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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차교육과정 등 교육정책을 둘러싸고 전교조가 10일에 이어 27일 '연가투쟁'을 계획하고 있어 정부와 교사간 갈등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이수호)은 10월 10일 오전수업만 하고 오후수업은 조퇴를 하는 '조퇴 투쟁'을 전국적으로 전개했다.

당초 전교조는 이 투쟁에 서울 7000명, 광주전남 3000명, 부산 2000명 등 전국적으로 2만5000명의 교사가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서울 종묘 집회에 3000명, 광주전남 1500명, 부산 600명이 참석하는데 그치는 등 예상에는 크게 못미쳤다.

전교조는 다음주부터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고 오는 10월 27일(토)에는 조퇴보다 강도가 높은 '연가투쟁'을 계획하고 있어, 조퇴투쟁은 정부와의 본격적인 투쟁 돌입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교육시장화 저지와 공교육 강화'를 주장하는 전교조는 교원성과상여금·자립형 사립고·7차 교육과정·사립학교법 개정·교원계약제 등을 놓고 교육인적자원부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왔다.

▲ 광주전남지역 결의대회는 전교조 소속 교사와 광주교대 학생 등 1천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10일 오후 4시 전교조광주지부와 전남지부는 광주역 광장에서 조퇴투쟁에 나선 교사들과 교육계열 대학생 등 1500명이 참여한 가운데 결의대회를 갖었다.

대회사에 나선 심경섭 전교조전남지부장은 "혹자는 '교사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오 행동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말하고 있"지만 "우리의 교육은 백척두간의 위기에 서있으며 제자들은 공교육의 불평등성과 서열화로 인해 교육의 기회 마저 박탈당할 처지에 놓여있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의성과 선택권을 빙자하여 주입식 입시위주 교육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교과선택제, 노동자 농민등 서민들의 자녀를 무시하고 교육 불평들을 조장하는 자립형사립학교 도입 등이 우리의 참담한 교육현장"이라며 "10월 27일 전국 상경 연가투쟁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나선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소수 교육행정관료들은 이미 영국에서 실패한 '시장을 통한 경쟁'논리를 만병통치약처럼 맹신하여 무조건적으로 강행하고 있"어 "영국제 사약을 수입하여 억지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한국교육에 먹이고 있는 꼴이니 참담하다"며 △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철폐 △7차교육과정 수정고시 △보수교육실시 계획 취소 등을 요구했다.

결의대회는 정부의 '교대학점제' 실시를 두고 지난 8일부터 동맹휴업에 나선 광주교대 학생 300여명도 참여했다. 광주교대 노은주 부총학생회장은 "2003년까지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겠다는 대통령 공약사항이라는 이유만으로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면서 "부족한 교사를 충원하기 위해 기간제 교원 증원과 보수교육으로 채우겠다는 것은 초등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7월 '교육여건 개선안'을 발표하고 2003년까지 학급당 학생수 35명 감축을 위해 부족한 초등교사를 한시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으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교대에서 70학점을 이수하면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교대학점제' 실시 방안을 발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장 김구현, 광주교대 총학생회장)은 이에 반발해 전국 11개 교대가 동맹휴업에 들어간 상태다.

▲ 대회 참석자들은 7차교육과정 수정고시, 교육재정6%확보를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었다.
ⓒ 오마이뉴스 강성관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 자교육재정 6%확보"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주 대인동 한미쇼핑을 거쳐 광주공원까지 시가행진을 벌였다.

한편 전교조의 조퇴투쟁으로 우려됐던 수업결손은 전교조측이 예상한 당초 참가인원 3천여명보다 적어 우려했던 만큼의 차질을 빚지는 않았다.

전교조 광주지부 한 간부는 "초등학교의 경우 수요일은 오전수업만 있고 중고등학교는 많은 학교가 중간고사 중이어서 실제 수업결손의 피해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며 "연가투쟁 등을 고려해 수업을 보충하는 등 수업결손을 극소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교조광주지부에 따르면 전교조 계좌에 성과급을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광주·전남지역 교사는 9일 현재 547개교 9천597명이며, 광주지역의 경우 이미 반납한 금액은 1억여원에 이르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3741명의 교사들이 14억5790만8297원을 반납했다고 밝혔다.

심경섭 전남지부장 "해직각오, 교육대란 막겠다" - 조호진 기자

교육인적자원부의 성과 상여금제, 자립형사립고, 7차 교육과정 실시 등의 교육정책에 반발해온 전교조가 대투쟁을 선언해 전교조 대량해직사태 이후 정부와 교사간의 최대 갈등이 빚어질 전망이다.

전교조는 교원 성과 상여금제 철회, 사립학교법 개정, 교육재정 GDP 6% 확보 등을 요구하기 위해 전국의 2만5천여 명의 교사가 10일 오후 수업을 집단 조퇴하겠다고 8일 밝혔다.

이어 서울 등 전국 15개 지역에서 '교육시장화 저지와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집회를 갖고 본격 투쟁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전교조는 정부의 현행 교육정책이 교육의 질 저하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성과 상여금제 강행으로 교사들의 교육에 대한 회의와 의욕상실을 불러왔다며 성과금 반납투쟁을 강행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재정 안정적 확보와 지속적인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정규 교원의 확보와 재교육 ▲교육평등권 보장하는 교육정책으로 정책 방향 수정 등을 교육당국에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 갈등이 깊어가는 가운데 전교조 간부가 투쟁에 나선 교사의 심정을 호소한 편지를 기자들에게 보내 관심을 끌게 했다.

장문의 편지를 보내온 전교조 전남지부 심경섭(51) 지부장은 8일 전교조의 조퇴, 연가투쟁 등은 교육의 비극을 막기 위한 몸부림이자 10여 년의 절망을 딛고 일어선 전교조의 정체성 찾기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심 지부장은 교육부의 성과 상여금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과 7차 교육과정의 시장논리는 교육대란을 예고하는 정책이라면서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맞서 해직을 각오했던 89년 당시의 정신으로 돌아가 싸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음은 심경섭 전남지부장이 기자들에게 보낸 호소문이다.

▲ 심경섭 전교조 전남지부장
ⓒ 조호진
중추절 들녘이 여느 해보다 잘 여문 곡식들로 풍요롭습니다. 그러나 그 풍요로움에도 즐겁지 못한 고향 어른들의 근심이 우리의 마음을 우울하게 합니다. 이 땅 모든 이의 삶이 가을 결실의 축복 속에 넉넉할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초목과 산야는 자연의 순리대로 저토록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는데… 하지만 이 땅의 교사들도 요즈음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머지 않아 다가 올 교육 대란(大亂)을 예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요즈음 전교조에서는 <성과금 반납 투쟁> <교육주체 결의 대회> <조퇴 투쟁> <연가 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어서 많은 분들이 근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견되는 비극은 누군가는 막아야지요. 이것이 10여 년 동안 절망을 딛고 존재 가치를 인정받은 전교조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잘못일까요?

"추석 선물치고는 정말 고약한 선물이었다. 집사람이 통장을 가지고 있어서 들켰는데, C등급이 창피했다. 속상한 집사람이 먼저 반납하자고 해서 반납하기로 했다. DJ는 왜 주고도 욕먹는 짓을 하는지? 차리리 나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에게나 줄 일이지…. 정말 성과급제도는 성질을 과격하고 급하게 만드는 제도여…"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석 전에 서둘러 지급한 성과급에 관한 이야깁니다. 지급 기준과 서열이 제멋 대로인 성과급에 자존심이 몹시 상한 한 교사의 푸념입니다.

요즈음 전교조에서 전개하고 있는 '성과급 반납 투쟁'은 한국교육의 앞날에 짙게 드리워진 어두운 절망을 예감하는 상징성을 띤 하나의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교원의 성과급은 무질서한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안고 있는 넌센스와 패러독스의 오류를 성급하게 드러낸 단면일 것입니다.

쓰임새가 많은 추석 전에 쓰라고 준 돈이라면, 세속의 영리에 초연한 부처님일지라도 반길 일입니다. 누구라도 돈 받으면 좋아했어야 할 텐데, 돈 받고 속상했다면, 이는 분명 상반된 두 개념이 양존하는 비상식이요, 역설임에 틀림없겠지요.

이 같은 오류의 근원은 신자유주의(neo-liberalism)를 바탕으로 해서 '7차교육과정과', '교직발전종합대책안'을 별 준비와 검증도 없이 정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데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교육의 신자유주의 ⇒ 교육의 사사화(私事化) ⇒ 교육의 시장화 ⇒ 교육의 야바윗속」「7차교육 과정 ⇒ 경쟁력 강화 교육 ⇒ 학교 서열화 ⇒ 교사 서열화 ⇒ 학생 서열화 ⇒ 치열한 입시열풍」「성과급 ⇒ 교사 서열화 ⇒ 교사의 위화감 조성 ⇒ 교사 구조조정」

이것이 최근 정부가 실패한 영국형을 모델 삼아 추진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서 예견되는 진행 과정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시장질서만큼 무질서한 곳이 없을 것입니다. 담합과 야합, 비리와 폭리로 얼룩진 야바윗속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시장질서입니다.

그런데,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교육을 시장논리의 야바윗속으로 몰아가겠다는 발상이라면 큰 일 아닙니까? 이것이야말로, 머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교육 대란의 예고된 수순인 것입니다.

이미, 영국의 대처 정부가 저질로 놓은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에 토니 블레어 정부는 교육 대란을 맞고 있습니다. '경쟁력! 경쟁력!'하면서 어찌나 교사들을 들들 볶았던지 교직이 매력 없는 직종이 되어 대다수 교사가 교단을 떠나 교육 대공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심지어, 요즈음 전세계를 상대로 '교사 사냥(teacher hunting)'에 나서 자격증 없는 외국인 교사까지 채용하는 실정이라고 하니 본받을 수 없는 교육 정책임을 정부와 교육부 당국자는 귀담아 새겨야 할 것입니다.

다만, 프랑스는 이겨냈습니다. 프랑스 교원노동조합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망국의 정책임을 이미 간파하고 재작년에 파업으로 맞서 막아냈습니다. 그 파업은 교사만이 아닌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한 여러 날의 파업이었습니다.

"노동조합의 교사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위해 언제나 애쓰시는 분들이다. 나는 교사들을 믿는다. 만약 내 아들녀석이 이 훌륭한 교사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내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 그래서 나도 파업에 동참했다." 한겨레 논단에서 홍세화 씨가 전한 파업에 동참한 수준 높은 프랑스 학부모의 이야기입니다.

이쯤에서 요즈음 교사들이 갖고 있는 고민의 지점이 어디에 있는가 확연해질 것입니다. 영국처럼 교육 대란으로 갈 것인가? 프랑스처럼 막아내어 안정적 교육 구조로 나아갈 것인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은 오직 하나일 뿐, 교육은 가장 안정적 구조 속에서 '지식만을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 교육'보다는 '지혜를 터득하여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인성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합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로써 위험한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미 실패한 영국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교육 대란'만은 막아야 합니다.

7차 교육과정은 그저 6차 다음에 온 하나의 단순한 '교육과정'(curriculum)이 아닙니다. 조선시대의 신분차별제도(자립형 사립고)와 같은 소수 기득권층(국민의 20%)을 위한 영구 귀족화 제도입니다.

가난하지만 자식만이 희망인 한국의 부모에게 절망과 아픔을 양산할 불평등 체제(system)입니다. 비인간적인 교육과정을 수행할 교사가 되기를 강요하는 교사 노예화(경쟁-성과급)제도며, 공평한 기회마저 박탈하여 청소년들의 꿈을 꺾는 절망의 이야기입니다.

지금도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는 더욱 증가할 것이고, 빈곤의 대물림으로 경쟁에서 포기한 자식이 부모를 향한 원망으로 인해 단란한 가정이 파괴될 비극의 이야기입니다.

무엇보다도 진정 이 땅의 교사로서 7차교육과정의 폐해인 '경쟁, 불평등, 절망' 등이 어린 학생들의 심리적 구조로 내면화될 현상과 그 결과로 사회 범죄가 증가될 것이라는 사실이 가장 두렵습니다.

전교조는 많은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고, 대다수 학생들이 극도로 절망하거나, 극단적 이기주의 인간으로 성장하게 될 현 교육정책을 두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제 싸울 것입니다. 해직을 각오하면서 싸웠던 전교조 창립 당시 89년 그 정신으로 돌아가서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이 싸움으로 인해 전교조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싸우려는 것은 교사로서 가야 할 길, 국민의 교육을 담당하는 자로서 양심을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몸부림이며, 애국의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두렵지 않습니다.

그 동안 전교조 활동을 집단 이기주의로 보는 경향도 다소 있습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십시오. 이기주의라면, 어찌 89년 창립 당시 전국의 1600여명 교사가 영일을 버리고, 생존권을 버린 채 해직의 아픈 세월을 택했을까요?

또한, 성과급을 받았으면 쓰임새도 많은 추석에 쓰지도 않고 전국의 8만명(10/4일 전국 통계)교사들이 반납을 선언하고 나왔을까요? 재판관이 양심에 따라 판결하듯이 교사는 양심에 따라 아이들을 가르쳐야만 교사이기에 진정한 양심을 지키기 위해 이기주의를 버리고 결연히 선언한 것입니다.

사람의 병은 의사가 가장 잘 진단하고 잘 고칩니다. 교육의 병폐는 교사가 가장 잘 진단하고 잘 고칠 것입니다. 이제 교사가 나서 비틀거리는 교육을 바로 고치겠습니다. 그리고 건전한 비판은 경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잘못됐으면 시정도 하겠습니다.

지금은 잠시 자라나는 학생과 국민의 평등교육권을 위해 이해와 따듯한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교사가 학생을 버리고"란 감성적 비판보다는 "노동조합의 교사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위해 언제나 애쓰시는 분들이다"라는 수준 높은 프랑스 학부모와 같은 교사에 대한 이성적 판단이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전교조가 다가 올 교육 대란을 저지하기 위해 앞으로도 전개하게 될 '성과급 반납 투쟁', '제1차 교육주체 결의대회(10/10, 오후 4시, 광주역, 교사 조퇴투쟁)', '제2차 교육주체 결의대회(10/27∼28, 서울, 교사 연가투쟁) 등에 적극적인 관심과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이 말씀드리고자 빙 에둘러 긴 글을 썼습니다.

저 가을, 시리도록 푸른 하늘처럼 맑고 고운 말씀을 올렸어야 하는데 어둡고 가슴 답답한 말만 전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한 해도 벌써 2/3쯤 지나고 있습니다. 부디 뜻하시는 대로 풍성한 삶의 결실을 거두시는 건강한 가을이 되시기 빕니다.

2001년 10월 8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장 심 경 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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