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개별 법관을 평가해 대법원에 인사 참고자료로 제출하겠다는 내용의 법관평가제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 현직 법관인 정영진 서울서부지방법원 판사가 사법개혁 차원에서 법관 인사 제도의 개선을 제안하는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주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개별 법관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대법원에 인사 참고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밝힌 데 대하여 법원과 판사들은 "사법부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보도되었다(<한국일보> 기사, "변호사가 법관 평가" 논란 참조). 한편, 이와 관련하여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판사의 능력과 태도·자질 등을 평가하는 법관평가제에 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도입 찬성 의견이 49.4%로 나타나 도입 반대(13.4%)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뉴데일리> 기사, 법관평가제 국민 절반 가량 찬성 참조).

 

위 법관평가제에 대하여 찬성하는 것으로 보이는 소설가 복거일씨는 한 신문 칼럼에서 "놀랍게도, 판사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라고 하고, "이런 반응은 조리에 닿지 않는다. 판사들은 재판이라는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공무원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평가는 그들의 서비스를 사는 소비자들인 시민들이 하는 것이 당연하고, 실제로는 시민들을 대리하는 전문가들인 변호사들이 하게 된다"라고 하였다(<매일신문>, [복거일의 시사 코멘트] 법관의 권위 참조).

 

 

일본 최고재판소, 외부 의견 참고 규정

 

법관 평가에 있어서 법원 내부만이 아닌 외부의 의견도 참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외국 입법례는 우리의 대법원 규칙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 규칙인 '재판관의 인사평가에 관한 규칙' 제3조 제2항이다. 위 조항은 "평가권자는, 인사평가에 있어서, 재판관의 독립을 배려하면서, 다면적, 다각적인 정보의 파악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이 경우에 있어서 재판소 외부로부터의 정보에 대하여도 배려하는 것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위 규칙 원문은 일본 최고재판소 홈페이지 참조).

 

일본에서도 전에는 한국과 같이 법관 평가가 법원 내부에서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당사자에게도 평가 내용이 비밀에 붙여졌다. 그러나 2001년경 일본에서 사법개혁 작업이 이루어져 그 후속조치로 위 규칙이 제정되면서 법관이 원하는 경우 평가내용이 당해 법관에게 통보되고 이에 불복할 수 있는 제도 및 법관 평가시 법원 외부의 의견도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법관 평가와 관련된 일본에서의 상세한 논의 경과 및 내용, 각종 자료에 대하여는 일본 최고재판소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각 회의 내용 및 자료 등 참조, 위 각 자료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법관 평가제와 관련하여 관계자들이 수없이 회의를 하고, 전국의 법관들 및 변호사협회 등의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위와 같은 규칙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일본 내에서도 소극설과 적극설 대립

 

일본에서도 법관 평가에 법원 외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등의 평가방법에 관한 문제를 놓고 논란이 많았다(이에 관하여는 일본 최고재판소 홈페이지 참조). 법원 외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과 관련하여 당시 소극설과 적극설이 대립되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단, 특히 적극설의 경우 의역이 많으므로 원문은 위 사이트를 참조할 것).

 

 가. 소극설

 

· 당사자는 직접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객관성 있는 평가를 기대할 수 없다.

· 재판에의 외부적 압력으로 될 염려가 있다. 재판관의 독립을 해하고,판결내용 등에 영향을 줄 염려가 있다.

· 인기투표화할 염려가 있다.

· 재판관의 직무의 내용,집무의 상황 등에 대하여 반드시 정통해 있지 않은 자에게 적절한 평가를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 변호사회 등으로부터 의견을 구한다고 해도 결국은 일부의 의견으로 될 염려가 있다.

 

 나. 적극설

 

· 법정에서 재판관의 소송지휘 등에 직접 접촉하는 기회가 많은 변호사 등의 평가는 참고로 된다.

· 재판의 이용자의 평가를 들어야 한다.

·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심리를 하도록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 당사자,대리인에 대하여 조사하면, (해당 법관에 대하여) 서열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해당 법관이) 일정 레벨의 범위에 들어가 있는가 아닌가라는 평가만 하는 것이므로 재판관 독립의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법관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 당사자의 의견도 몇 가지 사례의 샘플로는 부정확할 것이지만 다수의 샘플을 취하면 자연히 수렴된 결과가 나올 것이다.

· 외부로부터의 평가도,(해당 법관 자신에 대한) 연찬 목적의 평가라면 (법관이) 감수할 것이다. 많은 사건에서 같은 형태의 비판이 나오면,(해당 법관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는 자료가 될 것이다.

 

 다. 사법제도개혁심의회의 입장

 

이에 대하여 일본 사법제도개혁심의회는 "평가에 있어서는, 예컨대 자기 평가서를 작성시키는 등 본인의 의향을 짐작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 나아가 재판소 내부만이 아니라 재판소 외부의 견해를 배려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방법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라는 의견을 냈고(이에 관한 심의 위원들의 구체적 의견에 대하여는 일본 최고재판소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의견이 위 최고재판소 규칙에 반영된 것이다.

 

법관평가방식, 국민주권주의에 충실하게 개선해야

 

이에 따라 일본 내 변호사회들은 여러 곳에서 일본 법관에 대한 평가를 해오고 있다(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것으로는 예컨대, 오사카 고등법원 관내 법관들에 대한  http://www.saibankan-hyouka.net/index.html , 후쿠오카 고등법원 관내 법관들에 대한 http://www.fben.jp/column/backnum/2005/08/post_78.php 등 참조).

 

위와 같은 '변호사에 의한 법관 평가' 방식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될 만한 것인지는 좀 더 많은 검토를 해 보아야 할 것이지만 필자는 기본적으로 현행 방식, 즉 사법부 내부의 기준과 평가권자에 의한 법관 평가 방식은 이제 지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법상의 국민주권주의에 충실하고, 법관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위에서 본 법관평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인터넷 사이트(http://www.saibankan-hyouka.net/yobikake.html)에 올려져 있는 다음과 같은 글은 우리나라의 법관 평가와 관련하여서도 참고하여 볼 만한 내용으로 보인다.

 

"2001년의 사법제도개혁심의회의견서는, 이제까지의 재판관의 임명 및 인사평가에는'투명성·객관성'이 결여되어 있고, 또 재판소 외부로부터의 의견이 반영되어 있지 않아 개혁의 필요가 있는 것을 지적하였다. 그것을 받아들여 설치된 '하급재판소 재판관 지명 자문위원회' 및 새로운 재판관의 인사평가제도에 있어서는 '외부평가·외부정보'를 받아들이는 체제가 세워졌다.

 

재판 이용자의 관점으로부터 개개의 재판관의 직무 방식에 대하여 적절한 평가를 실시하는 것은 사법의 국민적 기반을 강화하는 것과 함께 재판소 내부의 평가를 상대화하는 것으로도 되고, 재판관의 독립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현행 평가 방식,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객관성 확보 안돼

 

필자가 위에서 우리나라 법관들에 대한 평가가 국민주권주의에 충실하고, 법관의 독립성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현행 방식이 지나치게 일방적, 밀행적이고, 객관성 또한 충분히 담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독일이나 프랑스, 일본 등과 달리 평가 내용이 해당 법관에게 통보되지 않는다. 물론 불복수단도 없다.

 

여기에서 두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첫째는 해당 법관이 자신의 문제점에 대하여 스스로 반성하고 개선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평가가 잘못되었을 경우 구제책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관들은 평가권자 앞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고 이는 사법권 독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법부 외부 의견도 법관 평가에 참작돼야

 

지금처럼 추락해 있는 사법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서는 '중단 없는 사법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정권 하에서 일부 사법개혁 입법이 이루어졌지만 당시 법원 자율에 맡겨졌던 법관인사제도의 개선 등 법원 개혁 관련 부분은 크게 진전된 것이 없다. 사법권의 독립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사법권 독립이 문제 법관에 대한 방패막이로 작용하여서는 안 된다.

 

필자가 이번에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낸 안 자체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에 문제된 법관평가제가 법원 개혁 논의의 한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법관평가제에 대한 필자의 현재의 결론은 사법권의 독립을 해치지 않으면서 객관적 평가가 담보되는 것이라면 사법부 외부의 의견도 법관 평가에 참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요기사]
☞ "마르크스로 돌아갈 때... MB "나홀로 신자유주의" 파국맞을 것"
☞ "여당 실세 의원, 국제중 가결 외압" "공정택 특별위" 쟁점 부각
☞ "나경원은 사과하라"... 박희태 대표 앞 피켓시위
☞ 알바면 어때, 첫 직장생활 주눅들지 마라
☞ 무식하고 처량맞은 이 노래의 중독성
☞ "<베바> 보고 "찌릿"... 10년만에 악기 잡았어요"
☞ [엄지뉴스] 연탄 1500장이 도로에... 저걸 어쩌나!
☞ [E노트] 전여옥 "MB 없었다면 정권교체 불가능"


태그:#법관평가제, #사법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