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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회 참가자들의 강제연행에 항의하는 매향리 주민을 경찰이 연행하려고 하고 있다. 매향리 주민대책위원장 전만규 씨 막내아들 전국(4세) 군이 아빠를 강제 연행한 경찰을 겁먹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 사진제공 마이너


취재/ 공희정, 권오중 기자
사진/ 권우성 기자


"아빠한테 가자. 아빠가 잡혀갔어"

▲학생이 연행되는 것을 보고 "잡아가지 말라"며 소리를 치던 전만규 매향리 주민대책위원장을 경찰이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며 강제연행하고 있다. ⓒ 사진제공 마이너
매향리 미 공군폭격 주민피해 대책위 전만규 위원장의 막내아들 전국(4)이는 '서울70 나17XX' 번호판을 달고 있는 이동 방범 파출소, 소위 닭장차를 가리켰다. 아이의 손에는 어디서 주워 왔는지 작은 막대를 쥔 채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연신 취재진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2002년 1월 15일 오후 2시 미대사관과 불과 100m여 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광화문 시민 열린마당. '불평등한 소파개정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 등 4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같은 장소에서 미대사관 반미연대집회를 가졌다. 미대사관 앞 반미집회는 이번으로 28번째다.

이날 집회에는 미국의 GM사를 위한 정리해고에 맞서 36일째 농성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대우자동차 판매노조 조합원 400여 명이 참여해 평소와는 다르게 대규모로 진행됐다. 그래서인지 경찰은 평소 같은 장소에서 소규모로 진행되던 '반미 대사관 집회'를 허용했던 것과 달리 "미대사관 100m 이내 집회는 불법"이라며 집회를 불허했다.

"미대사관 100m 이내 집회금지" VS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

▲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대우자동차판매 노동자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오후 2시 30분, 국민행동은 경찰과 실랑이 끝에 예정된 시간보다 30여 분이 늦게 집회를 강행했고, 경찰은 진압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문정현 신부는 집회 개시 연설을 통해 "지금의 노동자 투쟁이 예전과 다른 것은 신자유주의에 입각해 노동자가 당하는 것에 대한 투쟁"이라면서 "신자유주의는 미국의 주도하에 잘 사는 나라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수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대우자판노조 전병덕 위원장은 "미국에 의해 지난 IMF 사태가 조장되면서 이후 국부를 빼앗기고 있다"면서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와 민족의 생존권을 위해 현정권과 자본가, 미국을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2시 35분 파란 견장을 어깨에 단 소대장들이 모여 긴급 대책회의에 들어갔고, 이어 한 소대장의 핸드마이크를 통해 마지막 3차 경고 방송이 흘러나왔다.

▲ 불법집회라며 강제해산을 시도하는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여러분은 현재 집시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즉시 해산하지 않으면 강제해산하겠습니다. 여러분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3차 경고에도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움직임이 없자 경찰은 지도부에 대한 연행을 시도했다. 경찰은 이내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전만규 위원장, 김종일 자통협 사무처장 등 9명을 강제 연행했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경찰은 집회를 해산시키지 못했다.

"부시 방한 반대 '스토킹 시위'할 것"

몇몇 지도부가 연행된 상태에서 이어진 집회에서 국민행동의 김판태 사무처장은 "남에는 미사일방어체제를 강요하고 북에는 강경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군사적 힘으로 세계 패권을 실현하려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오는 2월 19일 한국을 방문한다는 데 대해 우리는 깊은 우려를 가짐과 동시에 패권정책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지는 이번 방한에 대해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또한 "주한미군이 영구히 주둔하기 위해 추진하는 용산미군기지 아파트 건립에 결사반대하며, 의정부, 평택, 포항 등에 미군지기를 신설·확장하려는 연합토지관리계획을 즉각 폐기하고 미군기지를 전면 반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캠프하우즈에서 미군의 과실로 감전사고를 당해 사지가 절단된 전동록 씨에게 공개사과와 즉각적인 피해배상"을 촉구했다.

▲ 경찰버스 안에서 폭행을 당한 연행자들이 폭행 경찰의 사과를 요구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폭행 경찰과 피해자의 숨바꼭질이 한동안 계속되다가, 결국 경찰 2명이 '과도한(?) 자신들의 행위'를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날 집회는 오후 4시까지 이어졌으며, 오후 3시 40분 경 연행됐던 지도부는 전원 석방됐다. 한편 연행됐다가 풀려난 김종일, 장덕용 씨 등 3명은 "경찰버스 안에서 경찰의 폭행과 폭언이 있었다"면서 해당 경찰의 사과를 주장해 한동안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국민행동의 김용한 공동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좀더 다수의 인원이 집회에 모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부시 미국 대통령 방한에 반대하는 스토킹 시위, 인터넷 시위, 서명운동 등 구체적 계획을 실천에 옮기겠다"고 말했다.

▲ 끌려가는 학생과 끌려나온 경찰.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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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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