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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지난 5월부터 시작한 '목요특별기획-국보법 폐지, 야만의 시대, 조종(弔鐘)을 울리자'가 이번 12회를 끝으로 문을 닫습니다. <오마이뉴스>는 17대 국회의 개혁성 여부를 판가름 할 국보법 문제에 대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보도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관심 가져주신 네티즌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 300개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지난 10일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를 확대 재발족하고, 국보법 연내 폐지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김지은
▲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회의 국가보안법 개폐 처리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한나라당 "급할 것 없다. 여당 입장 봐서 결정."
열린우리당 "폐지냐, 폐지+알파냐, 그것이 문제다."
민주당 "당론 정하긴 했는데…. 목하 고민 중."
민주노동당 "완전폐지 한 길로."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에 대해 각 당이 취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보법에 대해 입장정리를 한 당은 현재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두 곳 뿐이다. 민주노동당은 일찌감치 '완전폐지'로 당론을 굳혔고 민주당은 '폐지 후 대체입법'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원내 다수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뱃머리 방향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속내는 자못 다르다. 보수 야당인 한나라당은 느긋하다. 한마디로 "급할 것 없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론을 정하기 위해 개정안과 폐지안을 각각 만들어놓고 본격적인 당내 토론의 시동을 걸고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우리가 먼저 국보법을 손보자는 말을 꺼낼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태도다.

한나라당 "먼저 나설 필요 있나"

한나라당 정책위는 지난 12일부터 제1정조위원장 명의로 국보법 개폐 및 개정수위에 대한 서면 설문조사를 하고있다. 그러나 응답율은 미진하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지난 16일 조사가 마무리 됐어야 하지만 정책위에서는 설문지 수거율이 저조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정책위는 설문지에서 "현재 여당은 소속 의원들의 언론 홍보를 통해 금년내 국보법 개폐 문제 처리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은 당론으로 법 폐지를 결정해 놓고 있다"며 "우리 당이 국보법 개정도 무리하게 반대할 경우 수구 보수 정당이라는 비난이 점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여당의 법 개폐 주장에 대하여 우리 당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당론을 정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응답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효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설문지가 (16일까지) 약 4분의1 정도 밖에 걷히지 않아 독촉할 계획"이라며 "아무래도 임시국회 앞두고 휴지기이기도 하거니와 사실 국보법 문제가 우리당 소속 의원들에게 긴급한 현안은 아니어서"라고 집계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피력했다.

공성진 제1정조위원장은 "당내 의원 의견조사 등을 근거로 오는 28일 연찬회를 통해 최종 당론을 정한 뒤 공청회나 워크숍을 열어 의견을 수렴하면 9월 초까지는 구체적 입장이 나오지 않겠느냐"면서도 "사실 우리가 먼저 나서서 당론을 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 위원장은 "여당이 나름대로 개정이든 폐지든 안을 들고 나와야 우리도 방안을 모색할 것 아니냐"며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

지금으로서 한나라당의 당론은 개정으로 갈 확률이 높다. 다만 어느 수위까지 손볼 것이냐는 합의만 남은 상태이다.

공 위원장은 "개정의견이 80% 정도로 구체적인 수위 조절을 해야 한다"며 "폐지 주장하는 의원은 없는 것으로 안다, 폐지하자는 것은 국가를 해체하자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폐지 당론 모으기' 성공할까

여당 '국보법폐지안' 무얼 담았나
18일까지 48명 공동발의 참여

열린우리당 임종석·우원식·이상민·이은영 의원이 대표발의자로 참여, 성안한 국보법폐지안은 본문에 "국가보안법은 이를 폐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르는 총 4조에 이르는 부칙에서는 ▲시행일(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른 법률의 폐지(국가정보원법, 군사기밀보호법, 공무원연금법 등 20여개 법률에서 '국가보안법'과 이에 대한 규정 인용 삭제 및 개정)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설명했다.

임 의원 등은 폐지안에 적은 제안이유에서 "국보법은 1948년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탄생해 56년 동안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해온 대표적인 악법으로서 폐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폐지 이유로는 ▲헌법 정신 부정 ▲죄형법정주의 등의 형사법 원칙 위배 ▲반인권적 법률 ▲형법과의 중복성 ▲폐지해도 국가의 존립과 안전보장에 위해 없음 ▲변화된 남북 현실에 맞지 않는 법 ▲국제인권규약에도 위배되는 법 등 7가지를 들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최근 당 지도부의 '폐지안 서명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폐지 소신을 가진 의원들의 움직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당 일각의 소장파 의원들은 폐지안을 성안해 공동발의 서명을 받고 있고, 법사위원들도 개정안과 폐지안을 각각 마련해 논의를 앞두고 있으나 폐지의견이 다소 우세한 상황이다.

임종석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성안된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대표발의 임종석 우원식 이상민 이은영, 국보법 폐지안)에도 지난 18일까지 48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한 상태다. 임 의원실 측은 "지난 11일 성안해 12일부터 서명을 받기 시작한 국보법 폐지안에 총 48명의 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며 "당 지도부의 자제요청이 있었지만 이후로도 10여명의 의원이 서명한 상태"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 내의 '국보법폐지입법추진위' 소속 의원이 61명인 것을 감안하면 공동발의자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법안의 대표발의자로 참여한 우원식 의원은 "당내 100명 공동 발의는 문제 없다고 본다, 100명은 넘길 생각"이라고 자신했다. 또 우 의원은 "공동 발의 범주도 굳이 열린우리당 내부로 제한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민주노동당 등과의 공조 의사도 내비쳤다.

우 의원의 말대로 폐지안 서명에 100여명이 넘는 의원들이 동참하면 자연스레 '폐지'가 여당의 당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열린우리당은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도 개폐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재천·양승조 의원에게 각각 폐지안과 개정안 마련을 맡겨 성안된 두 안을 놓고 논의를 앞두고 있다. 현재로선 폐지안으로 가닥을 잡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최재천 의원은 "당 법사위원들이 두 안중 하나를 택일해 의견을 올리면 정책의총을 거쳐 당론이 결정된다"며 "현재로서는 (법사위에서) 폐지안이 우세해 당론이 폐지가 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지난 9일 오전 국회 의원식당에서 '국가보안법폐지해설서 발간 기자회견 및 각 정당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국보법 완전 폐지를 바라는 의원 모임'구성을 제안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다시 속내 복잡해진 민주당

'폐지 후 대체입법'으로 입장을 굳힌 민주당은 다시 속내가 복잡해졌다. 지난 8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가 국회 귀빈식당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간담회에 이상열 의원이 대표로 참석해 '민주제도수호법' 제정 입장을 밝혔다가 강한 비판 여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날 이 의원은 "국보법이 여러가지 측면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한다는 시대적인 상황이 있고 국민들의 공감대도 이뤄진 상태"라며 "민주당에서는 국보법을 폐지하고 대체입법, 즉 가칭 '민주제도수호법'이라는 법을 입법해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즉각 비판 의견이 쏟아졌다.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 법은 이미 12년 전 평민당이 내놓은 '민주질서수호법'과 다를 바가 없다, 대체입법하면 폐지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반박했다.

이창호 민주법연 회장도 민주당의 대체입법론을 두고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대한민국에는 이미 민주수호법이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형법"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회장은 "대체입법론의 배경은 일종의 정치적 타협점으로 제시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러한 타협은 국보법 문제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러한 의견에 이 의원은 곤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완전폐지가 아닌 대체입법을 당론으로 하다보니 (비판) 의견이 많이 나왔다"며 "이런 간담회를 계기로 해서 폭넓은 의견이 논의되고 수렴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여당, 확실히 입장 굳혀라"

'완전폐지'로 일찌감치 당론을 정하고 지난 9일 확대 재발족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은 여당의 '확고한 스탠스'를 주문했다.

노회찬 의원은 "지금대로라면 폐지안의 운명은 여당 지도부의 태도에 달려있는데, 이들의 입장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여당 지도부가 결단하지 않으면 폐지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6일 첫모임을 가진 국회 내의 '국보법폐지의원모임'(가칭)의 활동도 눈여겨볼만하다. 이 모임에는 각 당의 대표로 우원식(열린우리당)·배일도(한나라당)·노회찬(민주노동당)·이상열(민주당)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노회찬 의원은 "현재 폐지 이후에 대한 각 당의 이견이나 특정한 상황이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조율을 시작하고 있다"며 "특히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완전폐지'냐 '폐지후 형법보완 등 플러스 알파'냐를 놓고 차이가 있어 공동으로 폐지안을 발의할지 여부에 대해 두번째 모임인 19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심초사' 시민사회
내주부터 '일대일 설득전' 돌입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국가보안법에 대한 각 당의 태도에 대해 시민·사회 단체는 불만족스럽다.

여당은 진작 '개혁정당'임을 내세우고도 딱부러지게 '폐지'를 주장하지 못한 채 어제도 오늘도 '논의'만 하고 있고, 야당은 당론을 정해봐야 '개정'이니 정하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것. 특히 시민단체들은 여당의 조속한 입장 천명을 바라고 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국보법 해설서 발간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의 국보법 완전폐지를 촉구한 민변 소속 송호창 변호사는 "여당이 너무 신중을 기하다가 추진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송 변호사는 "현재 여당은 내부에서 개정안과 폐지안을 각각 만들어놓고 논의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제 국보법은 토론의 문제가 아닌 결단의 문제"라며 "여당이 내세운 정체성을 볼 때 어서 폐지 입장을 정하고 국회 통과를 위한 설득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또 송 변호사는 한나라당에 대해 "여당이 먼저 당론 정하기를 기다리는 한나라당도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기회주의적 태도"라며 "차라리 당론을 정하지 말고 소속 의원 개개인의 양심에 개폐 여부를 맡기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300여개 시민단체가 모여 세를 늘려 재발족한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도 대 국회 압박전에 나설 움직임이다.

김성란 국민연대 사무총장은 "다음 주 안으로 각 당 대표 면담을 요청해 시민사회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한 뒤 국보법에 대한 국회의원 전원의 입장을 정리해 '일대일 설득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국보법을 올해 안에 반드시 폐지해야한다는 시민사회의 열의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국보법 폐지 운동을 각계각층의 전국민적 운동으로 승화시켜 폐지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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