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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고 오제도 전 검사·김기춘 의원·김원치 전 대검형사부장
ⓒ 오마이뉴스
'공안'(公安)이란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일컫는 말로 검찰 공안부는 '학원·노동·선거' 관련 사범을 전담 수사하는 부서를 말한다. 검찰 공안부는 1990년대까지 '공특강'(공안·특수·강력)이라는 조어가 나돌 정도로 유력 '출세 라인' 중 하나였다. 경력 검사들이 주로 배치되는데 공안 검사의 인력 규모는 약 168명 정도다.

독재 정권 하의 공안 검사들은 '공공의 안녕과 질서'라는 미명으로 '정권의 안보'를 위해 존재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웠다.

'사법살인 조봉암 사건' 주도 오제도 검사, 50년대 대표적 '반공 검사'

1950년대의 대표적 '공안통'인 오제도(1917∼2001) 검사가 그렇다. 오 검사는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이듬해인 1949년 좌익 운동을 하다 전향한 사람들로 구성, 집단학살의 빌미를 제공한 반공단체인 '국민보도연맹'을 주도해 만든 인물이다.

또한 56년 한국사 최대의 '사법살인'이라 일컬어지는 '진보당 조작 사건'과 관련해 조봉암 진보당 위원장의 사형을 이끌어냈다.

검사복을 벗은 후에도 그의 '반공 경력'은 계속됐다.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이장희(한국외대 법학) 교수의 통일교육 교재 <나는야 통일1세대>를 '어린이 용공도서'로 몰아붙이고 저자인 이 교수를 구속 수사하라고 주장한 대표적 단체가 '민족안보구국통일협회'였는데 당시 오제도 변호사가 회장이었다.

'탄핵 검사' 김기춘 의원은 유신헌법 초안 작성

70년대에는 16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이 공안 검사로서 명성을 떨쳤다. 김 의원은 70년대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을 거쳐 72년 유신헌법 제정 당시에는 긴급조치권, 국회해산권 등 핵심 조항이 담긴 유신헌법 초안을 만들었다.

이후로도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쳐 노태우 정권 시절 검찰총장에까지 올랐지만 '서경원 밀입북 사건' 당시 검찰총장으로서 환전표 등 일부 물증과 진술을 누락한 사실이 2001년 뒤늦게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뿐만 아니다. 92년에는 당시 김영삼 대통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모임인 '초원복국집 사건'에 연루,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되면 영도 다리에 빠져 죽자"라고 했던 말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비판을 받았다. 공안 검사 출신으로서 검찰총장, 법무부장관, 보수 야당의 국회의원 등 '양지의 길'을 걸었지만 각종 의혹과 비난이 늘 그를 좇았다.

386 운동권의 '공적', 김원치 전 대검 형사부장

2002년에는 현직 검사장을 뒤흔든 폭로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운동권' 출신인 최용석 변호사가 김원치 대검 형사부장(현 변호사)과 관련한 '고문 수사 의혹'을 폭로한 것이다. 최 변호사는 "85년 이른바 서울대 '깃발 사건' 관련자로 체포돼 검찰에 조사를 받던 중 당시 담당검사였던 김원치 형사부장이 수사관들에게 직접 고문을 지시했고 이후 나는 물고문과 통닭구이 등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 형사부장은 최 변호사의 주장을 부인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최 변호사 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개혁국민정당 정책위원장이었던 유기홍씨도 김 형사부장의 가혹 수사를 고발했다. 그런가하면 이제는 국회의원이 된 우상호(87년 연세대 총학생회장)·고진화(84년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이인영(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의원 등 386 세대 운동권 출신들이 김 검사에게 사죄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 의원은 당시 "김 검사는 80년대 공안검사로 재직하면서 많은 민주인사들을 법의 이름으로 가두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라며 "후배 검사들은 과거 독재정권의 체제 수호에 앞장 선 선배를 본받지 말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공안부, 서울지검 공안부, 대검 공안3과장 등 공안 요직을 거치며 '깃발' 사건, 김근태 민청련 의장 구속 사건, 삼민투·민민투 사건, 86년 건국대 사건(당시 1525명이 연행되고 이중 1287명이 구속됨) 등 80년대 주요 공안사건을 두루 맡은 김 전 검사를 두고 항간에서는 '원수에 치를 떤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 왼쪽부터 정형근·최병국·최연희 의원
ⓒ 오마이뉴스
정형근 의원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적극 은폐 의혹

'공안 검사'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바로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83년 초 검사로서 안기부에 파견돼 이례적으로 12년이라는 긴 기간동안 대공수사국 법률담당관, 수사지도관, 대공수사단장, 대공수사국장, 수수차장보, 1국장 등을 거쳐 94년에는 안기부 2인자인 1차장(국내담당)에까지 올랐다.

지난 2002년 <오마이뉴스>가 일명 '정형근 비리파일'을 단독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정 의원의 '승승장구' 이면에는 오욕과 비리가 점철돼있다. 이중 대표적인 사건 두가지는 '서경원 의원 간첩사건 및 가혹행위'와 '박종철 고문치사 은폐축소 조작'이다.

당시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파일에는 "'서경원 사건'과 관련해 정 의원이 사건 조사에 직접 참여해 주먹과 발로 서경원 전 의원의 머리와 가슴, 얼굴을 무차별 구타하고 구두를 신은 채 발등을 짓밟는 가혹한 고문을 통해 허위 자백과 김대중 총재에 대한 용공 조작을 자행했다"고 나와 있다.

또 이 파일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관련해 정 의원이 사건 직후 대책 논의를 통해 '탁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는 내용의 발표문 작성에 참여하고 담당 검사에게는 고문 경찰관의 구형량을 낮추도록 요구하는 등 고문 치사사건의 은폐 및 축소 조작에 적극 개입했다"고 고발하고 있다.

최연희·최병국 의원도 '공안검사' 출신

이밖에도 현직 국회의원인 최병국·최연희 한나라당 의원도 공안 검사 출신이다. 대검 공안부장(95∼97년) 출신의 최병국 의원은 81년 '부림(부산 학림) 사건'의 지휘 검사였다.

최연희 의원은 89년 대검 공안 2과장을 거쳐 문민정부 민정 비서관을 지낸 뒤 15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출마, 당선된 뒤 3선 '중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 공안 검사 출신 의원인 김기춘·정형근·최병국·최연희 의원은 모두 올해 총선에서 공교롭게도 '2004 총선시민연대'의 낙선운동 대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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