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7 05:14최종 업데이트 23.04.27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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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수위가 내려가 바닥이 보인다. 곡우가 지나 농사를 시작한 만큼 하천수와 저수지에 모아둔 물이 금가루처럼 귀하게 쓰인다. 봄에 물대기는 1년 농사의 시작인지라 겨우내 물 관리는 매우 중하다. 
  

광역상수원인 대청호는 인근 대전광역시, 세종시, 청주시, 군산 및 전주 유역에 용수를 공급한다. 동절기에 물을 충분히 모아놓아도 물 사용량이 많은 봄철 이 무렵은 물 수위가 내려간다. ⓒ 최수경

 
우리나라 인구는 수도권에 전 국토 인구의 반이 모여살고 있다. 국토 면적에서 도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16.61%인데 전체 인구의 91.82%가 도시에 산다(통계청, 2023.3.20). 인구의 9할이 도시에 매달려 사는 극심한 도시화 경향은 환경을 악화시킨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의 빗물은 어떻게 관리되는가.
  

우리나라 국토 면적에서 도시가 차지하는 비율은 16.61%인데 전체 인구의 91.82%가 도시에 살고 있다(통계청, 2023.3.20). ⓒ 통계청

 
여름철 도시에서 발생하는 홍수. 도시의 토양은 불투수층이 대부분이기에 홍수에 속수무책이다. 서울은 1962년 전체 면적의 7.8% 수준이던 불투수층이 2010년 47.7%, 2015년 49%까지 증가했다(<경향> 2022.08.13 지하에 만드는 거대한 빗물저장소, '대심도 저류배수시설'이 대도시를 구할까). 큰비라도 오면 한꺼번에 모인 물이 저층으로 흘러들어 하수구의 기능을 마비시킨다.
    

2018년 8월 43년 만에 역대급 홍수 피해를 입은 대전광역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 연합뉴스

 
내가 사는 대전의 전민동도 2018년 8월 배수구에 낀 쓰레기 때문에 하천으로 빗물이 내려가지 못해 일대의 주택과 도로가 침수된 적이 있다. 당시 대전에 최고 140mm의 폭우가 내리는 줄도 모르고 새벽에 길을 나선 적이 있다. 구청의 재해 문자를 받았을 때는 이미 내 자동차가 침수되는 도로 한가운데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다행히 위기 상황에서 간신히 빠져나오긴 했지만 빗물에 잠겼던 차는 처분해야 했다.

지자체는 지하 방수로나 빗물 터널 등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상습 침수지역이나 산악 급경사 계곡부 가리지 않고 도시 개발을 하다 보니 여름철마다 재앙이 되풀이된다. 
      

콘크리트 바닥에서는 빗물이 지하수로 유입되지 못하고 하천으로 과다하게 유출된다. 또 평상시 표층의 수량 증발로 하천수가 고갈되는 경향이 있다. ⓒ 최수경


도시에 콘크리트층이 증가하다 보니 강우 시 지하수로 유입하지 못하고 하천으로 과다하게 유출된다. 또 평상시 도시 지표층의 수량이 증발해 하천수가 고갈하기도 한다. 도심 내 주차장이나 막히지 않고 탁 트인 땅에는 배수가 잘되도록 표면을 투수 처리해 지하로 유입하는 물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관공서 주차장만이라도 적극 앞장서야 한다. 주차장 표면을 투수 블록으로 대체하면 도시 물 순환 체계에 일부 기여할 수 있다.
     

투수성 재질로 주차장을 조성한 진천군 산하 기관. 콘크리트 재질의 주차장보다 훨씬 온도를 낮출 수 있다. ⓒ 최수경

     

투수성 재질로 주차장을 조성한 계룡산 네이처센터. ⓒ 최수경

         
   

대전 둔산동 도시숲 그린 인프라 1992년 대전세계엑스포 당시 주차장으로 이용되었던 부지에 수목원을 조성해 도시민들에게 생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최수경

 
인간은 혼자 살 수 없다. 이 말은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꾸는 능력이 없어 철저하게 외부에서 유입되는 탄소원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종속영양생물이라는 뜻이다. 식물처럼 독립적으로 광합성 등을 통해 스스로 필요한 영양분을 합성하지 못한다.

도시 생태계도 인간처럼 철저한 종속영양생태계다. 도시 안 혹은 그 배후 생태계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도시 생태계를 지원할 배후습지, 녹지, 야생 동물의 서식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전시 둔산동 샘머리공원 대단위 아파트 단지와 왕복 8차선 도로 사이에 공원을 조성해 도심 불투수층을 줄였다. ⓒ 최수경

 
도시 내 녹지와 같은 자연 공간은 복지와도 연관이 있다. 고령층과 취약계층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녹지 공간은 삶의 질을 높인다. 오랜 건축 수령만큼 자란 아파트 숲은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이다. 대전 전민동 엑스포 아파트에서는 까치, 비둘기, 참새, 직박구리, 밀화부리를 볼 수 있다. 이런 아파트 숲은 흔치 않다. 이와 같은 아파트 숲이 재건축, 재개발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전시 전민동 엑스포 아파트 숲 1994년 지어진 아파트로 아파트와 나이를 같이하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 생명의숲

 
일정 수령의 나무나 가로수 등은 오랜 시간 지역의 공기 질과 열섬 완화, 휴식 및 경관 등으로 생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나무의 역사는 장소의 정체성을 반영한다. 그만큼 오래된 나무들을 벨 때는 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논의에 참여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장소의 정체성에 기여하는 오래된 나무들 청주교대 정문 진입로의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 최수경

   

학내 의견수렴을 거쳐 가로수가 사라진 풍경 청주교대 정문의 가로수는 수령이 오래 되어 가지가 보행자 안전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학내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사라졌다. ⓒ 최수경

 
도시 건물의 지붕, 테라스를 녹색화 하고 테라스 식물을 가꾸거나 옥상 텃밭을 조성할 수 있다. 이를 독려하도록 옥상 경관 경진 대회 등도 필요하다. 수용 가능한 공공 공간을 확보해 주말 텃밭 등 도시 농업을 장려할 수 있다.
   

파리 시내 한 건물의 그린 인프라 옥상정원, 베란다 텃밭 등 도시에 그린 인프라를 조성하려면 적극적인 주민 홍보가 필요하다. ⓒ 최수경

  

옥상텃밭을 적극적으로 조성한 충남대학교 건물 옥상 등 수용 가능한 공공 공간을 확보하여 옥상텃밭, 주말텃밭 등 도시농업을 장려해야 한다 ⓒ 최수경

 
내 친정집 아파트에서는 주차장의 주차선을 90도 주차가 아닌 45도 주차(ㅅ 주차장)로 일부 변경했다. 늘 빼곡한 주차장에서 45도 주차는 매우 편리했다. 45도 주차는 일방 통로에서 이용하는 방식으로 주차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을 줄여 에너지 절감 및 탄소 발생량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45도 주차 일방통행로에서 45도 주차는 T자 주차보다 시간과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방법이다. ⓒ 최수경

 
새로 지은 아파트는 주차장이 지하로 내려가면서 지상은 휴식과 보행의 기능으로 활용된다. 대부분 지상부 표층은 투수 표면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의 도심 내 크고 작은 주차장이 아직도 불투수 표면인 것을 감안하면 도시의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탄소 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실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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