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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당시 모습. 사진은 지난 4월 16일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당시 모습. 사진은 지난 4월 16일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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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만약에 승선원 476명 모두가 탈출을 시도했다면 얼마나 걸렸을까.'

24일 열린 세월호 선원들의 17차 공판(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에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온 위 질문의 답변이 나왔다. 비록 '가설'이었지만.

이날 법정에는 검찰 쪽 전문가 증인 박형주(56) 가천대학교 초고층방재융합연구소 소장이 나와 '선원들의 승객 대피 유도가 있었다면 최소 5분에서 최대 9분 사이에 모두 빠져나올 수 있다'는 탈출 시뮬레이션 실험 결과를 제시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이 실험의 신빙성을 두고 팽팽하게 맞섰다.

박 소장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설명했다. 전제 조건은 승객들이 모두 객실에 있었고, 줄을 지어 순서대로 이동, 좌현 갑판으로 나와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것. 박 소장은 여기에 당시 상황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3층 좌현 갑판은 오전 9시 45분 9초까지만, 4층 좌현 갑판은 오전 9시 42분 15초~9시 50분 21초 사이에, 5층 좌현 갑판은 오전 9시 47분 35초~10시 6분까지 사용 가능했던 점도 반영했다.

"퇴선 명령 있었다면... 사고 직후에는 5분이면 전원 탈출"

첫 번째 시나리오는 사고 직후인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배가 30도 기울어졌을 때 3층 갑판만 이용했다는 조건이었다. 이 경우 승객들이 선원의 안내에 따라 가장 가까운 출입문을 이용해 좌현 3층 갑판으로 나왔다면, 476명 모두 바다에 뛰어드는 데 필요한 시간은 약 5분 5초였다.

나머지 두 시나리오 결과도 크게 차이나진 않았다. 오전 9시 24분 9초경 둘라에이스호 선장의 권고에 따라 52.2도 기울어진 배에서 3층 갑판 탈출했을 때를 가정한 두 번째 시나리오의 탈출 시간은 9분 28초였다. 선원들이 모두 조타실에서 빠져나왔던 오전 9시 45분 37초쯤, 배가 59.1도로 기울었을 때에는 4층과 5층 좌현 갑판을 거쳐 탈출했다고 가정한 세 번째 시나리오는 6분 17초라는 결과가 나왔다.

말 그대로 '가설'이긴 하지만 박 소장은 "보수적으로 본 결과"라고 강조했다. 배가 기울면서 평소처럼 걷기 어려웠고, 우현 방향으로 출입문이 난 객실 승객은 복도로 빠져나오는 데 1~2분 정도 더 걸렸다는 조건을 줬고, 사람들이 대기한 모양새도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이 시뮬레이션 결과는 "훈련된 선원들의 안내가 있어야 성립한다"라고 전제했다. 보행 속도나 배의 기울기, 탈출경로 길이 등 변수를 바꿀 수는 있지만 선원들의 대피 유도 없이 승객이 알아서 탈출하라는 설정을 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보고서 역시 "보행의 어려움을 감안해도, 사용가능한 갑판이 있으니 적절한 시기에 퇴선 명령이 있었다면 세 시나리오 모두 해상탈출이 가능했다"라는 결론으로 끝맺었다.

그러나 변호인들은 너무나도 제한적인 상황을 설정한 실험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박 소장의 실험은 사고 당시 또는 대피 도중에 승객들이 다치지 않았고, 뒷사람이 앞사람을 추월하지 못한다는 제한을 뒀다. 한 변호인은 "예를 들어 야구장이나 축구장에서 사고가 나면 서로 앞다퉈 나가려다가 압사가 일어나지도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또 "승객들 중에는 배가 기울어지면서 허리를 다치거나 화상을 입은 경우가 있었고, 겁을 먹고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라면서 "너무 도식적인 결론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도면과 구조 다른 곳도... 현실에 안 맞는 가정"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당시 모습. 사진은 지난 4월 16일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당시 모습. 사진은 지난 4월 16일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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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변호인은 박 소장이 실험 결과에 세월호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생존자들 가운데에는 도면과 실제 구조가 다르다는 증언이 있기 때문이다.

4층 우현쪽 다인실인 SP-3번방에 있던 J학생도 지난 7월 29일 증인신문기일 당시 "방 안에 있다가 좌현 선수 쪽으로 굴러 떨어졌는데 도면과 달리 출입문은 없었다"라고 말했다(관련 기사 :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증인석에서 터진 울음). 일반인 생존자 정기상씨와 한승석씨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숙소는 도면과 구조가 달랐다고 밝혔다(관련 기사 : 도면과 다른 세월호 내부 증언 최소 3곳).

변호인은 또 '우현 쪽 승객들이 좌현 갑판으로 나갈 때 손을 잡고 순서대로 게걸음으로 탈출했다'는 가정 역시 "기울기 등을 감안하면 한 명씩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을 확인해야 현실적으로 맞지 않냐"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속도 등 조건을 다 통일해야 하는 약점은 있다"라면서도 "전체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다"라고 답했다. '3층 생존자들은 4층으로 올라가는 데에 애먹었다'는 지적에는 "오전 9시 45분경까지 사람들이 피난 시도를 하지 않아서 상당히 걸렸을 수 있다"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오후 공판에도 박 소장의 증인 신문을 이어간다. 그 뒤에는 사고 당일 제주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세월호의 교신 녹취록을 작성한 해경과 박아무개(59) 조기수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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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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