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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국 교육을 위기라고 부추기는가?

입만 열면 교육이 위기라고 합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이 나라 보수 언론은 교육 위기를 부채질하며 교육이민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교육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국가가 교육에 얼마나 인색한 지는 외면하면서 애꿎은 학교만 나무랍니다. OECD는 고사하고 태국이나 말레이지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교육 환경 속에서 교육이 이 지경으로 불신받게 된 것이 어찌 학교만의 책임이란 말입니까?

우리 사회에 엄존하고 있는 학벌주의와 그에 따른 승진 구조, 임금구조를 그대로 둔 채 실타래처럼 뒤엉킨 우리 교육의 산적한 문제들을 학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사회구조와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오랜 학벌위주의 우리 가치관과 인식이 함께 변화할 때 우리 교육 문제도 그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가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과감히 투자해야 합니다. 역대 정권은 GDP 대비 4.5% 이상을 교육에 투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투자도 안 해보고 잘 안되니까 정부는 이제 교육을 아예 시장 논리에 맡기겠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가 위기의 한국 교육에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질식 상태에 처한 이 나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 정부가 내놓은 유일한 대안이 뭔지 아십니까? 이미 영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은 신자유주의를 우리 교육에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교육을 시장화하여 교사들끼리 경쟁시켜 우리 교육을 살리겠다는 것입니다.

교육시장화가 가져올 우리 교육의 암담한 미래

추석 전에 받아 본 성과급을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 벌떡 일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성과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평소에 받는 월급이 교사마다 달라지는 연봉제로 바뀐다고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그야말로 무한 경쟁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동료도 선배도 없는 살벌한 시장 경쟁만이 우리를 내몰게 됩니다.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의 시장화는 한 마디로 노동 시장의 유연화입니다.

대학교수에 이어 초중등 교사들도 계약직을 도입하여 2004년에는 전체 교사의 40% 이상이 파트타임. 순환제. 기간제 교사로 충당하겠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교사의 40%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여 노조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보따리 장사 신세가 됩니다. 물론 60%의 붙박이 교사에게는 주당 50-65시간 살인적인 노동강도가 뒤따를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앞에 초등교사와 사립교사는 추풍낙엽

불행하게도 초등교사는 7차에 가장 불안한 신분에 노출되게 됩니다. 중고등학교의 과원 과목 교사들이 대거 초등 5-6학년으로 내려오게 될 것이고 저학년은 유치원 교사들이 대거 올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초등교사들은 샌드위치 신세가 되어 오갈 데 없이 퇴출 위기에 몰리게됩니다. 신자유주의를 도입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초등교사들에게 가장 피해가 극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한 경우 초등 교육은 대학 졸업한 고급 인력이 맡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고 고등학교 졸업자로 하여금 초등교육을 맡긴 예도 보고되고 있습니다. 초등교육의 전문성과 자존심은 갈수록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육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사립교사는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지요.

실업고 날려버릴 태풍의 눈 7차교육과정

신자유주의적 개혁론자들은 실업고에 대한 투자를 낭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즉 지식기반 중심 사회에서는 실업 교육은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하는 판단이겠지요. 사회가 급격히 변하면서 앞으로는 수도 없이 많은 실업교과 과목이 필요할 터인데 그럴 때마다 새로운 자격증을 가진 계약직 교사가 더 적합하리라는 것은 너무도 뻔하지 않습니까? 현재 실업계 학생이 맡고있는 3D업종에는 인문계 학생 데려다 2-3개월 교육시켜 현장에 투입하거나 동남아에서 수입해온 값싸고 질좋은 노동력을 투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수능 1차 2차에서 실업계는 존재의 의미가 없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7차 교육과정의 교원구조 조정이 시작되면 1순위로 실업과목 출신 교사들이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 돈 없고 빽 없는 학부모와 성적이 안 좋은 학생 그리고 발언권 약한 실업학교 교사들은 우리 교육계에서 가장 약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천문학적 사교육비 증가로 학부모 옥죌 자립형 사립고

근대 사회에 들어 교육과 의료는 원래 공적 영역으로 사회 복지의 차원에서 접근해 지금까지 발달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젠 복지 차원을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IMF 이후 고착된 80:20의 사회 구조가 이젠 90:10으로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능력 있는 10%를 위해 자립형 사립학교를 만들고 학생과 학부모와 학교를 서열화시켜 소수의 메인스트림main-stream을 위해 교육의 틀을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이어 고교 평준화는 해제될 것이고 자립형 사립고의 납부금은 천문학적으로 상승할 것인데, 얼마나 입시 지옥과 과외가 극성을 부릴지 끔찍합니다. 우리 사회 절대 다수는 결국 10% 상위층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하게 됩니다. 교육을 시장 기능에 맡겨버릴 때 우리의 사교육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결국 90에 속하는 우리 같은 절대 다수의 학부모와 학생은 신자유주의의 온전한 피해자가 될 것입니다.

마무리 하는 글

교육 시장화를 통해 우리 교육이 정상화되고 경쟁력이 살아난다면 우린 결코 신자유주의를 반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교사가 조퇴.연가 투쟁을 통해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것은 밥통 지키는 차원이 아니라 위기의 한국 교육 이대로 방치할 수 없어서입니다. 싸우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누가 대신 싸워서 해결해 주지도 않습니다.

앉아서 당하느냐 아니면 싸워서 막느냐, 선생님의 결단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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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교사신문에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2년째 광주교사신문 12면에 주제가 있는 여행 꼭지를 맡아 집필하고 있다. 또한 광주과학고등학교에서 국어를 담당하고 있으면서 학교도서관 운동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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