가 "퇴선명령은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이준석 선장이 김영호 항해사에게 퇴선명령을 지시했고, 김 항해사가 양대홍 사무장을 무전기로 호출했다는 얘기였다. 이들은 다만 양 사무장이 응답하지 않아서 퇴선방송이 이뤄졌는지는 몰랐다고 했다(관련 기사 : 엇갈리는 선원들의 진술... 누구를 믿어야 하나).

임정엽 부장판사는 "증거들을 종합해볼 때 이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퇴선명령이 없었다'던 박한결 3등 항해사와 박경남 조타수는 기억이 부정확한 편이라 그들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이준석 선장은 조사 후 해경 아파트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바로 구속됐고, 만난 적이 있던 강원식·김영호·신정훈 세 사람은 진술내용이 조금씩 달라서 이들이 입을 맞춘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증거 역시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려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이 피고인석에 앉아 고개를 숙인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 고개숙인 세월호 선원들 11일 오후 광주지방법원에서 세월호 선원 15명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려 이준석 선장 등 선원들이 피고인석에 앉아 고개를 숙인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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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살인죄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이 있다. 부상 입은 조리부원 2명을 놔둔 채 탈출한 박기호 기관장이다. 재판부는 그 역시 승객 살인죄는 성립하지 않지만, 다친 동료가 바로 근처에 있었고 박 기관장은 다른 기관부원들에게 그들을 돕도록 지시할 수 있었으며 이들을 구하지 않으면 사망한다는 점을 인식했던 만큼 부작위 살인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가 탈출할 때 해경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 역시 불리한 양형요소로 판단했다.

또 수난구호법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세월호 선원으로 조난당한 상황이었던 피고인들에게는 '조난당한 선박을 최대한 도와야 한다'는 수난구호법 18조 1항과 도주선박 선원을 처벌하는 특가법 5조의 12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 조항들은 기소 단계부터 세월호 선원들이 해당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나머지 혐의는 모두 유죄였다. 재판부는 ▲ 선원들이 승객들을 버린 채 자신들만 탈출하는 바람에 304명이 숨졌고, 생존자들도 고통을 겪고 있는 일(유기치사상) ▲ 사고 당시 항해를 담당한 박한결 3등 항해사의 관리감독 부실과 조준기 조타수의 조타 실수 ▲ 이준석 선장과 강원식 항해사의 화물 과적과 부실고박 책임(업무상 과실 선박매몰)을 전부 인정했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기름이 흘러나온 것(해양환경관리법 위반)과 이준석 선장의 선원법 위반 역시 유죄로 판단했다.

"피고인들에게 중형 선고해야 하지만..."

2시 6분, 임정엽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를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피고인들은 공통적으로, (승객 구조에) 1차 책임이 있어 중한 형을 선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이번 사고 책임을 전적으로 피고인들에게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윤을 좇아 무리하게 많은 화물을 실은 선사 청해진해운과 세월호를 부실 감독한 기관들 역시 제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얘기였다.

17분 동안 피고인마다 유불리한 양형요소를 설명한 재판부는 "이제 선고하겠다"며 선원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피고인 이준석을 징역 36년, 강원식은 징역 20년, 김영호는 징역 15년, 박한결과 조준기는 징역 10년, 신정훈을 징역 7년, 박경남·오용석·손지태·이수진·전영준·이영재·박성용·김규찬은 각각 징역 5년, 박기호는 징역 30년, 청해진해운(기자 주 - 해양환경관리법 위반만)은 벌금 1000만 원에 처한다."

세월호 선원 공판, 155일의 기록
[1차 공판준비기일] '혐의 부인' 선원들 향해 유가족 울분 "당신이 사람이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01973

[2차 공판준비기일] 단원고 생존학생들 법정에 선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04293

[1차 공판] 세월호 선원들 설명과 엇갈리는 오하마나호 선장의 증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06941

[오하마나호 현장 검증] 선원도, 해경도, 손쉽게 퇴선 명령 가능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aspx#A0002009095

[청해진해운 재판] '원래 선장'이라던 피고 "이준석이 진짜 선장"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0630

[2차 공판] 검찰 "세월호 바닥에 구멍 없다"... '외부충격 의혹' 부인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1859

[3차 공판] "평소에도 배가 뒤뚱... 선장님은 방에서 핸드폰"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3915

[5차 공판] '가만히 있으라' 방송은 누구 책임인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6616

[사무부의 유일한 생존자 강혜성 증언①]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aspx#A0002016811

[사무부의 유일한 생존자 강혜성 증언②]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aspx#A0002016817

[단원고 생존학생 증언 종합①] 생존학생 법정증언 "선원 엄벌보다 더 원하는 건..."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8106

[단원고 생존학생 증언 종합②] "딱히 기대도 안 했는데...저만 혼자 살아남았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18525

[필리핀 가수 알렉스] "조타실은 패닉상태... 선장은 떨고 있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aspx#A0002022064

[생존자 최재영] "뛰어내리지 못한 여학생들 눈빛, 잊을 수가 없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aspx#A0002022061

[생존자 김종서] "침몰 상황 알았으면 가만히 안 있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aspx#A0002022059

[생존자 김정근] 50년 우정, 검푸른 바다 밑에 잠들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aspx#A0002022058

[생존자 최승필] "아이들 웃고 장난쳤는데... 물이 다 쓸고 갔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aspx#A0002022056

[생존자 김종임] "13년간 산 탔지만 탈출하기 어려웠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aspx#A0002022055

[생존자 김승재] "쉽진 않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이동할 수 있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event/sewol.aspx#A0002022053

[7차 공판] 선원과 해경, 구조책임 두고 서로 '네 탓'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2884

[8차 공판] "선체 진입 명령, 당황해서 깜박 잊어버렸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3254

[9차 공판] 출동한 해경 헬기는 딱 두 가지만 알았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4839

[10차 공판] 그날, 세월호 주변 선박들 "구조 여건은 아주 좋았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5288

[11차 공판] "과적? 사표 써!"... 세월호는 침몰중이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7205

[13차 공판] "그날 청테이프를 붙이고 있던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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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차 공판] 피흘리는 동료 외면한 선원들... "무척 반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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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차 공판] "세월호가 지그재그 운행? 황당무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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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차 공판] 세월호 선원들 재판 '막바지'... 살인죄 인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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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차 공판] 시뮬레이션 해보니 "5~9분 만에 전원탈출 가능"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36433
세월호 선원, 11월 안에는 법원 판단 나온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36606

[19차 공판] 입 연 세월호 기관장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38784

[22차 공판] 마침내 입연 선장... "판단력 떨어지고 무능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1268

[23차 공판] 이준석 "죽을 죄 지었지만... 살인 고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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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차 공판] 세월호 희생자 생존 모습에 유족들은 탄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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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정리] 엇갈리는 선원들의 진술... 누구를 믿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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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차 공판] 법정은 온통 울음바다, 재판장 "너무 슬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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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 공판] 검찰, 이준석 선장에 사형 구형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7404
검찰 "반성 않는 선장, 사형 선고해달라"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7536

[선고 공판] 법원 "살인 고의는 없지만, 유기 고의는 있다" 이준석 선장 징역 36년.... 15명 전원 징역형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51923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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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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