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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 우리모두 사이트(urimodu.com)에 들어갔다가 '이문열돕기 운동본부' 화덕헌 씨가 그 동안의 운동성과와 운동의 마무리에 즈음하여 쓴 글을 읽고는 마음이 급해지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였다.

마음이 급해진 것은 책 반납행사가 11월 3일로 가깝게 다가온 것 때문이었고, 부끄러운 것은 "'실천'의 어려움도 우리를 힘들게 하였다. 분노를 제대로, 규모 있게 드러내는 일에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많은 이들이 극렬하게 분노했건만 정작 책을 실제로 보내오는 이들은 아주 적었다. 운동 초기 네티즌들의 무반응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화덕헌 씨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 동안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던 나의 게으름과 실천력 부족을 질타하는 말에 다름이 아니었다.

다행히 운동시작 이후 몇몇 언론의 조명과 우리모두사이트의 후원으로 책이 500여 권 모였다고는 하지만 애초 목표로 했던 1000권에는 턱없이 부족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이러한 폭발적인 관심과는 별도로 그에 못미치는 실천력은 화덕헌 씨의 뼈아픈 지적에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토요일 저녁, 모처럼 시간을 내서 책장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근 20년가까이 보지 않았던 책이라, 앞쪽에 있던 책을 거의 다 들어내고 뒤편에서 찾는 약간의 수고가 필요하였다. 이 약간의 수고가 귀찮아 그 동안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이 참으로 한심하게 생각이 되었다. 몇 권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11권이 나왔다. 대학시절 담배값 아껴가면서, 점심값 줄여가면서 어렵게 하나씩 사본 책들이었다.

대학시절 이문열의 새로운 책을 하나씩 사서 읽어볼 때마다 느꼈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내 하숙방의 책꽂이에 이문열의 책을 하나씩 자랑스럽게 늘려가곤 했다. 그리고는 언젠가 내가 중년의 나이가 되더라도 그의 빛바랜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며, 나의 젊은 시절을 회상할 때가 있으리라 기대했다. 벌써 중년의 나이에 가까운 오늘, 그의 빛바랜 책을 꺼내 그에게 돌려주기 위해 박스에 담는 것은 참으로 착잡하고도 슬픈 일이다.

내가 그의 책을 사 모으던 그 시절, 그는 많은 독자들의 문학적 욕구를 충족시켜준 문인이었고 소설가였다. 이제 그는 문학을 이용한 문화권력자이며, 족벌언론의 대변자이다. 또한 문학을 이용해서 현실의 정치세력을 비난하는, 정치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 반정치인이라 할 것이다.

그에게 책을 반납하는 사람들은, 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예전 그의 열렬한 독자가 아니었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이 아끼던 책을 대가없이, 우송료 들여 반납하면서까지 그에게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이유를 그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그가 언론개혁을 지지하는 사람을 홍위병으로 몰고, 독자에 대해 그의 오만한 태도를 거두지 못한다면, 앞으로 그가 쓴 책은 그의 부악문원을 거대한 헌책방으로 만들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 11월 2일까지는 책을 모은다고 합니다. 많은 책이 모아질 수 있도록 늦게나마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랍니다. 택배로 부치면 하루만에 보낼수가 있습니다. 화덕헌 씨의 건투를 빕니다.

주소: 부산시 해운대구 좌동 1319 두산2차상가 111호 신도시사진관 화덕헌  051-70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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