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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수상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사회의 불신, 학교 안의 불신, 학교와 학교 사이의 불신과 경쟁을 계속해서 만들어내었으며, 교사가 천직이라 생각하고 교육을 통해서 새로운 사회문화를 만들어가야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시작했던 사람들을 학교에서 떠나게 했다. 이제는 신자유주의 이전의 교육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돌아갈 길은 너무도 멀다."

지난 9월 14일 전교조 광주지부 여성위원회는 YWCA 대강당에서 전순옥 박사 초청 강연을 개최했다. 다음은 전순옥 박사 인터뷰와 그가 강연을 통해 밝힌 '오늘의 영국의 교육현실과 위기에 처한 한국교육' 요약안이다.

- 전박사는 신자유주의로 초토화된 오늘의 영국의 교육 현실과 위기에 처한 한국 교육에 대안을 제시하였다. 영국에 신자유주의정책(대처리즘)이 적용되던 초기에 저항 양상은 어떠했는가?
"이 이념의 특성상 '나만 잘하면 살아 남을 수 있겠지'하고 생각할 수도 있는 측면이 있어서, 조직적인 저항이 부족했다. 초기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 18년 동안 노동조건을 악화시켰고, 좌파 정권이 수립된 이후에도 크게 개선된 점이 없을 정도로 해악이 크다. 성향의 차이가 있는 교사노조가 5개가 있었는데,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말았다."

- 신자유주의 정책이 다른 공공부문에 미친 영향도 작지 않을 것 같은데?
"보건 의료계를 이야기해 보겠다. 90년대 초에 국가병원(공립병원)의 의사들이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걸친 채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병원 운영예산을 모금하러 다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돈 있는 사람은 개인병원을 이용할 수 있어 어려운 점을 못 느꼈겠지만, 기층민들이 이용하는 국가병원은 Waiting List(대기자 명단)이 매우 길어졌다. 간단한 수술이 1년 넘게 미뤄져서, 병이 심화되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는 것이 뉴스로 보도된 적도 있었다. 또 환자 골라 받기가 일반화되어, 노인환자가 이 병원 저 병원으로 옮겨 다니다가 사망한 사건도 여러 번 보도되었다."

- 신자유주의 정책이 교육에 미친 긍정적인 것은 없나?
"국가에서 발표하는 통계로는 학생들 성적이 높아졌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것은 성적이 낮아졌을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되고, 심한 경우는 학교가 문까지 닫는 예가 허다해 학교당국이 성적을 부풀려 보고하고 그것이 그대로 집계되어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이다. 성적이 높아졌다고 볼 수 없다."

- 다시 영국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공부한 카디프 대학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생산구조에 관한 프로젝트를 마무리짓기 위해 다시 출국한다."

- 대학 강단을 제의 받은 적은 없는지? 향후 계획은 어떤지?
"내년에 성공회 대학에서 강의를 할 계획이다. 이와 아울러 영세한 의류 제조업체의 노동자들과 함께 하면서 임금을 비롯한 생활의 질 문제에 대해 탐구해 볼 것이다. 이들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

<교사 헌팅에 나선 영국교육계>

최근 영국은 러시아, 아프리카, 페루 등 55개에 이르는 세계 각국에 교사모집공고를 냈다. 주5일 수업을 해야 하는데도 교사가 부족하여 영국 공립학교 중 많은 학교가 주4일 수업을 하고 있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지방이나 변두리의 낙후된 지역에서 먼저 발생하였으나, 이제는 도심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올해 7·8월 영국 주요 신문에 의하면 일 만여 건의 교사이력서를 검토중이라 한다. 그러나 이들 중 5천건은 팩스로 5천건은 우편으로 접수된 것이어서, 교사자격증이나 이력서가 가짜라는 게 드러나는 경우에도 인터뷰 등을 통한 확인이 어렵다 한다. 더 한심한 것은 사태가 이러함에도 영국정부나 교육계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자격미달 교사를 채용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다.

영국에서 교사는 3D업종, 제발 학교로 돌아오라!

영국의 학교당국이나 정부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전직교사들에게 제발 학교로 돌아오라', '파트타임 교사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며 설득하고 있으나, 계약직이나 파트타임 교사들조차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거부하고 있다. 정규직으로 되었을 때 떠안게 되는 살인적 노동강도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탓이다.

영국에서는 제일 하기 싫어하는 직업 중 하나가 '교사'이며 파트타임(시간제) 교사가 20% 이상을 차지한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도입 이전의 영국교육은?

2차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젊은이들은 전쟁과 군복무로부터 풀려나면서 자유를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왜곡된 젊은 혈기는 히피문화, 마약문화 등을 만들어 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간의 문화적 갈등이 심화되자 의식 있는 젊은이들은 '교육을 통해서 문화의 갈등을 해소하는 수밖에 없다', '교육만이 희망이다!'라고 외치며 교사자격을 취득해서 학교로 몰려들었다.

당시 교육자들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고를 위해 교육에서 시험이나 경쟁을 철저히 배제했다. 철저한 학생중심교육을 통하여 학생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 능력, 특기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고 어른들의 가치를 강제적으로 주입하지 않았다.

대처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도입

대처의 강한 신념, 80% 포기하고 20%로 국가 경영할 수 있다. 1979년 정권을 잡은 대처수상의 눈에 당시의 학교는 위계질서가 무너진 잘못된 교육으로 비쳤다. 그리하여, 대처정부가 제일 먼저 손을 댄 것은 교육이었다.

대처리즘은 기본적으로 '능력 있는 20%를 배출해서 사회를 이끌어가게 하고 나머지 80%는 20%의 지도하에 적당히 살아가게 하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20%는 어떻게 배출할 것인가?

교장 중심 학교운영과 교사평가제 도입

학교운영 전반적인 권한을 교장에게 위임하였다. 교사의 채용이나 해고권한뿐만 아니라 교사의 임금결정권까지 교장이 갖게 하였다. 또한 모든 교사는 정기적으로 함께 근무하는 동료에게 평가를 받아야 했는데, 어느 교사가 자신을 평가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교사들 사이에는 긴장과 갈등이 생겨났다

그리고 다른 학교 교장을 학교에 정기적으로 오게 해서 학교의 모든 분야에 대한 감사를 받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와 학교당국은 교육에 대한 모든 자료를 통계처리하여 비치하고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공개하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서 교사는 가르치는 일 외에도 너무도 많은 일을 해야 했다.

성적순위에 따라 학교별 차등 지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교가 성적순위일람표를 작성하여 모두에게 공개했다. 이를 기준으로 학교의 등급이 주어지고, 이 등급에 따라 학교 예산이 결정되었으며 교사들의 임금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학교 예산에 따라 학교마다 투자의 차이가 있었으므로 학교간 차이는 더욱 심화되었다. 등급이 낮은 학교에서는 급기야 교사를 고용할 수 없어 파트타임(시간제) 교사까지 써야만 했으며 감사를 통해서 폐교되는 학교도 속출했다.

급기야는 학교당국에서 학생들에게 시험문제를 가르쳐주는 사태도 빈번히 발생하여 영국사회에서 심각한 교육문제로 드러났다.

영국의 교직 기피 원인 진단

가장 큰 이유는 능률급!(성과급)
영국 교사들은 교직이 기피직종이 된 가장 큰 이유로 능률급을 꼽았다. 교육은 사회문화의 모든 영향 속에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학교 성적을 일방적으로 교사의 능력과 동일시하여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렸을 뿐만 아니라 동료교사에 대한 불신으로 교직풍토가 피폐해졌다는 것이다.

각종 언론의 반교사적 편파보도

대처정부가 들어선 이후 모든 여론매체들은 학교에 관심(?)을 갖고 교단의 황폐화를 부각시키기 시작했다. 마치 공교육 붕괴 운운하며 교육이민을 부추기는 한국의 '조중동'처럼. 신문들은 교사들을 비전문직 집단으로 몰아세우며 사회적 지위를 실추시켰다. 이러한 여론 형성으로 인해 교사기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교사집단의 질적저하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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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사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2년째 광주교사신문 12면에 주제가 있는 여행 꼭지를 맡아 집필하고 있다. 또한 광주과학고등학교에서 국어를 담당하고 있으면서 학교도서관 운동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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