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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가 마련한 '국가보안법, 폐지인가 개정인가' 대담이 12일 오전 11시 종로구 내수동 오마이뉴스 본사 스튜디오에서 열렸다. 하승창(가운데)씨의 사회로 열린 이날 대담에는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맨왼쪽)과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7조를 비롯해 2·6·8조까지 없애자는 생각이면 나머지 조항은 껍데기인데 남겨둬서 뭘하나? 우리 같이 폐지로 의견을 모으자."

"국민 불안감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전면 개정'과 '폐지' 사이에 적절한 보완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된 상태에서 토론을 벌인다면 폐지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


<오마이뉴스>가 12일 오전 '목요특별기획-국가보안법 폐지'의 11번째 순서로 마련한 '대담-국가보안법, 폐지인가 개정인가'를 통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소장파 의원인 유기홍·고진화 의원이 만들어낸 '성과'다.

유 의원은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 입법추진위' 소속으로서 폐지안 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보법 폐지론자이다. 고 의원도 "폐지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기는 하나 "폐지에 가까운 전면 개정"을 내세움으로써 당내 다수인 '소폭(부분) 개정론자'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소신파 의원 중 하나다.

두 의원이 이날 오전 11시 오마이뉴스의 대담(사회 : 하승창 '함께하는 시민행동' 사무처장)에서 만나 국보법에 대한 국회 처리 전망과 입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폐지론자와 전면 개정론자의 만남

국보법을 바라보는 눈길은 여러가지다. '한 글자도 고칠 수 없다'는 존치론과 '이제 고칠 때도 됐다'는 개정론,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는 폐지론이 그것이다. 개정론은 다시 '소폭 개정론'과 '전면 개정론'으로 나뉘고, 폐지론도 '완전 폐지론'과 '폐지 후 대체입법론' 등으로 갈린다.

이중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과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과의 입장은 각각 '완전 폐지론'과 '전면 개정론'이다.

두 의원 모두 민주화운동 출신으로서 인권침해 요소,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는 점 등 국보법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같이 하면서도 구체적인 손질 방향은 소속 당의 정체성과 다소 닮은 구석이 있다.

쟁점 #1 : 안보
"군사적 침공 가능성은 법 아닌 국방의 문제" vs "국민들 '안보 불안감' 고려해야"


▲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보법의 부정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두 의원이 개정과 폐지로 갈라지는 이유는 '안보 공백'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고 의원은 전면개정에 그쳐야 하는 이유로 "실질적으로 완전한 탈냉전이 됐는지 여부에 대한 이견이 국민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다"며 "국보법을 완전히 없애도 될 정도로 남북관계가 진전되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현실론'을 부각시켰다.

고 의원은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있는) 2조(정부참칭), 7조(찬양·고무, 이적단체 구성·가입 등), 10조(불고지죄)는 전 조항이 문제가 된다"며 없애야 한다는 의사를 밝힌데 이어 "다른 조항에서도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점이 발견되는데 6조(잠입·탈출), 8조(회합·통신) 등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소한 위의 5개 조항은 모두 없애야 하지만 완전폐지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유 의원의 입장은 단호하다. "통계상 7조 적용율이 90%를 넘는데 나머지 조항을 남겨놓을 바에 모두 없애자"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국가인권위의 의뢰로 조사한 바('국가보안법 적용상에서 나타난 인권실태')에 따르면, 정권이 교체됐다고 평가받는 '문민정부'와 '국민의정부' 때도 7조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들은 전체 구속자 수의 90%를 웃돌았다.

이어 그는 "현재 북한이 우리에게 위협의 대상이라면 ▲군사적 침공 가능성 ▲통일전선전술을 통한 남쪽 무력화 ▲일상적 선전·선동 활동 등 3가지인데, 군사적 문제는 법이 아닌 자주국방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이고 두 번째는 형법상 내란, 간첩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세 번째에 대해서도 우리 국민 중 북의 체제가 훨씬 우월하다고 생각해 현혹될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보법과 국가안보와 연결짓기엔 무리수가 따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 의원은 고 의원에게 '즉석 제안'을 하기도 했다. "고 의원의 개정 수위를 보니 2조 뿐만 아니라 6조와 8조까지도 손질하자는 입장인데 그럴 바에는 (국보법을) 남겨두면 뭘 하겠느냐, 한 발 나아가 폐지 쪽으로 같이 의견을 모으자"는 것.

그러나 고 의원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고 의원은 "법이라는 것을 완전히 폐지할 때는 국민들의 감정도 수용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진하다"며 "현재 폐지안을 제출한 의원들이나 대체법안 주장하는 의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을 형법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대체입법을 하면 구체적 모양새가 어떻게 되는지 등 '대안'을 제시하면 공론화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쟁점 #2 : 남북관계 정의
"남북관계발전기본법으로 정리해야" vs "국보법 있어도 법적 충돌 없을 것"


두 의원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 걸림돌은 '뭐라 규정할 수 없는' 남북관계다. 현행 국보법은 헌법 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따라 북한을 '정부를 참칭하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남북교류협력법은 헌법 4조(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추진한다)를 근거로 북한을 "통일을 위한 교류와 협력 당사자"로 보고 있다. 현행법상으로 북한은 모순된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는 남과 북의 안보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야 의원 125명은 지난 4일 남북관계발전기본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그간 국보법이 북한을 국가로서의 실체로 인정하지 않은 데 반해 북한에 대한 법적 실체를 인정하고 있다.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로 보고, 남북간 거래를 '민족내부의 거래'로 보는 등 진일보한 관점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의 시각은 국보법을 조속히 폐지하고 북한에 대한 규정을 남북관계발전기본법으로 정리하자는 쪽이다. 그렇지 않으면 남북교류협력법과 국보법 사이의 내용 충돌은 계속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고 의원은 '신법 우선의 원칙'을 이유로 내용적 충돌은 있으나 적용에서 충돌은 없으리라는 논리를 폈다.

고 의원은 "남북교류협력법에서도 '교류와 협력을 위한 목적에 합당한 범위 내에서'라는 제한 규정이 있고, 남북관계발전기본법에서도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닌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돼있는데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국보법보다 두 법의 적용이 더 앞선다"며 "국보법이 있다고 해서 두 법의 적용이 저해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법 운영의 논리상 그렇지만 어느 한 나라의 법 체계에서 한 법은 '반국가단체의 수괴'로 해석하고 또 다른 법에서는 '교류와 공존, 번영의 대상'으로 보는 규정이 공존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라며 "(폐지로) 올바르게 바로 잡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쟁점 #3 : 국보법 연내 처리 가능할까
"여당 내 전 의원 '폐지' 서명 받을 것" vs "폐지입장-개정입장 토론하자"


▲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
ⓒ 오마이뉴스 남소연
국보법 개폐문제에 있어서 공이 입법부로 넘어간 이상 관심의 초점은 당내 흐름에 있다. 열린우리당은 유기홍·임종인·최재천 의원 등을 중심으로 폐지안 서명운동이 시작됐으나 아직 50명 선에 그쳐있는 상태다. 한나라당도 아직 국보법 개정문제에 대한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황. 더욱이 고 의원과 같은 '전면 개정론자'는 아직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하다.

당내 논의 확산에 대한 두 의원의 입장은 어떨까.

유 의원은 '선전과 설득'이 열쇠라는 답을 내놨다. 유 의원은 "국민들 사이에서도 아직 개정 여론이 높은데 국보법의 전 조항을 읽어본 국민은 극소수일 것이고 이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라며 "국보법은 우리 머릿속에 각인된 하나의 이미지이자 냉전시대의 안전장치"라고 말했다. 이어 유 의원은 "형법 조항만으로도 국보법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널리 홍보하면 국회 안팎의 폐지 여론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우리당 내에서 전원 서명을 목표로 폐지안 서명을 추진해 올 정기국회 안에 폐지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의원은 열린우리당에 '토론'을 제안했다. 열린우리당의 폐지입장 의원들과 한나라당의 개정입장 의원들 간 토론을 벌여보자는 것.

고 의원은 "당 내에서 개정해야한다는 데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상태"라며 "다만 소폭 개정이냐 대폭 개정이냐가 문제인데, 당내 논의가 더욱 진전된다면 전면 개정해야한다는 의견에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고 의원은 "국민적 불안감 등의 해소를 위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만나 충분히 논의하고 토론한다면 생산적인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며 "나 역시 '전면 개정'과 '폐지' 사이에 적절한 보완책이 있으면 폐지까지도 생각해볼 수 있는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대담 실황은 <오마이TV>를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질문에 답합니다"

▲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맨 오른쪽)과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맨왼쪽)이 12일 오전 종로구 내수동 '오마이뉴스' 스튜디오에서 국가보안법 개폐논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12일 <오마이뉴스>가 마련한 '대담-국가보안법, 폐지인가 개정인가'에 보내온 각계의 질문에 대한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과 고진화 한나라당 의원의 답변을 소개한다.

대학생 정재욱(전 한총련 의장)씨가 고진화 의원에게

- 국가보안법은 과거나 지금이나 양심과 신념에 따른 평화적인 노력도 모두 처벌한다. 과거 독재의 역사를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으로 거듭나야할 한나라당의 과제는 '과거와의 아름다운 결별'이다. 그 첫걸음은 국가보안법 폐지가 아닐까?
"한국사회 현재적 상황에 대한 규정, 특히 남북관계의 진전 정도와 동북아에서의 냉전의 해소가 얼마나 이뤄졌느냐 하는 부분을 생각해야 한다. 또 국보법이 국민적 갈등의 요소로 작용해온 점이 있으니 국민 정서를 고려해서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음을 고려해달라. '양심과 신념에 대한 처벌'이라는 국보법의 폐해에 대해서는 유엔(UN) 인권위에서도 지적을 한 바 있듯,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국보법의 악용은 없어져야 한다."

장수근 한국자유총연맹 홍보부장이 유기홍 의원에게

- 국보법 7조 폐지는 절대 안된다. 국가안보를 지켜온 국보법마저 흔들려 반국가단체(북한)를 위한 찬양·선전·선동이 자유로워질 경우 우리 사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겠는가. 국보법에 대해 인권침해 시비가 있지만 법 조항의 유추해석을 막는 쪽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일상적 선전·선동도 형법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 우리사회의 우익도 시각을 국제적으로 넓혀가고 있는 상황인데 이미 국제사회에서 수 차례 국보법을 폐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해 진정한 국제화로 나아가는 길을 함께 고민하자."

시민단체(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참여연대, 학술단체협의회 등) 질문

- (고진화 의원에게) 2조(정부참칭)를 삭제해도 3조(반국가단체 정의)를 살려두면, 이것은 헌법4조 평화통일조항과 모순된다. 이를 어떻게 개정론의 입장에서 조화롭게 설명할 수 있는가. 또 남북관계발전기본법과도 배치되지 않는지.
"헌법에서 규정된 평화통일 조항은 여전히 유효하고 지켜야될 것이라고 보는데 3조는 반국가단체 규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른 하위 개념이다. 남북관계기본법과 배치되느냐는 부분은 내용상 원론적으로 배치가 되는 게 사실이지만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적용의 장애가 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또 남북관계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유기홍 의원에게) 국보법 폐지 이후 남북관계에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은 없는가.
"큰 흐름으로 보면 남북기본합의서 채택된 10년 후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6·15 공동선언' 이 있었다. 이제는 (남북관계에서) 불가역성이 확보됐다고 본다. 동해에서는 금강산 가는 배가 출항하는데, 서해에서는 교전이 있었다. 그런데 이는 NLL(서해상 북방한계선)을 중심으로한 교전으로 앞으로도 이런 국지적 교전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이것으로 남북간 긴장이 극적으로 고조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더불어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다시한번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면 남북관계는 커다란 추세를 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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