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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춘
지난 9월 6일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제 식구를 버리다니 차라리 키우질 말든지’ 기사에 이어 9월 9일 ‘떠돌이 개 흰돌이·흰둥이로 거듭나다’라는 글을 쓰면서 우리 사회 유기견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유기견 보호소 실태와 관련 후속 보도를 예정했었고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그 약속을 이행하고자 한다.

유기견 보호소 실태와 관련하여 글을 쓰기 전에 전제하고 싶은 것이 있다. 구청 공무원들이 민간인에게 유기견 보호소 위탁을 할 때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것은 그 민간인의 동물보호 심성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어야 위탁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울러 보호소를 운영하는 분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마음만큼 일손이 못 미쳐 안타깝다고 호소한다. 유기견 보호소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이나 보호소 관리인이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 너무 사납게 올리지 말라’고 당부의 말을 거듭했다. 부디 이 글이 정성과 사랑으로 유기견을 돌보는 분들께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90년대에 애완견 열풍이 불었다. 애완견 수요가 급증했고 애견센터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경제난 속에서 애견시장에 찬바람이 불었고, 비인간적인 애완견 유기 심리가 증폭되면서 우리 사회 슬픈 자화상으로 부각되었다.

혹자는 개보다 사람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까짓 애완견을 놓고 부산떨지 말고 노인, 결식아동 등 소외계층 문제에 천착하라고 일갈한다. 소외계층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그 기본 상식을 누가 외면하겠는가. 감히 말하건대 우리 사회 유기견 문제는 결코 개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다. 어떤 비난을 받든 할 말은 좀 해야겠다.

유기견 실태

관리 소홀에 의한 가출, 의도적인 유기 등 주인을 잃은 개들이 넘쳐나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대전 지역 1개 구청 관내에서 수거하는 애완견만 해도 월 평균 스무 마리나 된다. 우리 지역 5개 구청을 종합한다면 주인을 잃고 떠도는 개가 월 평균 100마리 정도는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구청 담당 공무원과 보호소 관리인의 진술을 토대로 한 수치다.

이를 전국 16개 시도 자치구별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유기견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 유기의 끔찍한 실태는 지난 9월 13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오마이뉴스>에 박봄이 기자가 쓴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유기견들’, ‘유기견, 곱게나 버릴 것이지’라는 기사가 충분히 대변해준다.

그렇다면 이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자치구별로 마련한 유기견 보호소에 가는 일이다. 물론 운이 좋은 유기견은 좋은 사람을 만나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분양된다. 정성으로 유기견을 보호하는 개인 보호소가 있다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 한 유기견 보호소에 수용되어 있는 애완견들
ⓒ 박병춘
유기견 보호소 실태

대전광역시에는 5개 자치구(동구, 서구, 중구, 유성구, 대덕구)가 있는데, 유기견 보호소는 구청별로 하나씩 민간인에게 위탁을 하여 운영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9월 7일, 다섯 개 보호소 가운데 한 자치구가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를 취재했다.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서보니 철망으로 만든 개집이 양쪽으로 도열해 있었다. 철망 안에는 수십 마리의 유기견들이 괴성을 지르며 반겼고, 알 수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특히 여러 마리의 새끼까지 낳은 유기견 한 마리가 애처롭게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악취와 더불어 야릇한 분노가 섞여 몹시 심란했다.

보호소 관리인은 “혼자서 그 많은 유기견을 수거하고 관리하다 보니 애로가 많다”고 말하면서 개의 피부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옮은 손목과 팔에 도진 피부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는 “개에 대한 애정없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외부 사람들이 여기 보호소에 오면 그 환경을 보고 한결같이 분노하지만 일하는 사람의 입장도 헤아려 달라”며 조심스럽게 기사를 써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네 개 자치구 유기견 보호소도 민간에게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아예 민간인의 출입을 금지시켜 놓고 구청 직원과 보호소 관리인의 허락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보호소도 있다.

그렇게 공개를 꺼리는 이유가 방역 차원 때문이라고는 하나 온전하지 못한 보호소 실태가 언론에 보도되면 엄청난 민원이 발생하고 구청 직원과 보호소 관리인의 입장을 난처하게 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실제로 한 구청의 유기견 담당자는 보호소 위치를 묻는 필자의 질문에 “사람들이 보호소를 놓고 하도 말이 많아서 유기견 보호소의 위치를 알려 줄 수 없다”며 “열악한 보호소 실태가 인터넷에 오르내리면 어렵게 구한 민간업자가 의욕을 잃고 손을 놔 버려 또 다른 관리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취재 자체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다른 세 개 구청이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는 ‘공수의(공적인 수의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동물병원에 딸려 있었다. 이 가운데 한 구청이 위탁한 보호소는 아예 대전권을 벗어나 충청북도 모 지역에 있는 동물병원이 맡고 있었다. 냄새와 소음 등 주민들의 반대로 관내에 보호소를 두지 못하고 멀리 외곽 지역에 둘 수밖에 없었다고 구청 직원은 말했다. 물론 일반인의 방문을 꺼린다는 것은 공통분모였다.

▲ 주인 잃은 어미 개가 새끼를 낳았다.
ⓒ 박병춘
유기견 보호소 건립은 요원한 상태

유기견 보호와 관련하여 대전시청 농업정책과의 한 담당자는 “시 차원의 유기견 종합센터를 건립할 예산이나 의지가 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 문제는 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치구별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대전 지역 5개 구청 산하 유기견 보호 업무를 맡은 공무원들은 필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구청별로 따로 마련한 보호소 건립계획은 없으며 예산 확보 문제도 심각하다”며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도 “옛날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그나마 동물을 사랑하는 민간에 위탁하여 지금 이 정도 관리하고 있는 것도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5개 구청 담당자들이 밝힌 유기견 보호소에 지원하는 예산은 연간 450만 원에서 600만 원 선이다. 담당자들은 유기견 보호소를 원만하게 운영하는 데 너무 부족한 예산이라는 데 공감하고 점진적으로 예산 지원을 확대하여 민원을 최소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청 차원의 유기견 보호소 건립 계획은 없다는 것이 공통된 답변이었다.

‘유기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네이버 카페)’ 회원 세 분과의 만남

“구청이 위탁하여 운영하고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가고 싶어요. 목욕도 시켜주고 미용도 해주고 보호소 관리인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우리가 얼마든지 자원봉사할 수 있거든요. 왜 보호소를 공개하지 않는지 이해가 안 돼요.”

9월 24일(토) 오후 2시. 필자는 네이버 카페 ‘유기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 세 분과 대전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망고엄마’라는 분은 유기견 3마리를 포함하여 모두 8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다. 유기견 세 마리 중 ‘초롱이’는 다리가 부러진 채 버려져 두 차례 수술을 마치고 데려왔다. 피부병이 심각했던 ‘껌스’는 동구청 유기견 보호소에서 분양받아 데려왔고, ‘야쿠’는 이웃이 이사가면서 주고 갔다.

‘바늬비’라는 분은 3마리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데, 유기견 실상을 알게 되면서 눈물이 마를 만큼 충격을 먹고 유기견 보호에 열정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hap304'라는 분은 현재 키우고 있는 4마리 애완견 가운데 3마리가 유기견이라고 한다. 이웃 사람이 외국에 가면서 주고 간 개 이외에 떠돌아다니는 개 1마리를 데려다 키웠고, 주인 없이 버려진 개를 동물병원에서 분양 받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유기견 분양은 어떻게 할까?

‘유기견 보호소를 시 차원에서 한 군데로 통합하여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 세 분의 이구동성이었다. 그리하여 건강을 되찾은 강아지는 사진을 찍어서 분양공고를 내면 얼마든지 분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분양받아 키우겠다는 사람에게 무조건 주면 안 되고 철저하게 자격심사를 거쳐 분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양이 된 후에도 인터넷 카페나 전화를 통해 잘 키우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들은 얼마 전에 망고엄마의 임시보호를 거친 ‘코니’라는 장애견(한쪽 눈 실명)을 한 여대생에게 분양했다. 이후 이 여대생이 관리를 소홀히 하고 연락을 끊어버려 망고엄마는 수소문 끝에 ‘코니’가 있다는 충북 영동의 개농장에 갔다고 한다.

그런데 망고엄마는 하필이면 그곳에서 한쪽 눈을 실명한 ‘코니’가 교통사고로 죽는 장면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망고엄마는 대화 도중에 연신 눈시울을 적셨다. 그래서 유기견을 데려다가 분양할 때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정말로 좋은 분에게 분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말을 잇지 못하고 속울음을 삼키는 세 분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남는 문제들이 있다. 전국 유기견 보호소를 제한 없이 공개해야 한다. 지역마다 자원봉사를 원하는 분들이 많지만 폐쇄적인 운영에 주고픈 손길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넘친다고 한다. 전자칩을 만들어 의무적으로 애완견마다 부착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책임 못질 개인 번식을 제한하여 가족이나 다름없는 반려견이 되게 해야 한다.

광주광역시와 5개 자치구가 통합하여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

대부분 보호소가 공개를 꺼릴 만큼 열악한 환경 속에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광역시와 다섯 개 자치구가 통합하여 운영하는 유기견 보호소는 다른 보호소에 비해 비교적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다음은 1999년부터 광주광역시 유기견 보호소 기획을 담당하여 광주시 통합 유기견 보호소를 만들었던 고진구씨(광주광역시 북구청 축산계장)와 전화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 동물 보호소 건립 시기와 장소, 소요 예산은?
“1999년도에 입안하여 시 예산 5천만 원을 확보하여 2000년도에 짓기 시작했고 2001년도에 문을 열었다. 당시 관학 협력 사업으로 전남대 동물 연구소와 5개 구청이 협약을 하여 동물의학 연구소를 설립했다.”

- 연간 유기견 발생은 몇 마리 정도 되는가?
“유기견 보호소를 설립한 2001년만 해도 연간 7~8마리 정도가 수거됐는데 지금은 600~700마리가 발생하여 엄청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초기에는 고양이와 야생동물까지 취급했지만 현재는 유기견이 보호소를 모두 점령하고 있다.”

- 운영 현황을 설명해 달라.
“광주 지역 5개 구청과 시청에서 유기견 보호소에 연간 6300만 원을 지원한다. 북구청에서 3~5명 정도 인적 지원을 하고 있고 비교적 유기견 관리가 잘 되고 있는 편이다.”

- 대학 부설 유기견 보호소라면 먼저 동물실험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유기견이 동물실험을 하는 데 쓰이고 있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기견 보호소가 대학에 있다 보니 실험동물로 쓰인다는 오해가 있을 수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만일 유기견으로 동물실험을 하여 논문을 쓴다거나 어떤 데이터가 나온다면 그것은 신뢰할 수 없는 논문이거나 쓸모없는 데이터이다. 다만 불임시술, 피부병 치료, 배설물 연구, 기생충 연구, 심장 사상충 조사, 약품의 안정성 조사 정도 등은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유기견으로 할 수는 있다. 이는 수의과 학생과 유기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다. 해부를 통해 동물실험을 하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그러한 경우는 미국에서 동물을 수입해서 쓴다.”

- 보호소를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있다면?
“동물의학 연구소에는 대학교수들만 있어서 보호소 유기견을 총괄하는 책임자나 별도 관리인을 선발해야 한다. 그러나 상당액의 인건비 문제가 발생하여 보호소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많다. 어떻게든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항상 고심하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별로 통합적인 유기견 보호소를 마련하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지난 9월 6일,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복도 신발장에 떠돌이 개 두 마리가 둥지를 튼 데에는 동료 서구수(48·독일어과) 교사의 각별한 보살핌이 있었다. 서 교사는 이틀 동안 이들에게 물과 먹이를 주며 보살폈다. 떠돌이 개 두 마리는 서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 건물 2층 특별실까지 졸졸 따라다니다가 같은 2층에 있는 1학년 5반 학생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복도 신발장에 자리를 잡았었다. 이 기회에 늘 웃음과 열정으로 힘주시는 서구수 교사와 1학년 5반 학생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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