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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Y여고 학생들은 오늘(15일) 대규모 교내 시위를 갖고 학교측에 진웅용 교사의 파면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은 오늘 오전 10시 30분경 학교 강당에서 한 일본 공연단의 학교 방문 행사가 끝난 뒤, 불시에 '부당 파면 철회'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 강당에서 공연 관람 후, 불시에 시위를 벌인 Y여고 학생들. "부당 파면 철회"를 외치고 있다.
오늘 시위에는 7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했으며, 학생들은 서로 핸드폰을 통해 연락을 취한 뒤 행사 종료에 맞춰 시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Y여고 교사들은 "시위 소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핸드폰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교사들조차 학생들의 시위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시위는 강당에서 시작돼 본관 현관으로 이어진 뒤, 11시 40분경에 막을 내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서울지부는 또한 오늘 12시경 Y여고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지난 13일 서울시 교육위원회 의정 질의에서 서울시교육청 유인종 교육감이 Y여고 문제를 철저하게 조사해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며, "Y여고 사태가 해결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늘 집회에서 전교조 서울지부 박정훈 사립위원장은 "부패 비리를 청산하기 위해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소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단일 학교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일 Y여고의 교사, 학부모, 동창회 대표 등은 서울시 교육위원회에 'Y여고 쇄신을 위한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 후 지난 12일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청원심사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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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도깨비방망이, 교육청은 솜방망이

▲ 시위중인 교사 학생들. 그들 뒤로 증축중인 학교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이 바로 학교 등록금을 십수년간 이월해 적립한 돈으로 지어져 '불법'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는 학교 재단이 이 돈으로 학교 재산을 늘리고 있는 동안 학생들의 학습 환경 개선에 소홀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 성낙선
Y여고 학교 비리 고발 허양, "진 교사 파면 철회 요구"

오늘 집회에는 전 전교조 위원장인 이수호 교사와, 학교 비리를 인터넷상에 고발한 이유로 한때 퇴학 처분을 받았던 허아무개양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진 교사 파면 철회 요구'에 힘을 실어주었다.

사회자의 소개에 상기된 얼굴의 허양이 대중 앞에 나서자 집회 참가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허양은 자신에게로 향한 비디오 카메라를 의식하면서도, 마이크를 들고 자신이 "작년 4월부터 이 사건의 당사자"였음을 말하고 진 교사 파면 이후 그 동안 자신이 생각해왔던 것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털어놓았다.

▲ 비가 내리는 가운데 토요일 12시 30분 정기 집회에 참가한 학생들
ⓒ 성낙선
허양은 "저기 서 계신 진 선생님은 정말 학생들에게 열의를 다하시는 분으로, 학교에 해꼬지를 할 만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작년 제가 퇴학을 당했을 때 먼저 앞에 나서서 챙겨주신 것은 진 선생님과 Y여고 전교조 분회원 선생님들이었다"며 울먹였다.

허양은 "제자가 죽어가는데 저를 손가락질하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작년 겨울 제자를 위해) 한겨울 눈보라 속에서 집회를 하셨다"며 진 교사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뒤 "(학교가) 그런 선생님을 고소했다. 저를 퇴학시키고 그렇게 고생시키더니 이번에는 어떻게 진 선생님을 파면할 수 있냐"며 학교를 비난했다.

허양은 또 학교를 향해 "아직 미성년이라고 그렇게 함부로 짓밟는 게 아니다"라는 말로 과거 학교측이 자신의 인권을 무시한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고 "진 선생님을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려 놓으라"고 요구했다. 허양은 "진 선생님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면 미약하나마 제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 "우리는 승리한다"

이수호 전 전교조 위원장의 현재 직책은 선린인터넷고등학교 국어교사. 그러나 그는 오늘 집회에서 자신도 진웅용 교사와 같은 신세임을 털어놓았다. 그는 자신이 교육감으로부터 직위 해제 처분을 받고 아직도 교실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 이수호 교사는 "진 선생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는 말로 지지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82년 교육 민주화 선언 당시 (자신이) 파면 위기에 처했을 때, 학생들이 지켜줬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뒤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그런데 아직도 파면 부당 해고,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이 집에 돌아가 공부를 해야 하는 이런 때, 벌써 15년 이상 세월이 지났는 데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허양이 퇴학을 당할 때부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교사
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이 허양을 구해내는 것을 보면서 아직 정의는 살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학교측이 다시 학교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수많은 투쟁 현장을 돌아다녀본 결과, 오늘 분위기를 보니 Y여고가 당당하게 승리할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학생들이 나서고 학부모들이 나선 싸움치고 지는 것을 못봤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가까운 시일에 진 선생을 교실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로 지지발언을 마쳤다. / 성낙선

진 교사 제자, 동료 교사, 학교 주변 시민 등 지지발언 쏟아져

▲ "진웅용 선생님, 우리들이 당신을 지킬 겁니다" 철야농성천막에 붙은 그림과 글들
ⓒ 성낙선
한편 오늘 집회에는 과거 진 교사의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들과 학교 주변의 시민, 동료 교사들이 함께 참가해 지지발언을 했다.

"선생님의 부당 파면 소식을 듣고 달려 왔다"는 제자 황규철(고려대 2년)씨는 "진 선생님의 파면은 학교 선생님들과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 모두에게 비극"이라며 "학생들이 비리를 고발하는 것, 그리고 교사가 학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것이 무슨 잘못이냐. (진 선생님의) 복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을 두 자녀를 둔 학부형이라고 소개한 한 시민은 "지난 번 학교가 허양에게 퇴학 처분을 내린 것을 보면서 분노했다"고 말한 뒤, "자신의 딸이 Y여고에 다니지는 않지만 며칠 전 Y여고 교사들이 차가운 땅바닥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서 (진 교사를) 반드시 복직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또한 오늘 집회에서 전교조 서울지부 유승준 지부장은 지지발언을 통해 "학생들의 인권을 살리기 위해 교사가 나섰고, (이제) 교사의 파면을 철회시키기 위해 학생들이 나섰다. 여기에서 Y여고의 민주주의가 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철야천막농성장, "학생 인권 위해 싸운 교사, 파면이 웬말이냐"
ⓒ 성낙선
그리고 자신을 "80년대초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 부끄럽게도 시위 한 번 참여해본 적이 없는 나약하고 착한 학생이었다"고 소개한 Y여고 전교조 분회장인 이원두 교사는 "1990년 Y여고에 와보니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학교가 가장 더러웠다"고 회고했다.

그는 "그로 인해 10여 년이 지난 뒤 이렇게 곪아 터졌다. 이대로 가면 언젠가 다시 또 이렇게 곪아터지고 만다"며 진 교사 파면 철회는 물론 학교 민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결의했다.

한편 오늘 집회에서 진웅용 교사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싸움, 끝까지 낙관적인 생각을 버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Y여고 교사들은 5일째 철야천막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마다 정기 집회를 열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일에는 졸업생들이 Y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 총동문회를 개최하고 진 교사 파면을 철회할 것을 학교측에 요구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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