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4 08:55최종 업데이트 22.08.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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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이면 전남 신안 열도 중 하나인 다물도로 초대를 받는다. 다물도는 '홍어의 섬'이라 부를 정도로 70년대 초까지 흑산군도 홍어 잡이의 중심지였다. 다물도에 사는 지인의 부모님은 노를 저어 다니며 홍어를 잡는 풍선배(뗏마배, 1톤 정도의 크기)를 타고 홍어를 잡으셨다. 지인 역시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다물도 흑산도에서 배로 20분 거리에 있는 다물도는 홍어의 섬이라 부를 만큼 70년대 초까지 흑산군도 홍어잡이의 중심지였다. ⓒ 최수경

     
지난 2년간은 코로나로 인해 섬 방문이 어려웠다. 올해 다물도에 입항하며 놀란 것은 앞짝지 항에 양식장이 가득 들어찼다는 것이다. 조업에서 양식업으로 바뀐 것이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수온의 변화 외에도 일할 인력이 없는 것도 주요인이다.
   

다물도 양식장 어획량 감소로 조업 대신 양식업이 확대되고 있다. 노인들의 감소로 조업 활동은 현저히 줄고 있다. ⓒ 최수경

   
다물도의 뒤짝지 해변은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기 안성맞춤이다. 오색의 아름다운 몽돌 해변과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맞춘 몽돌 구르는 소리가 좋다. 여기에 좌우의 숲에서 나는 산새 소리 가운데 팔색조 울음소리는 단연 매혹적이다. 하늘에선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칼새들이 무리를 지어 빠른 비행을 한다.
    

다물도 뒤짝지 해변 장구형의 다물도는 어항이 있는 앞짝지와 몽돌해변으로 이루어진 뒤짝지가 있다. ⓒ 최수경

 
칼새는 최대 시속 200km로 군함조 다음으로 빠른 새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공중을 비행하며 잠을 자는 특성이 있다. 새들의 비행 특성은 일찍부터 항공 산업에서 모방해왔다. 벌새의 정지 비행, 갈매기의 날개 접이 운동, 칼새의 활공 비행 등 연구가 활발하다.
        

흑산도 예리 기상대에서 본 칼새의 비행 다물도를 포함한 흑산군도에서 볼 수 있는 칼새는 일찍부터 항공산업에서 생태모방기술을 연구중이다. ⓒ 최수경

     

다물도를 포함한 흑산군도는 한반도의 최서 남단에 위치한 동아시아 철새들의 주요 이동 경로이다. 월동지인 동남아시아에서 북상하여 올라오는 통로이자, 시베리아를 비롯한 북반구의 번식지에서 번식을 마치고 월동지로 이동하는 중간 위치에 있다. 매년 봄과 가을 한반도를 통과하는 새들의 70%가 흑산도를 경유한다.
   

동아시아 철새 이동경로 우리나라를 지나는 새들의 70%가 흑산도를 경유한다. ⓒ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

   
대흑산도에 위치한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에서는 2005년부터 신안 섬의 주요 섬을 대상으로 철새 중간 기착지 이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류 모니터링과 가락지 부착 조사(bird banding)를 하고 있다.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조류 전문 연구기관으로 철새의 이동 및 분포에 대한 모니터링과 가락지 부착조사를 통한 철새 이동 생태연구를 하고 있다. 가락지 부착조사 양성교육과 조류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국민 인식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 최수경

 
가락지 부착조사는 야생조류의 다리에 개체 식별번호가 있는 금속 가락지를 부착하는 것이다. 이후 이들이 재발견되었을 때 이동 경로나 수명 등 조류의 생활사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생태 변화와 기후 변화 등 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도 있다.      

가락지 부착조사는 매년 봄 3월~5월, 가을 8월~11월에 흑산도의 배낭기미와 진리습지에서 행해진다. 이곳은 해안가와 인접해 있으면서 조석의 영향에 따라 수위가 변동되는 습지가 발달해 있다. 주위에는 산림이 형성되어 있어서 산새류와 물새류, 맹금류 등 다양한 조류가 관찰된다.
   

배낭기미습지 국립공원 철새도래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배낭기미습지는 조류모니터링 및 가락지 부착조사가 행해지는 철새들의 소중한 쉼터이다. ⓒ 최수경

         
내가 국립공원연구원 조류연구센터를 방문해 가락지 부착조사에 참여한 날은 가을철 조사의 첫날이었다. 진리 조사지역에 조류 포획용 그물을 설치하고 일출 20분  전부터 시작해 30분마다 그물에 포획된 조류를 채집했다. 채집된 개체들을 각각의 면주머니에 넣어 연구실로 갖고 와 분류, 동정 및 부위별 측정을 한 뒤 가락지를 부착한 후 곧바로 날려 보냈다.
 

가락지 부착조사를 위해 설치한 포획그물 가락지 부착조사는 매년 봄 3월~5월, 가을 8월~11월에 흑산도의 배낭기미와 진리습지에서 진행한다. ⓒ 최수경

      

가락지 부착조사에 사용되는 금속 가락지 각각의 금속 가락지에는 식별 번호가 있어, 이들을 재발견했을 시 이동 경로나 수명 등 조류의 생활사를 확인할 수 있다. ⓒ 최수경

 
살아 발버둥치는 10그램 안팎의 조류를 부위별로 측정하자면 조사자의 손길이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종 조류를 동정하는 조사자의 눈빛은 새의 눈빛만큼 초롱초롱했다. 새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물총새에 가락지 부착 나라마다 조류 특성에 맞게 가락지 색과 부착 위치가 다르다. ⓒ 최수경

      

내가 조사에 참여했던 한 시간여 동안 확인된 개체는 검은딱새, 물총새, 동박새, 흰눈썹황금새, 직박구리, 바늘꼬리도요, 섬개개비(멸종위기 2급) 등이었다. 바늘꼬리도요는 등 무늬 형태가 꺅도요와 비슷해 탐조만으로는 개체 확인이 불가능하다. 포획을 해 바늘꼬리 깃털을 봐야 구분할 수 있다.

  

바늘꼬리도요의 꽁지깃 특성 바늘꼬리도요는 등 무늬 형태가 꺅도요와 비슷해 탐조만으로는 개체 확인이 불가하다. ⓒ 최수경

 
지금까지 이곳에서 가락지 부착을 한 개체는 9만 개체에 이른다. 최근 2년 사이에는 갈색솔딱새(가칭), 흰꼬리유리딱새(가칭)와 같은 미동정 조류가 처음 관찰되어 국내 첫 기록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토록 조류의 생애 사를 이루는데 중요한 길목인 흑산도에 변화가 일 조짐이다. 바로 흑산공항 건설 때문이다. ▲ 섬 지역 주민의 교통 편의 제공 ▲ 정주 여건 개선으로 인한 인구 감소 방지 ▲ 관광객 수요 증가 등이 공항 건설 이유로 제시된다.
 

흑산공항 예정지 공항이 들어선다면 예리의 대붕산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활주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 최수경

 
그간 국립공원계획 변경심의 과정에서 보류로 결정됨에 따라 공항 건설로 인한 환경 훼손, 철새와의 충돌 가능성, 공항 입지 대안 등에 대한 재검토가 요구되었다. 신안군은 국립공원 부지에 흑산공항을 짓는 대신 그 4.3배에 달하는 비금도 명사십리 연안을 국립공원 부지로 편입하겠다고 제안했고 해양수산부가 이를 반대하면서 흑산공항은 현재 진척없이 표류하고 있다. 

조류 모니터링은 철새의 이동 생태를 연구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방법이다. 환경변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철새의 적응력을 판단해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류연구센터를 우리나라 소청도와 흑산도에 둔 이유는 철새의 이동 경로이기 때문이다. 공항 건설 예정지인 흑산도 기상대에서 필자는 칼새의 집단 비행을 직접 목격한 바가 있다. 공항 건설로 인한 항공기의 잦은 이착륙은 분명 흑산도를 경유하는 새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흑산공항 조감도 섬 지역 주민의 교통편의 제공, 정주여건 개선으로 인한 인구감소 방지, 관광객 수요 증가 등이 공항 건설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공항 예정지가 있는 기상대에서 저자는 칼새 군락의 비행을 확인했다. ⓒ 나무위키


흑산도는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이익과 환경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 가운데 결국 전자를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물새의 서식지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호하자고 맺은 람사르 협약에 가입되어 있다. 흑산공항은 람사르 협약국이 해서는 안될 선택이다. 아울러 '자연을 활용가능한 자원에서 보전의 대상으로'라는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목적에 위배하는 오점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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