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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 복지 81811-693(2001. 10. 22)의 이첩입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2001.10.8 및 10.22일 전교조에 집회자제를 협조요청하는 공문을 시행하였고, 근무시간중 집회참여 교원에 대해서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통보한 바 있습니다. (교육청이 학교로 보낸 공문)

교육부와 교육청에서는 교사들의 연가 집회를 저지하기 위해서 연일 공문을 쏟아붓고 있다. 게다가 정원식 장관 이후 오랜만에 교육부장관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교사들의 자제'를 촉구하고 '엄정한 조치'를 예고하였다.

교육부가 주장하는 위법행위

교육부는 전교조 조합원들이 '근무시간 중'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이 금지'되어 있으므로 위법이고, 또 전교조는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단결권과 교섭권만을 가지고 있으므로 '쟁의행위'를 금지한 교원노조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말대로 하자면, 일단 전교조의 간부들은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책임을 지게 되고, 교사들은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활동'을 근거로 징계를 받게 된다. 교육부가 말한 '엄정한 조치'의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은 위법인가?

어느 학교에서 전교조 가입 교사가 학교 게시판에 전교조 발행 포스터를 붙였다. 이때 교장은 '근무시간 중에는 노동조합활동이 금지되어 있는데 왜 노조활동을 하느냐'고 당장 떼라고 하여 선생님들과 마찰을 빚었다. 이 학교장의 말대로 한다면 근무시간 중에는 전교조 신문을 보거나 전교조 사무실과 전화통화도 할 수 없게 된다. 정말 그런가?

근무시간 중 노동조합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법령은 없다. 다만, 공무원이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는 있다. 교사들은 수업과 수업사이 또 수업을 모두 마치고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동료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학교에 따라서는 방과 후에 동료 교사나 아이들과 운동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로써 교사의 본업인 교육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허용되고 있다.

교사가 자신의 직무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전교조 신문을 보거나 교내 조합원끼리 모여서 이야기하거나 회의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교사가 하루종일 잡담만 한다거나 컴퓨터 채팅을 한다면 이것은 노동조합 활동이 아니라 하더라도 당연히 금지해야 한다. 노동조합활동이 아니라도 직무에 지장을 주면 금지되는 것이고, 노조활동이라도 직무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허용되는 것이다.

직무에 중대한 지장을 주지 않는 활동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근무시간 '노조활동'이 문제가 아니라 '직무에 지장을 주는 활동'이 문제인 것이다. 앞의 예를 든 학교에서처럼 포스터를 붙이는 시간 30초가 직무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므로 학교장이 이를 금지할 수는 없다.

게다가 근무시간 중 직무에 지장 여부와 무관하게 허용될 수 있는 노동조합활동은 단체교섭을 통해서 합의할 수 있다. 교육부는 교섭업무를 담당한 교사에 대해서는 휴가(공가)처리하도록 지침을 내기로 전교조와 합의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이다. 앞으로 단체교섭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허용되는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의 폭은 점점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전교조 교사들은 학내에서 교육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은 범위의 조합활동을 하고 있고, 혹시 직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합활동은 자기들에게 부여받은 조퇴나 연가를 깎아서 쓰고 있다.

전교조 교사들은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을 했다. 교육부는 이것을 쟁의행위로 몰고 있다. 쟁의행위가 된다면 전교조 집행부는 형사처벌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그런가?

연가 내고 집회 참석하는 것은 위법인가?

우선 공무원에게 연가란 근속기간에 따라 허용되는 생산직의 연차휴가에 해당한다. 이 휴가는 노조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공무원)에게 주어진 권리이다. 사용자(학교장)는 노동자의 휴가신청에 대해서 업무에 '중대한 지장이 없는 한' 이를 허용해야 한다.

사용자(학교장)가 고려할 사항은 '왜 휴가를 받으려 하는가'가 아니라 휴가를 허용하였을 때 사업장(학교)의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느냐의 여부이다. 노동자가 휴가를 받으려 하는 사유는 극히 사적인 영역으로 사용자의 심사대상이 아니다.

노동자가 자신에게 부여된 연가일수 내에서 노동조합의 집회에 참석하든지, 아니면 집에서 휴식을 취하든지, 아니면 집안 행사에 참여하든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는 단지 사업장의 운영에 대한 권한만 있을 뿐이지,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서 간섭할 권한은 없다.

단체행동권을 갖지 못한 노동조합이 조합의 의견을 표시하기 위해서 조합원들이 각자에게 부여된 휴가를 얻어서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가장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이다. 조합원 개인이 자신에게 부여된 휴가를 조합을 위해서 사용하겠다는 것을 누가 말리겠는가?

집단연가로 학습권이 침해된다는데...

학교마다 1-2명씩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하였으며, 학교에서는 해당 교사의 수업시간을 다른 날의 수업과 교체하여 학생들의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수업교체는 연가나 병가, 출장, 연수 등으로 교사가 학교에 나오지 못할 경우에 늘 시행하는 방식이다.

또 경주의 모 학교에서 연가를 내고 수업을 교체하려 하자 학교장이 수업교체 결재를 내주지 않아서 수업이 결손될 우려가 있다는 호소가 있었다. 결국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전교조 흠집내기에 더 열심인 교육당국과 일부 학교장의 행태가 보인다.

게다가 '학습권'을 외치는 교육청은 오히려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서 전교조 경북지부가 제출한 교섭안 중 '교육활동 이외의 교사 동원 금지'에 대해서 '노력'하겠다는 안으로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 학습권은 그저 전교조를 흠집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

연수나 출장으로 수업을 교체하는 것이 '학습권 침해'가 아니라면 연가로 인한 수업교체 역시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교육부가 학습권을 들먹이며 전교조를 비난하는 것은 전교조의 주장의 본질보다는 '학습권논쟁'으로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가려는 전술적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쟁의행위로 처벌이 가능하다는데...

교육부에서는 이번 연가투쟁을 준법투쟁 형태의 쟁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전교조가 이번에 개최한 교사대회와 여기에 참여하기 위해서 연가를 요구한 것이 '쟁의행위'에 해당한다면, 단체행동권이 없는 전교조가 위법을 한 셈이 되는 것이다.

만일 상당수의 교사들이 집단으로 연가를 내고, 그래서 학교수업이 마비되었다면 그 학교의 조합원들의 행위에 대해서는 쟁의행위 여부에 대한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교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단순히 집회 참석을 위해서 '연가'라는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본래부터 '업무저해'를 목적으로 하는 '쟁의행위'로 몰고 갈 수 없다.

물론 전교조가 앞으로 필요하다면 법의 범위를 뛰어넘는 불복종 운동으로서의 쟁의행위를 선언할 수도 있을 것이지만, 27일 집회 참석을 쟁의행위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아래 내용은 '집단연가를 냈다 하더라도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쟁의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이다.

"…경상남도내 29개 시·군·구 지역의료보험조합 직원들이 가입하고 있는 지역의료보험 경상남도지역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서 그 산하에 있는 시·군·구의료보험조합 노조지부장에게 공문으로 집단월차휴가실시를 지시하였으나…의료보험조합의 업무에 아무런 지장을 가져온 바도 없고 의료보험 조합의 의료보험 피보험자의 권익을 침해한 바도 없었다는 것이고… 따라서 원고 조합위원장을 징계할 수 없다" - 대법원 1993. 11. 23. 선고 92단 34933 판결

제2의 전교조 사태를 몰고 올 것인가?

이번 담화를 발표하는 한완상 장관의 모습과 89년 5월 정원식 당시 문교부장관의 모습이 내용과 형식의 면에서 매우 닮은꼴이다. 교육부 장관의 담화문은 성과급제 강행, 자립형사립학교 도입 강행, 7차교육과정의 강행 등 밀어붙이기 교육정책에 대한 교사들의 반발을 '학습권 논쟁'으로 돌려서 자신들의 실책을 가리려는 얄팍한 전술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항의집회에 참석한 교사의 토요일 4시간 수업은 다른 교사와 교체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지만, 40만 교사와 수백만 학생들을 흔들고 있는 잘못된 교육정책 때문에 예견되는 학습권 침해에 대해서는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

지금 해야 할 일은 전교조 흠집내기가 아니라, 교육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교사집단의 이야기를 듣고 교육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이다.

덧붙이는 글 | 교사들이 무엇을 말하는가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후에 어떻게 이야기했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안될까요?

이 글에 이어서 오히려 형사처벌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받아야 한다는 글을 올리겠습니다. 그들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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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기도 했고, 교육청에서 '어공'으로 근무하기도 했고, 지금은 농사지으면서 유보통합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함을 물어보면 '참교육학부모회 자문위원'이라고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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