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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항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아이들을 만난 아멜리아씨가 아이들을 껴안고 흐느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아내 아멜리아씨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남편 신근선씨.
ⓒ 오마이뉴스 권우성
11월 9일 오후 6시 인천공항 A입국장. 아멜리아씨의 남편 신근선씨와 두 아들 승현이와 승국이가 공항에 도착했다. 신씨는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을 향해 말문을 열면서부터 눈물을 보였다.

"돈이 없어서 아픈 환자를 보낸 죄인 남편이었습니다.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습니다. 이제 다시는 아이들과 엄마를 떼놓지 않겠습니다. <오마이뉴스>와 네티즌 여러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큰 아이 승현이는 지난 이틀간 "엄마가 보고 싶다"며 줄곧 울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한 KBS, EBS 등의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답변을 하는 중에도 남편 신근선씨의 시선은 문이 여닫히는 입국장 안을 향하고 있었다.

마닐라에서 출발해 오후 6시 도착 예정인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5분여 빨리 착륙한 상태였다. "왜 이렇게 안 나오는 거죠.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신씨는 초조해 했다.

20분이 더 지난 6시 51분. 입국장 문이 열리고 녹색 털모자에 마스크를 쓴 브란주엘라 아멜리아씨가 드디어 모습을 나타냈다.

"아미..." 신씨는 아멜리아씨의 애칭을 부르며 뛰어가 아멜리아씨를 껴안았다. 4개월만의 만남. 부부는 한동안 떨어지지 않고 계속 눈물만 흘렸다. "얼마나 고생했어. 미안해." 신씨는 아멜리아씨의 눈물을 닦고 볼을 부비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곧이어 승현이 승국이 두 아들도 엄마 품으로 파고들었다. 지난 7월 6일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 필리핀으로 떠나버린 엄마였다. 그동안 "필리핀으로 보내달라"며 떼를 썼던 맏이 승현이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오마이뉴스>와 네티즌들이 아내를 살렸습니다"

유방암 판정을 받고도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한국을 떠나 필리핀으로 돌아가야 했던 아멜리아씨와, 자신도 뇌졸중으로 고생하며 늘 아내를 그리워했던 신근선씨. 이들의 사연이 김혜원 시민기자를 통해 알려진 뒤, 네티즌들은 폭발적인 격려와 따뜻한 온정의 손길을 보여줬으며, <오마이뉴스> '좋은 기사 원고료 주기'를 통해 2000여 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그와 같은 네티즌들의 위로와 격려 덕분으로, 필리핀 이주여성 아멜리아씨가 9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아멜리아씨는 현지에서 계속 받아온 항암치료와, 이날의 빡빡한 비행 일정 때문인지 다소 지친 기색이었으나 남편과 아이들을 보고는 'I`m happy'를 연발했다.

아멜리아씨는 "다시 한국에 올 수 있도록 한국과 필리핀에서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아이들과 남편이 많이 보고 싶었는데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편 신근선씨는 "아이들이 집 근처인 성남 비행장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보고 엄마를 찾을 때마다 가슴이 찢어졌다"면서 "네티즌들이 아멜리아를 살렸고 우리 아이들을 살렸고 한 가정을 살렸다"면서 울먹였다. 이어 "아미도 수술 잘 받고 저도 빨리 회복해서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병원으로 직행 입원수속 마쳐... 10일부터 정밀 검사 시작

▲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서 아멜리아씨가 입원 하기 전 당직의사의 진료를 받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입원 절차를 마친 후 아멜리아씨를 위해 남편 신근선씨가 환자복을 준비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아멜리아씨 주변에서 아이들이 떠들자 남편 신근선씨가 '쉿' 하며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공항에서 간단한 소감을 밝힌 아멜리아씨 부부는 대기중이었던 병원 구급차를 타고 서울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으로 이동, 간단한 검사를 받고 302호실에 입원했다.

입원준비를 마친 아멜리아씨를 진찰한 최재필 당직의사는 "아멜리아씨는 현재 유방암 3기(3-B) 진행중이며 생각보다 암세포 덩어리가 큰 편이고 필리핀에서의 항암치료로 인해 백혈구 수치도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오늘은 간단한 복부 초음파와 피검사를 진행했으며 내일 오전부터 유방 초음파, X-레이, 적혈구 수치검사 등 본격적 검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멜리아씨는 백혈구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암세포 크기가 수술에 적합하다고 판단될 때까지 정밀 검사 및 치료를 받게 되며, 수술날짜는 아멜리아씨의 몸 상태를 봐가며 잡을 예정이다. 수술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의 배려로 전액 무료로 시술되며 <오마이뉴스>는 네티즌들이 모아준 성금 2000여 만원을 아멜리아씨 부부를 위해 쓸 계획이다.

"가족들이 꿈에 아른거려... 한국 빨리 오고 싶었다"
[인터뷰] 4개월만에 한국 땅 다시 밟은 아멜리아씨

▲ 아멜리아씨가 자신을 돌보는 남편 신근선씨를 바라보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병원 침대에 눕자 아멜리아씨의 얼굴이 밝아졌다. 남편 신근선씨와 밀린 얘기를 나누면서는 때로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승현 승국 두 아들의 재롱을 보면서는 줄곧 웃음을 띠었다.

4개월만의 만남인데다 항암치료로 인해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한 엄마를 잘 알아보지 못했던 막내 승국이가 "엄마"라고 부르자 아멜리아씨는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아멜리아씨는 네티즌들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하며 "꼭 나아서 한국에서 살겠다"는 뜻을 밝혔다.

- 몸 상태는 어떤가?
"괜찮다. 필리핀에서 계속 항암치료를 해서 피곤하긴 하지만 한국에 오니 행복하고 몸 상태가 더 좋아지는 것 같다."

- 불편하거나 아픈 다른 곳은 없나?
"없다."

- 출국 전날인 8일 잠은 잘 잤나?
"편하게 잘 잤다. 그런데 아이들과 남편을 만난다는 생각에 많이 잘 수는 없었다."

- 남편과 아이들이 가장 보고 싶었을 때는 언제인가?
"가족들이 꿈에 나타났을 때다. 그럴 때면 밤새 많이 울었고 당장 한국에 오고 싶었다."

-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네티즌들이 아멜리아의 치료를 위해 인터넷을 통해 성금을 모은 사실은 알고 있나?
"알고 있다. 필리핀에서 얘기 들었다. 나를 취재한 기자들과 네티즌들에게 감사드린다. 한국에 다시 올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 나를 위해 수술을 해 주겠다고 결정한 병원측에도 감사드린다."

- 수술 이후에 몸 상태가 더 좋아지면 한국에서 살 것인가?
"물론이다. 한국에서 살고 싶다. 남편과 승현, 승국과 함께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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