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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 전망대에서 본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모습
ⓒ 강병구
만점짜리 날씨와 해변 그리고 항구의 매력

▲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정박한 크루즈호 모습
ⓒ 강병구
전 회에서 투덜거리는 투로 여행기를 썼지만, 그렇다고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이 실망스러웠던건 아니다. 오히려 첫 여행지로서 여행의 두려움을 잊고 기대감을 100%로 올려줄 만큼 매력적인 곳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언제 눈이 내렸나 싶을 정도로 화창한 날씨였다. 더 정확히는 눈을 뜨고 다니기 힘들 정도의 햇살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비록 차가운 날씨와 씽씽 부는 바람이 함께 했지만 햇살만큼은 만점 짜리였다.

둘째 날도 가이드를 해주신 이종성 사장님의 말씀에 의하면, 4월말부터 8월말까지 한참 날씨가 좋은 시기에는 구름도 찾기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날씨는 여름 성수기 블라디보스토크의 해변을 최고의 휴양지로 만들어준단다. 아무르만의 스빠르찌브나야 해변은 내 가보기에도 여름엔 대단한 곳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따가운 햇살 아래 모래사장에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과 해변거리에 즐비한 해산물 포장마차들. 그리고 이때쯤이면 한창일 백야현상으로 인해 밤이 없어진 블라디보스토크는 그야말로 축제의 여름을 보낸다고 한다. 4월에 온 것이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남자 분들을 위해 한마디 덧붙이자면 블라디보스토크의 아가씨들은 아름답기로 러시아 전체에서도 손에 꼽힌다고 한다니 참고하시길.

항구도시가 다 그렇듯, 블라디보스토크도 배를 빼놓고 말하기 힘들다. 최근까지 군사시설이었던 이곳의 항구는 관광객 유치가 우선인 여객 항구로 바뀌었다. 아직도 몇몇 군함들이 있기는 하지만 태평양함대의 중심이 나홋카로 옮겨졌다는 것을 상기하면 대낮 항구 근처에서 경찰 이외의 어려움을 만날 일은 없다.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어마어마한 규모의 크루즈호가 여객터미널에 정박한 모습이었다. 저런 크루즈호를 타고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면 하는 꿈을 잠시 꾸어보았다.

도시 역시 항구 중심으로 발달하여, 항구 근처에는 극동정부시설 및 여러 도시 중심 기능을 갖는 건물들이 즐비하다. 또 박물관이나 여러 관광 시설도 항구 근처에 있다. 전 회에 소개한 C-56 잠수함 박물관이나 혁명광장 등도 항구에 인접해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에도 한류가?

▲ 이걸 타면 정말 우리집 잠실까지 갈 수 있을까?
ⓒ 강병구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기까지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수많은 한국회사의 대형간판들이었다. 삼성 핸드폰과 엘지 가전제품 광고, 그리고 KT&G 담배 광고까지 낯익은 상표들이 이국 땅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줄여줬다.

본격적인 관광을 한 둘째 날에는 더 놀랄 일들이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를 달리는 수많은 버스들이 한국의 그것이 아닌가! 황당하기까지 했던 블라디보스토크의 버스들은 한국버스의 도색과 광고판까지 그대로 쓰고 있었다.

더불어 시내 중심가에 우뚝 서있는 블라디보스토크의 비즈니스 중심지 현대호텔과 필자가 묵은 쁘리모리에 호텔에서 본 KBS방송까지 더하면 과장을 좀 보태, 여기가 한국인지 러시아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이런 내 반응에 이 사장님은 재미있다는 표정이었다.

"신기해 보여요? 여기서도 한국 상품에 대한 인기가 상당합니다. 그리고 위성 안테나를 달면 한국방송 한 두 가지도 볼 수 있구요. 헌데 그게 다에요. 무슨 한류 그런 거완 좀 거리가 멀지요. 물론 서태지가 공연을 하고 난 뒤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기는 했는데, 지금은 특별하진 않습니다."

뭔가 김이 빠지는 듯한 느낌에 이어진 한마디가 쐐기를 박았다.

"한국 분들 여행 오시면 특히 버스들을 보고 많이 놀라시며 자랑스러워하는데, 사실 알고 보면 그럴 것 없습니다. 처음엔 일본 버스를 많이 수입했었는데, 일본 버스의 문이 왼쪽에 있어서 사람들이 도로에 내리곤 했죠. 그래서 많은 사고가 났습니다. 그런 이후 법이 바뀌어 버스는 반드시 문이 오른쪽에 있는 차여야한다는 규정이 생겼어요. 그래서 일본버스 수입이 금지되고 한국 버스로 바뀐 겁니다."

이어 이렇게 말한다.

"보세요, 여전히 승용차는 대부분 일본차입니다. 날씨가 험한 블라디에서 가장 잘 버티는 차가 일본차거든요. 한국 차도 몇 해 전 들어왔다가 지금은 다 철수 한 상태입니다. 혹한의 날씨에 못 견딘다는 현지인들의 반응 때문에 사업하기 힘들었죠. 현재 블라디에선 일본 중고차가 가장 인기 있는 수입품입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러시아를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블라디 사람들 사이에 요즘 한국 사람들의 인식이 별로 안 좋아요. 돈 좀 가져와서 사람들을 깔보는 듯 한 행동들을 많이 하거든요. 특히 러시아 아가씨들을 한국으로 데려가는 것은 조만간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이곳 사람들의 이런 인식을 안다면 좀 조심들 해야할텐데…."

이런 말을 듣고 보니 갑자기 내가 부끄러워졌다. 불편하고 못 사는 듯 보이는 듯한 이 곳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광고 버스의 치장만 보고, 내가 이곳 사람들을 깔본 건 아닌지 하는 부끄러움이었다.

활기찬 스뽀르치브나야 리녹

▲ 스빠르치브나야 리녹 모습
ⓒ 강병구

▲ 러시아에서 많이 먹었던 샤슬릭
ⓒ 강병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마지막으로 가본 곳은 시장이었다. 이 사장님의 소개로 만난 양승희 선생님과 함께 점심을 먹은 뒤 향한 곳은 시내에서 약간 벗어난 곳에 있는 스빠르치브나야 리녹(운동장 시장)이란 곳이었다. 양 선생님은 고구려연구회 소속으로 발해사를 연구하고 계신 분인데, 러시아에서 발해사를 연구하기 위해 유학을 오셨다고 했다.

컨테이너 박스가 줄줄이 연결된 곳에서 좌판이 벌어져 있는, 시장 골목에는 거짓말 조금 보태 없는 것이 없었다. 먹거리, 입을 것, 놀거리 다 있었다, 다만 대부분 중국제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일요일과 연휴를 맞아(러시아정교 부활절이 이날이었다) 그런지, 바글바글한 사람들 사이서 물건을 고르고 흥정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나 역시 급히 출발하느라 챙겨오지 못한 추리닝과 슬리퍼를 사고 먹을거릴 찾아보았다. 이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건 샤슬릭이란 러시아 음식이었다. 러시아식 돼지고기 양념꼬치 정도로 해석될 이 음식을 러시아 여행 내내 줄창 먹었지만 항상 맛있었다.

구 소련시절 만들어진 운동장 외곽에 컨테이너를 둘러쳐 만든 시장. 우리 눈엔 뭔가 조악해 보일지 모르지만, 극동의 중심지로 도약을 꿈꾸는 블라디보스토크의 활기참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이제 시작이다!

▲ 시베리아 횡단열차 기점 앞에서
ⓒ 강병구
이틀간의 블라디보스토크 여행의 대미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으로 장식했다. 꿈에만 그리던, 항상 상상만 했던 시베리아 횡단열차여행을 드디어 시작하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한 번은 꼭 해보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태어난 지 스물 여섯 해만에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모스크바를 기점으로 보면 블라디보스토크는 횡단열차의 종착점이다. 이곳에 기차역이 완공되었을 당시 니꼴라이 2세가 직접 방문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100여 년 전 절대군주가 1만여 km를 달려 올만큼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에겐 이곳이 감격의 시작점이다. 이제 9288km 달려 모스크바로 갈 것이고, 더 먼 유럽으로 갈 것이다. 그런 여행이 이제 시작이다!

[여행팁 3]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블라디보스토크의 교통편 : 배낭여행객이 공식적인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블라디보스톡크는 더욱 어렵다. 필자야 가이드를 해주신 이 사장님의 개인 차량으로 이동했지만 정말 배낭여행을 계획하고 블라디를 온다면 교통편이 생각 이상으로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가이드를 이용하라는 것.

블라디보스톡에서 조심할 점 : 생각 외로 많다. 블라디뿐만아니라 러시아 여행 중 숙지할 것은 인물 사진 함부로 찍지 말 것, 경찰 앞에서 당황하지 말 것, 시장에서 물건 받기 전에는 돈 먼저 주지 말 것 등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여전히 공산주의 시절의 습성이 남아서인지 외부인의 인물사진 촬영을 무척 경계한다. 큰 의미가 없다면 찍지 않는 것이 좋다. 전 회에도 설명했지만 당황하는 동양인 여행객은 러시아 경찰의 좋은 먹잇감이다. 당황하지 말고 요구하는 대로 제시하면 자기들도 알아서 피한다.

마지막으로 물건을 살 때, 물건보다 돈을 먼저 넘기지 말자.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분들은 알겠지만, 러시아는 물건을 사는 것에 있어 동남아와 다를바 없다. 물건보다 돈을 먼저 주면 분명히 후회한다.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다음 기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11월 10일에 이어지며, 저의 블로그(http://blog.naver.com/kbk8101)에 오시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여행클럽(http://cafe.daum.net/russiatravel)에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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