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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되는 유기견들의 상태는 눈으로 차마 볼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경우가 허다하다. 거리생활로 인한 상태 악화도 포함이 되겠지만 의외로 많은 수가 학대받고 버려진다. 신고를 하거나 대항을 하거나 하는 등의 행동으로 자신의 고통을 호소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라면, 죽을 때까지 당하거나 버려지거나 둘 중 하나의 길 밖에 없는 것이 동물이다.

'유기 그 이후의 삶' 기사에 이어 오늘은 학대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버려진 유기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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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유기견들

▲ 가족 요키, 주인이 모두 안락사를 부탁하고 떠났다. 현재 입양완료.
ⓒ 네이버 유사모
기아 상태에서 쓰레기장에 버려진 요키

2~3살 된 요크셔테리어(일명 요키)가 쓰레기장에서 구조되었다. 한 남자가 쓰레기장에 요키 한 마리를 버렸는데 구조하고 보니 몸무게가 1.7kg. 2~3살 요키의 경우 몸무게는 3~5kg 정도를 평균이라 부른다.

초소형 티컵 강아지의 경우 1.5kg 내외로 규정짓는다지만 구조된 요키는 티컵 종이 아니었다. 작은 종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애견문화의 부작용이다. 하루에 사료 두 알로 키우거나 물만 준다는 이야기도 흔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또한 학대의 흔적인지 사람이 손만 갖다대도 두 눈을 질끈 감고 맞을 준비를 하는 듯 행동을 하였고 특히 남자를 무서워한다. 물론 항체 검사 결과 태어나서 한번도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한다.

▲ 요키가 버려진 쓰레기장과 병원에서 치료중인 모습.
ⓒ 네이버 유사모
폭력만큼 무서운 것은 굶기는 것이다. 태어나서 생명을 유지하려면 음식물을 섭취해야 하는데 그 어떤 이유라도 데리고 있는 동물을 굶겨 이 지경까지 만드는 것은 인간으로써 참으로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문화생활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먹는 즐거움과 다른 곳에서 얻는 즐거움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동물에게 가장 큰 기쁨과 행복은 무엇인가. 먹는 것 아니겠는가. 작은 종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심으로 동물들의 유일한 기쁨을 빼앗아서야 되겠는가.

목에 철사가 매여 죽어가던 셰퍼드, 훈련소 입소하다

언제나 '개'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피할 수 없는 것이 보신 문화이다. 1부에서도 언급했듯 많은 수의 유기견들이 식용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사진 속의 셰퍼드는 누군가 식용으로 잡아먹으려 했던 흔적을 목에 갖고 있었다. 목에 철사가 꽁꽁 묶여 2cm 정도 살이 파여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철사를 제거하고 봉합수술을 했으나 입양자가 나서지 않으면 안락사의 위기에 있었고 산만한 성격이라 입양도 되지 않았다. 거의 안락사를 확정지을 때쯤, '아름품'의 강은엽 교수가 셰퍼드 훈련소에서 훈련을 시켜 입양 공고를 내보자는 의견을 내었고 비용 또한 전액 부담하기로 하여 말 그대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었다.

▲ 철사가 목을 파고들어 죽음에 직면했던 셰퍼드 수술 모습.
ⓒ 네이버 유사모
우리가 알고 있듯 셰퍼드는 경찰견으로도 이용되는 영리한 견종이다. 셰퍼드의 목에 철사를 맸던 자가 먹을 생각이 아닌 훈련을 시도했다면 혹 주인을 위해 목숨을 다 바치는 충견이 되지 않았을까.

턱과 머리도 깨지고 다리는 이미 치료 불능

4~5개월 된 시츄 한 마리가 박스에 담겨진 채 버려져 있었다. 구조자의 말에 따르면 처음 발견되었을 당시 혀를 길게 내밀고 있어 더위를 타는 것으로 알았으나 진찰 결과 녀석은 누군가에게 수차례 집어던져져 머리뼈가 함몰되고 턱뼈 양쪽이 다 부러져 있었다고. 또한 앞발도 오래 전 골절되어 가골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

'짱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녀석은 대수술을 거쳐 얼마 전 턱에 고정되어 있던 나사를 뽑아내고 회복 중으로 영리하고 활발한 모습으로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 짱이, 구조 직후부터 수술까지.
ⓒ 네이버 유사모
말 그대로 학대다. 한 주먹에 들어올 만한 작은 짱이가 무엇을 그리도 잘못했기에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학대를 하였고 왜 버렸을까. 일부 사람들은 흔히 TV에서 보이는 개들의 예쁘고 똘똘한 모습만을 보고 모든 개들이 데려오기만 하면 그리 될 것으로 착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되기는 견주의 노력과 정성이 얼마나 들었는지는 생각지 않는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 생명에게 이토록 잔인하게 화풀이를 한다는 것, 어떤 상황과 이유에서건 용납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 수술 후 턱을 고정하고 있던 나사까지 뽑아내 회복중인 짱이.
ⓒ 네이버 유사모
아이들이 사랑으로 지은 집, 어른들은 불태우고...

발바리 '애인'이는 주인이 있었지만 항상 맞았고 그 주인은 항상 애인이를 잡아먹겠다고 소리쳤으며 실제로 애인이와 함께 살던 개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곤 했다. 추운 겨울날에도 집이 아닌 거리에서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살았던 애인이를 발견한 동네 아이들은 정성스레 천과 의자 등을 끌고 와 집을 지어주었다. 그 곳은 아이들의 아지트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른들은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애인이와 아이들의 소중한 공간에 불을 질렀고 애인이와 애인이의 남자친구 리본이는 화상을 입고 불에 그슬러져 버렸다. 무엇을 위해 무엇을 얻고자 불을 지른 것일까. 한국에서 천대받는 변견과 발바리. 결국 구조 되어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고 지금은 누구보다 사랑받는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 아이들이 만들어준 애인이의 타버린 집과 현재 미국에서의 생활.
ⓒ 네이버 유사모
아이들에게 생명을 소중히 여기라고 가르치기 전에 먼저 본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 작은 아지트는 아이들이 생명을 지키고자 애인이에게 준 선물이었다. 그런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검게 태워버린 것은 아이들에게 가르침을 주어야 하는 어른들이다. 애인이와 아이들이 받은 상처는 몸의 고통을 주는 학대보다 더 오래 갈 것이다.

짖는다고 입을 묶어 놔?

말티즈 믹스견인 '가을'이는 주인이 짖는다고 입을 노란 고무줄로 칭칭 감아두었다. 그 상태로 버려져 얼마나 헤매고 다녔던지 고무줄이 감고 있던 살은 이미 다 썩어 들어가 입안까지 침투해 있었고 상처를 치료해도 평생 그 흉터를 안고 살아야 한다. 먹는 것은 고사하도 입을 벌리기도 힘들어 하는 가을이. 그래도 먹을 것이 있으면 아픈 입을 벌려 먹으려고 한다. 고무줄이 막고 있던 동안 얼마나 굶었을까를 생각하면 이해가 되는 모습이다.

▲ 수술 후 고통스러워 하는 가을이.
ⓒ 네이버 유사모
개를 버리는 이유 중에 짖는다와 배변을 못 가린다는 이유가 가장 많다고 한다. 세상에 그 어떤 개들에게도 안 고쳐지는 버릇은 없다. 특히나 짖는 것은 개의 본능이며 주인을 주위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경계의 의미도 있다. 얼마나 심하면 그랬겠느냐 라고 반문 하겠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교육과 분사형 목걸이 정도로도 교정될 수 있다.

고무줄로 입을 묶고 성대 수술을 하기 전에 훈련소에 문의를 하고 교육을 해보는 노력 정도는 해보기를 권한다. 아무리 고집이 센 개라 하더라도 주인의 노력과 정성 앞에선 본능도 억제한다. 그것이 개의 충성심이다.

나이 들고 병들면 서러운 게 어디 사람뿐인가

구조 후 '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요키는 사람 나이로 치자면 할머니와 같은 10살의 노령견이다. 구조 당시 이빨은 치석이 껴서 썩어 들어가는 지경이었고 백내장이 있어 시력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이 나이 많은 '누이'는 12개의 젖에 모두 암을 달고 있었다. 유방암.

나이 들고 병들어 버려진 것인데 개라고 할지라도 10년 이상 살면 생각하는 것이 사람과 다를 바가 없어진다고 한다. 10년 동안이나 함께 한 가족에게 늙고 병들었다고 버려지는 심정이 어땠을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누이, 멍하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 네이버 유사모
입 안의 모든 이빨이 발치되었고 지독한 유방암에서 구해내기 위해 12개의 젖을 모두 제거하는 대수술이 이루어졌다. 그 나이에 어려운 수술을 모두 이겨낸 누이. 그러나 임시보호 중에 집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고 똬리를 틀고 앉아 벽을 보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또한 남의 집에서 민폐 끼치기 싫다는 듯 그 어떤 것에도 반응을 하지 않았고 밥만 먹고 집으로 다시 들어가곤 했다. 지금은 입양이 되고 많이 나아져 잇몸으로 두 시간에 걸쳐 육포를 옹알옹알 불려서 먹는 수준까지 되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라도 10년 이상 키운 개를 버린다는 것은 이해가 힘들 것이다. 하지만 병은 오는데 치료비는 없고 그러한 상황에서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일 거라는 이야기도 한다. 그러나 병든 몸으로 익숙한 가족의 품에서까지 떨어져 나가버린다면 많이 남지도 않은 삶이 너무 가련하지 않은가. 오랜 시간 곁에 있던 '가족'을 버린다는 것. 그것보다 더한 학대가 어디 있을까.

▲ 실명 후 버려진 심군. 보이지 않아도 명랑하다.
ⓒ 네이버 유사모
버리려면 곱게나 버리지

구조자들은 '버리려면 곱게나 버려야 입양이라도 잘 되지'라고들 한다. 유기견이 되는 것조차 최악의 상황인데 여기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나 학대의 흔적이 있다면 이러한 유기견들은 치료도 오래 걸리고 입양도 배로 힘들기 때문이다.

상처가 있더라도 선뜻 데려가주는 입양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환경을 고려하고 주변인들의 의견을 무시하지 못해 용모가 말끔한 유기견부터 입양을 생각한다. 주인에게도 버림받고 상처를 온 몸에 달고 새로운 가정에조차 들어갈 수 없는 학대받은 유기견들.

하나의 생명에 가한 학대가 자신의 손을 떠나도 그 개에게는 영원히 짊어지고 가야할 짐이 된다는 점, 또한 그 어떤 생명도 인간의 손에 학대받을 이유는 없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철도백구, 그 이후...
'웰빙 통나무집'에서 휴식 중인 삽돌이

▲ 구조 후 넓은 마당에서 편히 쉬고 있는 삽돌이.
ⓒ네이버 유사모

1부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분들의 문의가 들어온 철도백구 소식을 들려드리고자 한다. 철도백구는 동물사랑실천협회에서 구조 및 보호 후에 네이버 유기견을 사랑하는 모임의 닉네임 '단추엄마'님께 입양이 되었다. 삽돌이라는 새로운 이름도 갖게 되었고 넓은 정원의 일명 '웰빙 통나무 집'에서 서서히 기력을 되찾고 있다고 한다. 초기에는 쌓인 피로를 풀기라도 하려는 듯 계속 잠만 자다가 현재는 많이 좋아졌다고.

관심과 애정으로 지켜봐 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박봄이

덧붙이는 글 | 정보와 사진을 제공해 주신 네이버 '유기견을 사랑하는 모임'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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