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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미군정 사령관 존 하지 중장, 더글러스 맥아더 육군 원수, 이승만 대통령. 미국의 역코스(reverse course) 전략으로 인한 ‘현상유지’ 정책이 아니었다면 국립도서관의 설립 과정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학교는 명예박사 학위 1호를 맥아더에게, 2호는 하지에게 수여했다.
▲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기념식에 참석한 하지와 맥아더 왼쪽부터 미군정 사령관 존 하지 중장, 더글러스 맥아더 육군 원수, 이승만 대통령. 미국의 역코스(reverse course) 전략으로 인한 ‘현상유지’ 정책이 아니었다면 국립도서관의 설립 과정도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대학교는 명예박사 학위 1호를 맥아더에게, 2호는 하지에게 수여했다.
ⓒ 국가기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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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정은 '치안방해'라는 막연한 이유를 들어 비판적 언론을 통제하는 한편 치안유지법·사상범예방구금법 등 일제가 만든 악법의 일부를 폐지했으나 신문지법·보안법 등은 존속시키면서 점령통치에 활용하였다.

질서유지와 효율적 통치라는 명분으로 실시된 미군정의  점령정책은 식민지 잔재의 완전한 청산과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요구한 민중과 독립운동세력에게는 타격을 가하는가 하면 친일세력에게는 유리한 입지를 마련해 주었다.

해방정국은 정치세력 간에 신탁통치 문제를 비롯하여 이념과 노선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대립하고 각급 언론은 정파와 색깔에 따라 이데올로기성 지면으로 도배되었다. 미군정은 자신들의 정책을 비판하는 좌경지나 진보매체를 철저히 탄압하여 군정이 끝날 즈음에는 우경 보수지만 남게 되었다.

미군정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이승만은 1948년 정부 수반에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언론정책 7개항을 발표, 언론통제의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1. 대한민국의 국시·국책을 위반하는 기사
 2. 정부를 모략하는 기사
 3. 공산당과 이북 괴뢰정권을 인정 내지 비호하는 기사
 4. 허위의 사실을 날조, 선동하는 기사
 5. 우방과의 국교를 저해하고 국위를 손상하는 기사
 6. 자극적인 논조나 보도로서 민심을 격앙 소란케 하는 외에 민심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사
 7. 국가의 기밀을 누설하는 기사

이승만의 언론정책 가운데 특히 4항과 6항, 7항 등은 문제가 많은 내용이었다. 비판적인 언론은 탄압하기 위한 것으로 언론계의 거센 저항을 받았다. 무엇이 '허위'인지 애매하고 '날조·선동' 그리고 무엇이 '자극적인' 논조인지 얼마든지 임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국가의 기밀' 역시 애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디까지를 국가의 기밀로 인정되는 것인지, 그 기준과 판단을 두고 권력기관의 임의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

당시의 이승만 정권은 아직 정치적 기반을 확고하게 다지지 못한 정권이었으므로 이러한 언론법으로써 자기 정권을 보호하려 한 것이다. 집권하자마자 이와 같은 가혹한 언론정책을 발표했고, 이어 9월 13일 <제일신문>에 정간 처분을 내리는 동시에 부사장 김정형, 주간 신영철 외 10명의 기자들을 구속했다. 동 15일에는 <조선중앙일보>를, 이어 18일에는 <세계일보>를 각각 정간 처분하고 편집국장 김창엽 외 8명을 구속했다. 이와 같은 정간 조처와 간부 및 기자들의 구속은 '국시위반'과 '광무신문지법' 저촉 혐의 때문이라고 했다.

정부의 이와 같은 단호한 언론 단속으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며 이승만 정권을 비판하던 신문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동아일보>·<조선일보>·<한성신문>·<경향신문> 등이 언론계의 새 주역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승만 정권은 대한제국 말기 일제가 침략하면서 한국언론을 통제하기 위해 가장 먼저 마련한 '광무신문지법'까지 되살려 신생 언론을 탄압하였다. 그리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신문은 대부분 폐간·정간시키고,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신문과 일부 종교계에서 창간한 신문만을 남겨두었다. 김자동이 투신한 1950년대 한국언론계의 정황이다.


주석
7> 앞의 책, 14쪽.
8> 앞의 책, 80쪽.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김자동, #김자동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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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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