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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고압선 감전사고로 사지가 절단된 전동록 씨.ⓒ오마이뉴스 공희정


<속보:11일 오전>전동록 씨에 2천만원 임시 지급

주한미군 고압선 감전사고로 사지가 절단된 전동록 씨에게 국가는 임시로 2천만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는 10일 전동록 씨가 국가와 건축주를 상대로 치료비 6900여만원을 지급해달라는 내용의 치료비지급가처분신청에서 "국가는 전씨에게 임시로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가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제때에 치료비가 지급되지 못해 치료를 못받으면 자칫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볼 우려도 있으므로 전씨에게 치료비를 임시 지급할 것을 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와 관련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이소희 사무국장은 "미군범죄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에서 지급 판결을 받은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판결 내용을 보면 국가의 과실보다 개인의 과실이 크다는 이유로 청구액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액수만 인정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대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팔다리 잘려나간 값이 60만원이라고?

1월 10일 오전 10시 50분 신촌세브란스병원 920호

"가려워."

전동록 씨는 사지가 절단 난 몸뚱이를 뒤척이며 부인인 이명화(48) 씨에게 절단된 팔을 내밀었다. 이씨는 말없이 전씨의 소매를 걷어올리고 이제는 반 토막도 채 남지 않은 뭉툭한 전씨의 신체 일부를 어루만졌다. 전씨는 말없이 병실 천장만 바라봤다. 그때 이씨의 작은 눈망울에 이슬이 맺혔다.

"한 달 전까지는 의족을 사용해 몸을 어느 정도 가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희망도 물거품이 됐습니다. 하루 24시간 그이를 돌봐줘야 해요.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요. 이제 이 사람은 한시라도 제가 없으면 불안한가봐요."

전씨는 주변 사람의 도움 없이는 밥 한술도 떠먹을 수 없다. 게다가 지금도 사고 휴유증인 신부전증과 장기손상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고막까지 손상을 입어 왼쪽 귀는 아예 들리지 않는 상태고, 오른쪽 귀도 보청기를 사용해야 들을 수 있다.

부인인 이명화 씨는 "남편은 종종 살아서 뭐하냐면서 굉장히 괴로워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이씨는 "남편의 약해진 모습보다 사고 발생 뒤 공사관계자들이나 미군측 관계자들이 보여준 태도에 더 상처를 받았다"면서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인간적 도의를 저버리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공희정
10일 입원치료비 1천만원 전달식 열려

1월 10일 오전 11시, 지난해 7월 26일 주한미군의 고압선에 감전돼 사지가 절단된 전동록(54) 씨를 돕기 위한 국민들의 성원이 작은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18일 발족된 '주한미군 고압선 피해자 전동록씨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전동록씨 공대위)'가 전동록 씨 치료비 마련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시민단체와 지하철 등에서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모금한 1천만원을 전씨에게 전달한 것.

전동록 씨 공대위 이정우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전씨에게 부과된 5000여만 원의 치료비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지만 일반 시민들의 작은 정성으로 모금한 돈이어서 더욱 값지다"면서 "지금까지 이번 사건의 가해자격인 주한미군측이 전동록씨에게 사건 발생 당시 위로금조로 60만원을 전달한 것과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상황과는 너무나 극명히 대비된다"고 말했다.

현행 소파에 의하면 미군시설의 설치, 관리상의 하자에 대해서도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씨의 경우 충분한 배상을 받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소송까지 갈 경우 최소 1년 이상 걸리는데다가 그때까지 엄청난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국가와 건축주를 상대로 치료비만이라도 우선 지급하라는 치료비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대위 측은 "지난해 11월 31일 심문이 종결됐지만 재판부에서 판결을 미뤄 아직까지 결과조차 나오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작년 12월 초 국가와 건축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정식 청구하긴 했지만 아직 공판 날짜조차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공대위 측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금활동을 통해 전씨를 물질적으로 돕는 것과 함께 갖가지 선전전을 통해 전동록씨 사건을 알려나갈 것"이라며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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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고압선 2만2800볼트 감전

▲전동록 씨는 부인의 도움없이는 물조차도 마실수 없다.ⓒ오마이뉴스 공희정
지난해 7월 16일 건설현장 인부로 일하던 전동록 씨는 경기도 파주시 조리면 뇌조리 캠프하우스 미 제2사단 공병대대 후문 옆 대우제판 카메라 조립식 공장 증축현장에서 작업 중이다가 미군부대 2만2800볼트 고압선에 감전되는 사고를 당했다.

공장 증축 현장과 채 2미터도 안되는 곳에 미군부대로 들어가는 2만2800볼트 고압선이 흐르고 있어 공장을 짓기 전부터 건물주와 이장이 미군측에 "공사를 해야 하니 고압선을 좀 치워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군측은 '맘대로 하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고, 결국 전 씨는 전기감전으로 인한 4도 중화상을 입고 사지가 잘려나간 것이다.

당시 전씨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8월 6일 오른쪽 팔과 왼쪽 다리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또 1차 수술 3일이 지난 뒤 호흡 곤란에 배에 복수가 차고, 신부전증으로 황달이 생기는 등 합병증이 찾아오는 바람에 8월 12일 남은 왼쪽 팔과 오른쪽 다리도 절단한 상태로 입원치료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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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같은 남자. 산소같은 미소가 아름답다. 공희정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기자단 단장을 맡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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