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섬뜩했고, 또한 내가 왜 그 영화를 봤을까 하는 후회를 해가면서 며칠 밤을 악몽에 시달리게 만들었던 영화가 있었다. 요즘 20대 초반의 사람들이라면 모를 수도 있지만 <나이트메어>라는 영화는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처음 상영된 영화였고, 내가 처음으로 극장에서 봤던 공포 영화였다.

"잠을 자지 말아라. 프레디가 온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이 부르는 노랫소리가 음침하게 들리며, 주인공 낸시와 그 친구들은 잠을 자지 않기 위해서 서로를 깨우며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친다. 하지만 결국은 하나 둘씩 잠속으로 빠져들고, 꿈속의 프레디는 그들을 잔인하게 죽인다.

이전의 영화들이 주로 귀신이나 현실의 괴물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그냥 영화를 볼 때만 무섭고 말다. 하지만 <나이트메어>는 누구나 꾸는 꿈 속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때문에 평소 수업 시간에 졸기 잘하고 잠 많기로 소문 나서 잠충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나는 무려 한달 가까이 수업 시간에 졸지도 않았다. 밤이 되면 혼자서 잠을 자지 못하고 엄마 곁에 쪼르르 달려가서 같이 자겠다고 조르다가 다 큰 중학생이 그런다고 호되게 혼나기도 했다.

한번은 꿈 속에 프레디가 나타나서 그 특유의 웃음과 갈고리 장갑의 손가락마다 달린 칼을 번득이며 나에게 다가왔다. 그 순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방에서 땀에 흠뻑 젖은 채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5개의 칼자국이 가슴에 있지 않나 황급히 가슴을 살펴 보기도 했었다.

그 이후로 <나이트메어>는 시리즈로 계속해서 나왔지만 감히 그걸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때부터 공포 영화 공포증이라는 증세가 생겨 공포 영화라고 하면 고개부터 돌려 버렸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이젠 어느덧 30대를 넘겼다. 어느날 회사일로 지방에 출장을 갈 일이 생겼다. 지방에서 업무를 보고, 숙소로 잡은 모텔에 들어와서 TV를 틀었는데, 케이블 방송의 영화 채널에서 나이트메어를 하는것이 아닌가. 예전의 기억이 되살아 나면서 다른 방송으로 채널을 돌릴까 하다가 그냥 생각을 고쳐 먹고 보기 시작했다.

예전과 같이 프레디가 손가락 칼날을 번득이며 그 특유의 음흉한 웃음을 짓는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자식 귀여운데……."

순간 나는 자신에게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세월은 나 자신을 변모시켜서 웬만한 무서움이나 충격도 무덤덤하게 만든 것인가? 보다 대담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왠지 씁쓸함이 느껴지는 건 무슨 이유인지.
2004-07-27 17:09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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