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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이 아파트 건설을 추진중인 용산 미군기지 52번 게이트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시민단체들 ⓒ 오마이뉴스 김시연


국방부가 13일 오전 당정협의에서 용산 미군기지 내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시민단체와 서울시, 정치권 등이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8일 미군 용산기지내 아파트건립 문제가 밝혀진 이후 미군부대와 미 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갖는 등 강력 반발해 온 시민단체들은 이날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비난의 화살을 국방부와 현 정권으로 돌렸다. 또한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국회의원들까지 반대 입장을 공식 천명함에 따라 용산기지 아파트건설 파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국회의원모임, 국방부 묵인 질타

30여 명의 여야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모임'(회장 김희선 민주당 의원, 이하 국회의원모임)은 이날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용산기지 내 아파트 건설 철회와 부지 반환을 촉구했다. 나아가 이 문제를 계기로 주한미군의 위상과 한미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고 SOFA 개정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모임은 성명서에서 "이는 주한미군이 한국정부 및 한국민들과의 약속을 깨고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면서 "주한미군측은 시급히 한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아파트 건설을 철회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방부가 사전에 아파트 건설 계획을 통보받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과 관련, "국방부가 아파트 건설을 묵인하고 나아가 용산기지를 반환 받을 의사가 없는 것은 아니냐"면서 국방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사회당 이은영 부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국방부가 애시당초 미군의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기 위해 통보사실을 은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국방부의 아파트 건립 허용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한 걸음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요구했다.

시민단체 "도대체 어느 나라 국방부냐?"

▲ 시민단체들은 11일 미 대사관 앞에서 주한미군 아파트 건립에 항의하는 연대집회를 가졌다. ⓒ 오마이뉴스 김시연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 공동대책위, 불평등소파개정국민행동,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준)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공동성명서를 발표, 국방부의 아파트 허용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우리땅미군기지되찾기 공대위 김용한 집행위원장은 "국방부가 아파트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김대중 정부가 국민이 아닌 미국의 눈치를 보겠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용산 미8군 사령부와 미 대사관 뿐 아니라, 국방부 장관과 김대중 대통령도 투쟁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용산미군기지반환운동본부 김종일 준비위원장은 "미국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군측이 과도하게 요구해도 어쩔 수 없이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과 정부의 공식 방침인 것으로 안다"면서 "향후 국방부 장관 퇴진 운동을 벌이는 한편 오는 29일 미군 아파트 건립을 막기 위한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용산기지 내 아파트 허용"

"국내 건축법 및 개정 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 범위 내에서 검토하되 토지 특성, 건축물 높이 등 적법 요건 충족 시 용산 기지 내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겠다"

국방부는 13일 민주당과 당정협의 현안보고 문건을 통해 용산 기지 내의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아파트 건립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시민단체들과의 마찰은 물론이고, 신청사 건립과 공원조성 계획 방침을 고수하며 기지 내 아파트 건립을 반대하는 서울시와 진통이 예상된다.

이날 당정회의는 13일 오전 김동신 국방장관이 중국과 베트남 국방장관 회담 일정으로 불참한 가운데 권영효 국방차관과 민주당 천용택 국방위원장, 박종우 정책위의장 등이 참여한 가운데 국회 귀빈 식당에서 열렸다.

이날 김동신 국방장관을 대신해서 나온 권영효 국방차관은 보고자료를 통해 "국방부는 주거시설 개선을 통한 주한미군의 삶의 질 향상이 궁극적으로 전투력 향상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대내 외에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언론 기고나 언론사 협조를 통해 용산 기지 내 아파트 건립과 관련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용산기지내 아파트 건립 필요성에 대한 범정부 협조 및 설득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 측은 "방위비 분담금의 군사건설비 중 매년 1.1%(약 100여만 불 수준)만을 향후 10년간 주한미군 주택 건설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되어 있다.

또 회의에서 권 차관은 "용산 기지 이전 및 미군아파트 건축과 관련된 제반 문제를 주한미군사령부와 관련부처, 지방자치단체(서울시)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면서 "반미감정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면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용산 기지 이전 및 미군 아파트 건설에 대한 범정부적 중·장기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권 차관은 또 "한미 동맹관계를 강화하고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여건을 보장함으로써 전투준비태세를 향상시키고 주한미군의 사기와 복지에도 지장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권 국방차관은 또 당정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용산기지 문제는 국익을 중시하면서 한미간의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돼야 한다는데 당정간의 원칙적인 의견일치를 봤다"며 "사전통보 은폐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며, 고의성이 드러날 경우 관련자를 문책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신청사 용산 이전 계획 변함없다"

▲ 미군 아파트단지가 건립될 예정인 용산 사우스포스트 연립주택단지 앞 육교 위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있는 시민단체 회원들. ⓒ 오마이뉴스 김시연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이 용산기지 내 아파트 건축계획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데다 서울시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기지 내 아파트 건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는 13일 국방부의 입장과 관련해 "시의 신청사 용산 이전 계획과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아파트 건설을 추진중인 지역은 도시계획법상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자연녹지 지역"이라면서 "그러나 이 문제는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상 한·미간 협의로 갈음할 수 있기 때문에 시에서 국내법 적용여부를 논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주한미군의 아파트 건설계획과 관련, 서울시 도시 계획의 근본 취지에 맞아야 한다는 시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이 같은 입장을 국방부 등 관계부처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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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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