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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그것도 한글날, 한 사립 고등학교의 국어과 대표교사가 파면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후 학교측은 16일 급하게 교사를 충원했으나 학생들은 파면 교사의 복직을 요구하며 충원 교사의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 13~14일 점심 시간을 이용해 학내 시위를 벌인 바 있는 학생들은 25일 교사들과 함께 교문 앞에서 다시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오늘 시위에서도 학교측에 "진 교사를 복직시키고, 부당 징계에 공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학생들과 교사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진 교사가 복직할 때"까지 계속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 14일 300여 명의 학생들이 '진웅용 교사'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성낙선
11월 5일로 예정되어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한 달여 앞두고, 국어과 대표교사를 서둘러 파면할 수밖에 없었던 학교측의 '긴급한' 사유는 무엇이었을까? 학교측의 파면이 꽤나 긴급하게 진행된 만큼, 학교측이 평소 학교 행정에 비판적이었던 진 교사를 파면한 것은 '보복성 징계'라는 비난 또한 거세다.

Y여고 재단측은 이 학교의 전교조 분회장인 진웅용 교사를 파면하면서 '무단 결근' '불성실 수업'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등의 사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보복성 징계 논란은 파면 대상이 이 학교의 전교조 분회장이라는 점과 징계위원회의 징계 절차 등이 교사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진 교사는 23일과 24일 <오마이뉴스>와 서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재단 측이 내세우고 있는 파면 사유는 "대부분 사실 무근이거나 사실이더라도 파면 사유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강변하면서 "(재단 측의) 파면 사유의 대다수는 포장용이고, 실제 파면 사유는 전교조 활동"에 있다고 주장했다.

진 교사는 이번 인터뷰에서 현행 사립학교법과 관련해 "현재의 국가공무원법, 특히 사립학교법은 관리자의 부당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며 "(자신은) 사립악법의 희생자로 (현재와 같은) 법적 구조 속에서는 늘 나와 같은 희생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 교사는 또 인터뷰에서 "(이 일을 계기로) 나 자신의 구명에 멈추지 않고 반드시 사립악법을 철폐하고 비리사학을 척결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라는 말로 앞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무엇이 진 교사와 같은 사립학교 교사들을 교문 밖으로 내몰고 있는지, 전교조 분회장으로 일한 '죄 아닌 죄'로 결국 파면까지 당한 진 교사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 보았다.

▲ 21일 서울시 교육청 앞 집회에 참석한 진웅용 교사
ⓒ 성낙선
- 그동안 전교조 분회장이자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위원으로서 학교 운영에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학교의 어떤 문제들을 지적해왔나?
"재정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생들의 등록금을 아무 목적 없이 22억씩이나 모아 놓은 것을 알아내 그 돈을 도로 학생들을 위해 쓰라고 주장했다. 불법찬조금을 수천만원 걷은 것에 대해서도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소용역비는 학교에서 부담하라고 주장했다.

학생 인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교실이 너무 어둡다는 학생들의 호소에 따라 교실 조도를 실제 조도기로 측정하며 그 심각성을 학교에 누누이 알렸다. 그밖에 화장실, 도서관 등의 시설문제, 급식문제, 교복공동구매문제, 학생생활지도문제 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다. 그리고 교사 인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교무실에 복사기와 팩스가 없는 문제를 지적했다. 성과급문제, 호봉문제, 수당문제, 주차장문제 등에 대해서도 부단히 시정요구를 했다."

- 학교가 진 교사의 파면 사유로 '무단 결근' '불성실 수업'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 등을 들고 있는데, 징계 사유가 상당히 많다. 학교측이 가장 크게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크게 분류하자면, 첫째가 관리자의 지시를 불이행했다는 혐의고, 둘째는 학습자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혐의고, 셋째는 관리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 그 사유들이 '파면 사유'로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 사실 무근이거나 사실이더라도 그것이 파면사유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다. 우선, '지시불이행문제'인데 나는 상급자의 명령에 대해 최대한 따르려고 노력했다. 출장명령을 내려 주길 신청할 때는 항상 공문서에 의거했고, 게시물을 부착할 때에는 단체협약안을 설명드렸고, 성과금지급기준은 교육청 공문을 토대로 말씀드렸다.

Y여고 교원징계위원회, 무엇이 문제인가?

사립학교 교원징계위원회의 위원들은 재단 이사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Y여고도 이에 따라 재단이사회의 이사 2명과 부장급 교사 3명으로 징계위를 구성했으며, 여기에 간사 1명을 추가로 포함시켰다. 징계위에 교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형평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Y여고 징계위는 교사 파면을 결정하는 회의체로서 형평성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얼핏 보기에 징계위는 재단측과 교원측이 균등한 비율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징계위에 참석한 교사 3명은 한때 이 학교의 학생이 학교와 교감을 비판하는 글을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이유로 퇴학 명령을 내렸던 사람들로서, 이 학생에 대한 퇴학 명령이 갖는 부당성을 끊임없이 지적했던 진 교사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간사는 이 학교 재단 이사장과 교감의 친동생으로 교사를 징계하는 자리에 참석하기에는 부적합해 보이는 인물이다. 당시 진 교사는 퇴학 명령을 받은 학생에 대한 구명 운동을 펼치던 중 교감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상태였다.

그들 모두 진 교사를 옹호할 입장에 있던 사람들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징계위에 참석한 재단 이사들은 진 교사가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다. 진 교사는 징계위에 그들 이사에 대한 약력을 알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리고 일부 징계위원에 대해 기피신청을 냈지만 그것도 거부당했다.

게다가 이 학교 재단은 교사를 파면하고 난 뒤에 그 사실을 교육청에 보고하는 과정에서도 '법'에 따르지 않는 대범함을 보여 주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재단이 교사를 파면할 경우에는 그 사실을 교육청에 통보하되 징계의결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다. 징계의결서에는 징계의 원인이 된 사실, 증거의 판단과 적용법령을 명시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도 이 학교는 교사를 파면하면서 사립학교법에서 정한 이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파면은 했으나 그 '증거'를 제출하는 데는 소홀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재단이 진 교사를 파면하는 데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 성낙선
지시불이행을 문제 삼으려면 먼저 그 지시가 정당하고 공평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교육방송출연과 전국이야기대회 서울시 대표 참여를 하지 못 하게 한 것은 정당하지 않았다. 교총 분회원들의 연수는 출장을 허락한 것에 비하면 공평하지 못한 지시였다. 전교조 관련 홍보물을 부착하지 못 하게 한 것은 정당하지 않았다. 교총 관련 홍보물은 부착을 허락한 것에 비하면 공평하지 못한 지시였다.

그리고 '학습권침해문제'로 학생이 자는 것을 방치했다고 문제를 삼았는데, 학생이 잔 사실은 있되 방치한 사실은 없다. 그리고 만약 수업 중에 학생이 자기 때문에 파면을 당해야 한다면 대한민국에 전 교사들이 길거리로 내쫓겨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명예훼손을 파면사유로 삼고 있는데, 이는 이후 재판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재판결과는 따로 두고라도 상식적으로 이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학생이 부당하게 퇴학당했다고 법원이 판결을 했는데, 정작 부당 퇴학을 결정한 사람들은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부당 퇴학을 반대한 사람들만 고소, 파면 당했다. 솔직히 말해 나는 관리자의 명예를 훼손해서 파면 당한 것이 아니라 관리자의 잘못을 지적해서 파면 당한 것이다."

- 파면 사유가 다른 데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파면 사유의 대다수는 포장용이고, 실제 파면 사유는 전교조 활동에 있다. 2001년 전교조가 만들어질 분위기가 일자, 교감은 전교조를 비난하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올해 업무분장을 할 때, 심지어 기간제 교사도 담임을 주면서 전교조 교사들에게 담임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항의하자 교감은 '큰 뜻이 있다'하고 말했다. 소위 큰 뜻대로 전교조 교사 3인이 교감에 의해 고소를 당했고, 그 중 분회장인 나는 파면까지 당했다.

그리고 전교조 교사들이 마침 학생부당퇴학반대 운동을 벌이자 이를 빌미로 고소하고 파면시킨 것이다. 학생 구명운동을 하던 나는 지난 1월 13일 교감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고, 10월 30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 학교측은 진 교사가 아이들의 행동을 배후조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2년 4월 한 학생이 학교를 비판하는 글을 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리자, 학교측이 '이것은 학생의 글이 아니고 학교 내부자의 소행이다'하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선 그 내부자가 진웅용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교감은 그 학생을 불러서 진웅용이 시킨 것이라는 허위 자백을 종용했다. 그러나 결국 그 글은 학생의 글이라는 것이 검찰조사 결과 판명이 되었다.

이 사례를 보아서 알 수 있듯 학교측은 학생들의 행동을 내가 사주하거나 심지어 내가 학생인 것처럼 꾸며낸 것이라고 모함하여 파면시키려 했다. 나는 내가 배후조정자로 몰릴 것을 알면서 학생구명운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배후조종자'란 누명을 쓰더라고 학생은 살리고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 21일 서울시 교육청 앞 집회에 참가, '부당 징계 철회'를 요구한 서울시 사립학교 교사들
ⓒ 성낙선
- 결국 학생들과 떨어져 지내게 됐다. 심정이 어떠한가?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의 눈물을 바라보면 같이 눈물이 난다. 애써 담담하고자 노력한다."

- 가르치던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했다. 내가 아이들의 마음에서 멀어질까봐 두렵다. 그러나 내가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이 나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나는 여전히 그 아이들의 국어선생이다. 행여나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아이들이 졸업하는 그날까지도 학교에 돌아가게 되지 못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올 8개월간의 인연에 대해서는 늘 소중하게 기억하고 싶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나는 여전히 Y여고 교사다. 학교에 돌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현재의 국가공무원법, 특히 사립학교법은 관리자의 부당한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쓰이고 있다. 나는 사립악법의 희생자이다. 이러한 법 구조 속에서는 나와 같은 희생자가 늘 생길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교사들은 그것을 바라보며 더욱 움츠러들 것이다. 즉 정의와 진리를 생명으로 생각해야 할 교사들은 사라지고, 불의에 복종하는 교사들만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나 자신의 구명에 멈추지 않고 반드시 사립악법을 철폐하고 비리사학을 척결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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