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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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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숨진 294명의 명복과 실종자 10명의 귀환을 바라는 마음은 하나였다. 하지만 27일 이준석 선장 등 선원 15명의 책임을 어디까지 묻느냐를 두고 마지막 의견을 밝힌 검찰과 변호인의 생각은 확연히 달랐다.

이날 열린 결심공판(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에서 검찰 측은 단호한 어투로 살인, 유기치사상 등 선원들의 모든 혐의는 성립요건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오후 4시 11분, 검찰 쪽 프리젠테이션(PT)이 막바지에 이르자 박재억 광주지방검찰청 강력부 부장검사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검찰, 중형 선고 요청... "유족, 생존자에게 고통 안겨"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들의 형을 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양형요소는 304명의, 실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유족들에게 평생 안고 가야 할 고통을 줬고 생존자에게도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습니다. 퇴선 조치만 있었어도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그 일은 어렵지도 않았습니다.

이준석 피고인은 세월호 운항의 총 책임자로 침몰 원인을 제공했고, 아무런 구호조치 없이 선원들과 퇴선했습니다. 이 사건 피해 발생의 가장 직접적이고 무거운 책임이 있지만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것이 없고, 법정에선 허위진술과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한 번도 진심어린 반성을 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피고인 이준석에게 사형을 선고해 주십시오."

박 부장검사는 다른 피고인들의 양형 의견 진술을 이어갔다. 모두 중형이었다.

검찰은 역시 살인혐의를 적용한 강아무개 1등 항해사와 김아무개 2등 항해사, 박아무개 기관장은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그들의 죄질은 불량하지만 지위 등을 감안했기 때문이었다. 또 사고 당시 운항을 맡았던 박아무개 3등 항해사와 조아무개 조타수는 징역 30년형에 처해달라고 했다.

그에 비해 적은 형량이었지만 나머지 선원 8명의 양형 의견 역시 15년형으로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단 신아무개 1등 항해사는 4월 15일 처음으로 세월호에 올라탔지만 지위와 사고 당시 무선 교신을 하는 등 침몰 상황을 알고 있던 점을 따져 재판부에 징역 20년형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유족들은 "(검찰 구형은) 엉터리다" "약하게 때렸어"라며 불만족스러워했다.

변호인 "참사는 모두의 책임... 무능으로 비롯된 사고"

이제 최후 변론의 시간. 선원들의 변호인 8명은 모두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고,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빌며 피고인들은 반성하고 있다는 말로 변론을 시작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묻는 일이 선원들 공판에 그쳐선 안 되며, 그들에게 과한 책임을 지워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아무개 2등 항해사와 신아무개 1등 항해사의 공동변호인은 "피고인들은 1차 구조책임자"라고 항변했다.

"세월호는 언젠가 침몰할 것이 예견됐던,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객선이었습니다. 이런 배가 운항할 수 있도록 허가하거나 묵인한 사람들, 선장과 선원들, 해경 등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1차 구조책임자인 피고인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피고인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그에 따라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그것을 넘어선 모든 책임을 떠안을 수 없다는 게 피고인들의 입장입니다."

강아무개 1등 항해사와 조기수 2명의 공동 변호인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그는 "이번 사고로 많은 피해자가족들이 고통 받고, 그 가정은 갈 길을 잃고 헤맨다는 이야기에 피고인의 변호인으로서 죄송하고 또 죄송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사고는 고의적인 것이 아니라 피고인들의 무능에서 비롯됐다"며 "법적 책임을 지우더라도,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재판부가) 선처를 베푸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의 농성천막에 수학여행 도중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학생들 사진이 바람에 펄럭이며 흐릿해졌다 또렷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 설치된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의 농성천막에 수학여행 도중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사진이 내걸려 있다. 학생들 사진이 바람에 펄럭이며 흐릿해졌다 또렷해졌다를 반복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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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선장의 변호인 역시 "다시는 세월호 사고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고 책임자를 엄벌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지금 피고인에게 어떤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하는지, 또 그걸로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 모두의 응어리가 풀릴 수 있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선원들은 "정말 죄송하다"는 말만... 11월 11일 선고

마지막 발언권을 얻은 선원들은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다"며 울먹였다. 특히 박아무개 3등 항해사는 내내 울먹였다. 중간에 흐느낌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자 재판장이 "좀 이따가 하라"며 진정시켜야 할 정도였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박 항해사는 거듭 유족들에게 사죄했다.

"4월 16일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런 큰일을 처음으로 봐서 많이 놀랐고 진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조타실에서 바보 같이 울기만 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를 포함해 우리 선원들… 경력은 많아도 주기적으로 교육받지 못하고, 나이도 많고 무지해서… 처음 접하는 사고에 우왕좌왕했습니다. 누구에게도 용서받지 못할 크나큰, 몹쓸 죄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말이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되돌리고 싶습니다."

이준석 선장도 거듭 "머리 숙여 반성하고,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도 유족들 가슴에 맺힌 응어리는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죽는 그날까지 반성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빌겠다"고 말했다. 이 선장은 피고인 신문 때처럼 다른 선원들에게도 거듭 미안해했다.

판결 선고를 제외한 모든 절차를 마친 재판부는 이날 검찰과 변호인, 유족과 생존자 증인 등 많은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또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한편 유족뿐 아니라 선원들의 가족들도 위로했다.

선고 공판은 11월 11일 낮 1시에 열린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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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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