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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맨들이 돌아온다.'

 

지난 4월 총선 패배로 날개가 꺾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이 속속 정계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오(서울 은평을) 전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비자가 만료되기 전에 귀국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방호(경남 사천) 전 의원도 지역구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이들 지역구의 승자였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는 당선무효형이 선고됐고,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도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결국 빠르면 내년 4월, 늦어도 10월 재·보선 등을 통해 MB맨들의 정계복귀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복귀는 '영일대군'으로 불리는 이상득 국회 부의장이 독주하는 여권 권력지도가 재편될 수 있음을 뜻한다.   

 

이재오 "유리하다 판단되면 귀국"... 측근 "현 정부 상황에 큰 책임의식 느껴"

 

미국 존스홉킨스대에 머물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이 지난 4일 귀국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주최한 뉴욕 강연회에서였다.

 

"내년 5월에 비자가 끝나는데 비자가 끝나기 전에라도 한국에 들어가겠다."

 

이 전 의원은 "꼭 비자가 끝날 때까지 있어야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귀국을 시사하는 그의 발언은 여권 인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그가 귀국의 전제조건을 제시한 내용이 의미심장하다. 그 전제조건은 이렇다.  

 

"스스로 판단해서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한국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이 전 의원의 발언은 다음날(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선고와 연결돼 더욱 더 정치적인 의미로 읽힌다. 5일 법원이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것.

 

문 대표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의원직 상실을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17대 국회 때와 달리 법원에서 선거법 위반 형량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라는 점에서 1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법원이 "선거사범 재판을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내년 4월 문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에서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운하 전도사'인 이 전 의원의 정계복귀는 최근 이명박 정부가 재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 움직임과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가 정계복귀에 성공할 경우 한반도 대운하 사업와 관련된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 전 의원도 지난 4일 뉴욕강연회에서 "정치인이란 현실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강력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에둘러 '대운하 재추진'을 시사했다. 

 

이 전 의원의 핵심 측근인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은 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나라 사정이 어렵고 미국에 가신 지 8~9개월 접어들어 계속 체류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무엇을 하든 나라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진 의원은 "본인이 한나라당 구성원이고 정권교체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누구보다 기여를 많이 했기 때문에 현 정부의 힘든 상황에 책임의식을 느낀다"며 "밖에서 보니까 위기가 크게 느껴지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 의원은 "서울 은평을 재·보선은 4월보다 10월로 잡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다"며 "(비자가 만료되는) 5월 전에 오더라도 재보선을 염두에 두고 귀국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귀국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진 의원은 대운하 재추진과 관련, "구체적인 자리나 일을 염두에 뒀다기보다 (현 경제위기 등에) 큰 책임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대운하 같은) 그런 일도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대통령이 일을 주셔야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방호 "재보선 등에 전혀 관심 없어"... 입각보다는 재보선? 

 

지난 11월 25일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가 <평화방송>에 출연해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내년 4월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고 말해 이 전 의원과 신경전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강 대표의 발언에 뿔이 난 이방호 전 의원은 다음날 같은 방송에 출연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정치하려면 깨끗이 해야지 그렇게 없는 말을 지어내서 되겠나"라고 반격에 나섰다.

 

두 사람이 이렇게 신경전을 벌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물론 강 대표의 경우가 더 절박하다. 당 전력의 50%를 책임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그의 존재는 당에서 절대적이다. 당선무효형이 내려지고 대법원이 이를 확정한다면 '진보정당의 상징적 지역구' 하나가 날아가게 된다.  

 

강 대표보다 절박성은 떨어지지만 이 전 의원의 정계 복귀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의원은 지난 11월 초 사천시의 한 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고생해서 한나라당 대통령을 만들었으니까 사무총장은 최하 장관급"이라며 "처음에는 생각해봤지만 지금은 장관자리를 줘도 안 한다"고 입각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는 이 전 의원이 항간에 나돌던 입각보다는 강 대표의 재판결과를 보며 재·보선을 준비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실제 그는 11월 초부터 지역구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쪽은 이러한 움직임을 불길한 징후로 보고 있다. 이 전 의원의 지역구 관리가 본격화됐다는 것은 재판 결과가 정권 실세인 그에게 유리하게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방호 전 의원은 7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지금 서울과 지역을 오가고 있긴 하지만 주로 서울에서 조용히 지낸다"며 "강 대표의 재판결과나 내년 재·보선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지금은 다른 것에 관심 전혀 없다"고 거듭 강조한 뒤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둘러싼 관심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지역주민들이 강 대표에게 전해준 얘기에 따르면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지지자들에게 '내년 4월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다닌다고 한다"며 "재·보선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강 대표에게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내려질 확률은 반반 정도일 것"이라며 "재판부는 공정한 편인데 검찰이 집요하게 이 사건을 물고 넘어지는 걸 보면 실세의 정계 복귀 의도가 분명한 것 아니겠나"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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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재오, #이방호, #문국현, #강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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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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