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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이병한 / 광주 = 강성관 / 부산 = 김영균

"공교육을 정상화하라" 10월 10일 비가오는 속에서도 3000여명의 서울지역 교사들이 서울 종묘공원에 모여 조퇴투쟁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교육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교사간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이수호)은 10월 10일 오전수업만 하고 오후수업은 조퇴를 하는 '조퇴 투쟁'을 전국적으로 전개했다.

당초 전교조는 이 투쟁에 서울 7000명, 광주전남 3000명, 부산 2000명 등 전국적으로 2만5000명의 교사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서울 종묘 집회에 3000명, 광주전남 1500명, 부산 600명이 참석하는 데 그치는 등 예상에는 크게 못미쳤다.

전교조는 다음주부터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오는 10월 27일(토)에는 조퇴보다 강도가 높은 '연가투쟁'을 계획하고 있어, 오늘 조퇴투쟁은 정부와의 본격적인 투쟁 돌입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 김석근 사무처장은 "교사들은 5교시까지(오후 2시) 수업을 하고 남은 6교시 한 시간을 조퇴하고 집회장에 나온 것"이라며 "이미 다른 교사들과 수업조정을 해서 실질적인 수업 결손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조퇴투쟁에 참여하는 교사들 대부분은 조퇴 이유를 학생들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담임을 맡은 교사들은 부득이 조회시간에 종례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교육시장화 저지와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전교조는 교원성과상여금·자립형 사립고·7차 교육과정·사립학교법 개정·교원계약제 등을 놓고 교육인적자원부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다.

3∼4등급으로 나누어 차등적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교원성과상여금제'에 대해 반납투쟁을 전개해온 전교조는 10월 9일까지 전국적으로 3741명의 교사들이 14억5790만8297원을 반납했다고 밝혔다.

20여명의 전교조 지부장들이 단상에 올라가 결의문을 낭독했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서울 : 종묘공원 "한 때 존경했던 한부총리여…"

전교조는 10일 오전 이수호 위원장의 이름으로 '조퇴투쟁을 맞아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인터넷 홈페이지(eduhope.net)에 팝업 창을 띄워 발표하는 등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

이 위원장은 이 글에서 "모든 교육정책의 실패는 교육을 시장에 맡겨 공교육에의 국가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신자유주의 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대안은 국가의 교육에 대한 투자를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늘려(GDP 6% 이상) 공교육을 강화하는 일"이라며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 반대'와 '공교육 강화'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서울은 전날부터 내리는 빗줄기가 이틀째 계속됐고 막상 종묘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3000여명으로 당초 예상 7000명에는 크게 못미쳤다.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비옷을 입은 채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자립형 사립고 저지" "7차 교육과정 철폐" "교원성과급제 철회" "교원구조조정 저지"를 외쳤다.

전교조 서울지부장 김재석 씨는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고를 강행하고 있으며 교원들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7차 교육과정 우열반에 이어, 고교평준화해제·고교입시부활로 귀결될 선택형교육과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이것이 가져올 결과는 교육불평등의 심화이며 '돈과 시장의 논리'에 공교육을 팔아 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집회의 마지막 마이크를 잡은 이화외고 교사 박정훈 씨는 "(교원 성과급으로 인해) 교사들은 아이들 서울대 많이 보내기 위해 적성을 무시한 진학을 권유하게 되고, 자기 반 성적을 올리기 위하여 입시교육을 강화하지 않겠습니까"라며 한완상 교육부총리를 비판했다.

"제가 한때 존경했던 한완상 부총리! 제가 대학 1학년 때 첫 세미나를 한 책이 바로 당신이 쓴 <민중과 지식인>이었습니다. 그 책에서 당신은 아무런 사회비판 의식도 없이 기득권을 누리는 지식기사가 되지 말고 시대와 사회에 부응하는 지식인이 되라고 했습니다. 또한 당신은 그 책에서 지배자들의 우매화 정책에 순응하는 즉자적 민중이 아니라 의식화된 대자적 민중이 역사 창조의 주역이 된다고 가르쳤습니다. 바로 지금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중략)… 역사의 주인은 당신 주변을 둘러싼 교육관료들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비를 맞고 투쟁하는 민중이라는 역사의 교훈을 가슴에 새기십시오."

집회장 뒤쪽에는 전교조 동대부고 분회에서 직접 만든 "빈익빈 부익부, 교육! 너마저"라는 플래카드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연단에 올라온 20여명의 서울 지부장들은 "우리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10만 조합원 총단결로 총파업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병한


광주 : 역광장 "27일 연가투쟁 적극 참여"

오후 4시 광주역 광장에서 열린 광주·전남지역 전교조 조퇴투쟁은 교사들과 광주교육대생 1500여명이 참석했다.

대회사에 나선 전교조 전남지부장 심경섭 씨는 "혹자는 교사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오 행동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의 교육은 백척두간의 위기에 서 있으며 제자들은 공교육의 불평등성과 서열화로 인해 교육의 기회마저 박탈당할 처지에 놓여 있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의성과 선택권을 빙자하여 주입식 입시위주 교육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교과선택제, 노동자·농민 등 서민들의 자녀를 무시하고 교육 불평들을 조장하는 자립형사립학교 도입 등이 우리의 참담한 교육현장"이라며 "10월 27일 전국 상경 연가투쟁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전남지역 전교조 소속 교사와 광주교대 학생 1500여명은 오후 4시 광주역 광장에 모였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 교육재정 6% 확보"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주 대인동 한미쇼핑을 거쳐 광주공원까지 시가행진을 벌였다.

한편 전교조광주지부에 따르면 전교조 계좌에 성과급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광주·전남지역 교사는 9일 현재 547개교 9597명이며, 광주지역의 경우 이미 반납한 금액은 1억여원에 이르고 있다.


부산 : 시청앞, 부산교대생 '대 교육부 투쟁' 전개 결정

전교조 부산시지부와 부산교대, 부산대 사범대 학생 등 600여명은 10일 오후 3시 부산광역시청 앞 광장에서 '교육시장화 저지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부산교육주체 결의대회'를 열고 "교원성과급 철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반대" 등을 외쳤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최근 정부의 교육정책들이 "교육을 시장화시키는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라며 "교육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다. 이에 앞서 부산지역 교사 134명은 최근 지급된 성과급 4954만원을 반납하는 등 최근 정부의 성과급 차등지급 정책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해왔다.

한편 부산교대 학생들은 이 날 투쟁을 하기 위한 동맹휴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78%의 투표율 가운데 94%가 동맹휴업을 찬성해 '대 교육부 투쟁'을 전면적으로 벌이기로 결정했다. 부산교대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 김경현(24. 윤리교육 96학번) 씨는 "내일부터 서울로 상경해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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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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