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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성과상여금 지급 이후 교육현장에서 일고 있는 파장을 우려해서인지 지난 27일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관련 유의사항 통보(9.27)'를 통해 "내년도에 적용할 성과상여금 제도를 교육현장 교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교직의 특수성이 지금보다 더욱 반영된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임을 분명히 알려드리니, 교원들이 성과상여금 제도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도록 하여 주시고, 성과상여금을 반납하는 불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한완상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4일 '교육가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국가와 사회가 선생님의 노고에 대한 응당한 예우를 해주지 못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교육을 위해 묵묵히 수고하시는 선생님 여러분을 진정으로 신뢰하며 존경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추석 전에 모든 선생님들에게 지급된 성과상여금은 지금까지 열심히 일하신 선생님의 노고를 치하함으로써 우리 교육발전을 위해 보다 더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장관의 교사 달래기가 이어졌다.

이 나라의 교육을 이끌어가고 지도하는 위치에 있는 장관의 편지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고 위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장관이 보낸 한 통의 편지가 교육현장의 성과상여금 파장을 얼마나 잠재울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고 또 얼마나 많은 교사들의 환영을 받을 수 있을는지는 미지수이다.

한 부총리는 성과상여금 반발이 일파만파로 퍼짐을 염려한 듯 상여금 지급 과정의 민주적인 합의도출 과정과 당위성을 구태여 설명하면서까지 교사들의 반발을 잠재우려고 하였다. 그러나 교육부(http://www.moe.go.kr/) 사이트에는 날이 갈수록 '성과상여금'과 관련된 성토의 글과 불만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최아무개씨는 "교사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등급제도, 교육관료집단도 한번 시험삼아 해보심이 어떨지요"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서아무개씨는 그간의 자신의 공적과 교육활동실적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나의 2000년에서 무엇을 반성해야 A급 교사가 될 수 있는지 부총리님 조언 좀 부탁합니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정아무개씨는 "부총리님 편지의 미사여구대로인지. 앞으로 정말 그런 편지를 안 받았으면 좋겠다. 제대로 했다면 그런 편지를 보낼 일이 없으니까..."라는 아쉬움을 전했다.

추석 이후 교육현장은 여전히 '성과상여금' 논란으로 연일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반납파'와 '고수파'로 갈려 갈등의 불씨는 활활 타오르고 있다. J아무개 담임은 "교사들간에 이간질을 시키는 성과상여금으로 A급 교사와 C급 교사가 생겨나게 되었다"면서 안타까워하였으며 S아무개 교사는 "지난 1년 동안에 열심히 교통지도도 하고 클럽지도도 하면서 교육현장을 지켜왔는데 내게 돌아온 것은 오직 C등급뿐이었다"고 한탄했다.

전교조는 성과상여금의 논란에 대해 "전교조가 부인한 것은 성과급 즉 돈이 아니라 차등, 서열화였습니다. 단순히 돈을 반납하는 차원이 아니라 상처받은 선생님들의 자존심이 이미 서열화되어 교육청에 '무능교사'로 분류되어 있을 하위 30%에 대한 명예회복 및 차후에 있을 불이익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세계 교원의 날(10월 5일)을 맞이하여 전교조는 교원의 질을 떨어뜨리는 성과급제와 계약제를 철회하고, 교원의 전문성과 공동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교원정책을 교원노조와 협의하여 시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한국교총은 10월 6일 업무연락을 통해 "내년 교원성과금 업무량 등에 따른 수당으로 전환"이라는 내용으로 성과상여금이 불용액으로 국고에 환수되지 않도록 촉구하는 내용과 교총을 비롯한 절대다수 제도개선위 위원의 합의하에 교원수에 비례한 차등지급과 교원복지비로 활용한 점은 다행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일부의 우려처럼 교원성과급이 교원연봉제, 계약제 등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강력대처한다"고 하였다.

한 부총리의 한 통의 편지가 교육현장의 갈등을 해소하고 실마리를 찾는 해결책을 마련했다기보다는 교육수장으로서의 명분과 실리를 내세운 제스처로 끝난 것은 아닐는지...

전교조는 각 지부마다 교사대회를 갖고 10월10일 16개 시도지부가 조퇴투쟁, 연가투쟁을 비롯한 연가상경 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어 전교조는 10월말경 서울에서 개최되는 '교육주체결의대회'를 계획하고 있어 교육부와 전교조간의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부총리의 서한문에서 나타났듯이 "선생님께서 교단에 처음 섰을 때 가슴에 품으셨던 스승된 자부심이 이 가을 국화향기와 함께 다시 한번 활짝 피어오를 수 있게 되길 바란다"는 말의 의미를 교육주체와 부총리는 한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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