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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31일 오전 1시 10분]

29일 안산 단원고 세월호 생존 학생 법정 증언 이틀째. 마지막인 22번째로 증언에 나선 V학생(남, 기자 주 - 발언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명명)은 자신의 반에서 혼자 살아남았다. 4층 다인실인 S-4번방이 숙소였지만 그는 사고 직전 3층 식수대에 물을 마시러 왔다.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방에 있었다.

'7반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은 기쁨이 아닌 고통이었다. V학생은 "안산 고대 병원으로 왔을 때, 눈을 감으면 건물은 가만히 있어도 나는 90도로 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그때의 잔상들과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선장과 선원의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묻는 말에는 차마 대답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그냥…친구들이……(한동안 울먹인 뒤) 친구들이 너무 불쌍하다. 우리는 선원과 승무원들을 믿고 그에 따라서 행동했다. 이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V학생의 증언을 정리한 것이다.

물 마시러 갔다가... 한 반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아

[검찰 측 신문]

"그날 밥 먹기 전에 선미 쪽 남자 샤워실에서 씻었다. 우리 방의 전력이 약해서 헤어 드라이기 바람이 조금밖에 안 나왔다. 그래서 갑판으로 나가서 머리를 말리고 다시 방에 들어와서 애들이랑 게임을 했다. 매점에 가서 아이스크림 사먹고 화장실 가서 볼일도 보고 있다가 3층 식수대로 내려가서 물 먹고 계단 밑에 앉아 있었는데, 2분 내지 몇 분 안 돼서 배가 기울었고 안내데스크 쪽으로 떨어졌다. 배가 기울 때 쿵 소리 같은 건 못 들었다."

"사고 직후 매점에서 한 명씩 올라오는데, 올라오는 사람들마다 다쳐 있었다. 약간 혼란스러웠다고 해야 하나…. 기억하기로 여학생은 3명, 다친 어른 남자 2명, 승무원은 여자 1명, 남자 1명이 있었고 안 다친 어른도 안내데스크 주변에 한 2명 정도 있었다. 다친 어른 한 명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매점에서 올라왔고 다른 사람은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남자 승무원이 처음엔 가만히 있으라고 안내방송을 했다. 그 다음에 한 부모님이 아이 좀 찾아달라고 해서 아이 있으면 신원 확인 좀 해달라고 했다. 아이가 이 방송 들으면 '악'하고 큰 소리를 지르라고 했다. 이렇게밖에 기억이 안 난다."

"구명조끼는 B-1번방 쪽에서 전달해줘서 입었다. 그 전에 구명조끼 입으라는 방송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남자 승무원이 헬기 소리가 들리고 할 때 주변 사람들한테 좌현 갑판 쪽으로 기울었으니까 잠수를 해서 탈출을 하라고 했다. 그때 몇몇은 먼저 탈출했고, 나랑 다른 애들은 탈출을 못하고 있었는데 위에서 밧줄이 내려왔다. 소방호스 같은 걸 타고 올라가라고 했다. 근데 잡아도 미끄러져서 못 올라간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다시 원래 있던 장소로 안내데스크 쪽으로 올려줬다."

"다시 안내데스크 쪽으로 왔을 때엔 여자 승무원과 남자 승무원이 얘기를 하고 있었다. 매점 문 닫고 의자를 놔서 그거 밟고 올라갈 사람은 올라가라고 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르겠는데, 무전기를 들고 누구를 불렀다. 상대방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여자 승무원이 전화기를 든 모습도 못 봤다."

"그리고 여자 승무원이 약간 떨고 있는 애들을 달랬다. 머리 쪽에 화상 입은 애가 물집 터뜨려도 되냐고 하니까 그냥 놔두라고 했다. 그는 내가 4층으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안내데스크 쪽에) 계속 있었다.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승무원들이 먼저 매점 문을 닫고 의자를 받쳐줬다. 그걸 밟고 4층으로 올라갔다. 내가 올라가려고 시작할 때는 배가 거의 90도라서 벽이 땅바닥처럼 됐다. 당시에 선원이나 해경은 없었다."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도 밖으로 나온 이유를 묻자) 남자 승무원이 우리 보고 좌현 쪽으로 나가라고 했는데 실패서 다시 안내데스크 쪽으로 오고나선 이제 위험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방송도 할 여건이 안 되는 것 같아서 그냥 알아서 나왔다."

"안내데스크에 있을 때 내 주위에는 다친 사람이랑 여자애들이 있었고 여자애들이 부상자 보고 겁먹어서 심호흡하라고 하고 안정시키려고 일상적 대화를 할 정도로 시간이 됐다. 또 성인 한 사람의 핸드폰이 터져서 애들이 연락하고 그랬다. 그 정도로 시간이 넉넉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대기했다."

"승무원은 지식이 풍부하니까 그 말 들으면 살 것 같았다."

28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 학생들의 증인신문이 진행된 가운데 화상장치가 연결된 법정이 공개되고 있다.
▲ 세월호 생존 학생 증언 위한 법정 28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 학생들의 증인신문이 진행된 가운데 화상장치가 연결된 법정이 공개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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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데스크에 있을 때 헬기 소리가 계속 들렸다. 가만히 있으면 와서 알아서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승무원이 우리보다 지식이 풍부하니까 그 말을 들으면 더 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어서 그 말을 들은 것이다."

"사고 초반에 빠져나갈 수 있었다. 내가 탈출하려고 했을 때는 위에 있는 물건이 떨어져서 애들이 맞고 쓰러지고, 손 다치고 해서 탈출이 힘들 정도로 부상당한 애들도 있었다. 처음부터 탈출하라고 했으면 겁먹어서 느릿느릿하긴 했을 테지만 충분히 탈출했을 거 같다."

"(탈출할 때 다친 곳은 없냐는 질문에) 왜 다쳤는지는 모르겠는데 손목이 긁혔다. 계단이 널찍널찍해서 잡으려고 해도 잘 안 잡혀서 손을 박고 그 다음 빼는 식으로 해서 긁히고 까진 데가 있었다. 피멍도 많이 들었다. 맨 처음 계단에서 안내데스크 쪽으로 떨어질 때 대리석 기둥에 머리를 부딪쳐서 턱이랑 관자놀이가 좀 아팠다."

"나는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배를 타고 섬에 가서 다시 배를 타고 진도에 도착했다. 다시 버스 타고 체육관에 있었고 6시간 정도를 버스 타서 안산 고대 병원에 와서 입원실로 옮겨졌을 때 눈을 감으면 건물은 가만히 있는데도 나는 90도로 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그때의 잔상과 친구들 생각도 많이 났다."

"선장과 선원들을 좀 강력하게 처벌해 주셨으면… (검사가 이유를 묻자)그냥(말을 잇지 못하고 휴지로 눈물 닦음. 뒤에 앉아있던 교사가 달려가 위로해 줌)…친구들이…(눈물 흘림)… 친구들이 너무 불쌍하다. 우리는 선원과 승무원들 믿고 따라서 행동했다. 이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선원과 승무원 믿었는데... 친구들이 너무 불쌍하다"

[변호인 측 신문]

"(처음 배가 기울어서 떨어졌을 때 승무원들 움직임이 잘 보였냐고 묻자) 내가 떨어질 때 머리를 부딪쳐서 주위도 산만하고 시야가 좁아져서 승무원 소리만 들렸다. 본 건 여자애들이랑 다친 사람, 그리고 오락실에 있었던 남자애들이었다."

"초반에는 승무원의 행동은 전혀 못 보고 소리만 들었다. 나중에 암전되고 나서 우리에게 잠수하라고 말했을 때엔 볼 수 있었다. 그때는 남자 승무원만 봤다. 왜냐하면 (잠수로 탈출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남자승무원이라 그쪽으로 시선이 쏠려서 남자만 보였다."

"무전기 말고 다른 기기를 쓰는 소리는 못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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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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