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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이나 할 수 있을까?

4월 21일 출발날짜를 정하기까지 나의 여행준비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막연한 여행계획을 구체화하기엔 나의 여행 지식이 너무 부족했고, 유럽은 고사하고 러시아에 대한 아무런 지식이 없던 나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를 상태였다. 그래서 유럽은 제쳐 두고 먼저 내 주변의 러시아를 알만 한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러시아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아온 나, 한데 찾아보니 의외로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있었다. 동생 친구인 김성수군은 3년간의 모스크바 유학 경험이 있었고, 평소 알고 지내던, <오마이뉴스>에 '중앙아시아 여행기'를 연재하시기도 했던, 김준희님은 알고 보니 그간 러시아를 2번이나 다녀오셨다고 했다.

또 해외 선교하러 다니던 친구 김미연양은 러시아는 아니지만 러시아어를 사용하며, 문화권이 동일한 우크라이나에 자주 다닌 탓에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일치된 반응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였다. 의욕은 높이 사지만, 러시아가 많은 여행 경험이 없이, 말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더구나 남자 혼자서 여행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반응들이었다. (동양인 남자 혼자 러시아를 여행하는 것이 얼마 어려운 일인지는 앞으로 여행기에 충분히 설명하겠다.)

더불어 출발을 준비하던 시기 너무나 절묘하게 터져 나온 러시아 스킨헤드의 유색인 연쇄살인 사건 뉴스들…. 이젠 부모님과 주변사람들 모두 말리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사지로 갈 듯한 반응들이었다. 그리고 나 또한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거 이러다 국제면 뉴스 한번 장식하는 것 아니야?

▲ 스킨헤드보다, 러시아 여행을 실제로 어렵게 했던 러시아 경찰.
ⓒ 강병구
어라, 준비가 별반 다를 게 없잖아!

참으로 당황했던 건, 정작 마음을 먹고 여행 갈 준비를 시작했더니 정말 별로 할 것이 없었다. 시중에 널려 있는 유럽 여행서들에 비해 그 종류가 너무 단출한 러시아 여행서부터, 4∼5월에 개인을 위한 러시아 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도 없고, 더구나 러시아 배낭여행을 위한 정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부족하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준비를 하겠는가. 그저 속초에서 출발하는 배편과 비자를, 여행사를 통해 해결하고 나니 내가 특별히 할 일이 없었다.

물론 러시아어를 공부한다든지, 지리와 역사 등을 공부해 여행의 밀도를 높이는 일이야 하면 좋은 일이지만, 그런 것은 다른 곳을 갈 때도 마찬가지로 준비하면 좋은 것일 뿐이다. 더구나 마음먹은 지 한 달 만에 급작스레 떠나는 여행인데, 그 사이 말을 배우면 얼마나 배우고, 역사를 공부하면 얼마나 할 것인가.

이런 마음을 먹고 나니 오히려 대범해졌다고 할까? 출발을 앞둔 한 2주 전쯤에는 왠지 마음이 안정되어 가고 있었다. 멀리 그리고 오래 여행을 간다니 술 한 번 사주겠다는 사람들이 권하는 알코올에 취해서인지는 몰라도 말이다.

▲ 러시아 이곳 저곳에서 본 키릴문자(러시아문자)들.
ⓒ 강병구
마지막까지 속을 썩이네

출발 2주 전 바우처가 나오면서부터 문제는 다시 시작됐다. 러시아라는 나라가 아직 여행자에게 그리 친절한 곳이 아니라서 그렇게 쉽게 여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입국비자 준비는 물론이요, 입국심사도 까다롭게 하고, 바우처를 받아 허락된 지역만 방문할 수 있단다. 더불어 현지에선 허락된 도시에서 또다시 체류를 허락을 받는 거주등록이란 것도 해야 하고, 아무튼 러시아는 출발 전부터 겁을 확실히 주고 있었다.

그런데 출발을 며칠 앞두고 다시 확인해보니 바우처에, 내가 방문할 도시 이름이 빠져있는 것이었다. 출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여행이 겁나기 시작하던 그 시점에, 그런 문제를 발견하니 얼마나 마음이 불안해지던지…. 간단한 문서 수정으로 끝났지만 왠지 슬슬 다시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우처 문제는 이걸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 영어로 된 바우처 때문에 이르쿠츠크 역에서 새벽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아니나 다를까 결국 20일 출발 예정이었던 블라디보스토크행 배가 기상사정으로 출항할 수 없다는 연락을 출발 전날 받게 되었다. 러시아 단수 관광비자는, 1달간만 러시아 체류가 허락되고 현지에서 비자를 다시 받는 것은 어려움으로,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그만큼 러시아에서의 여행이 곤란해진다. 더구나 항운사에서는 기상상황이 하루 이틀 사이에 좋아질 기미가 없다는 말을 덧붙였다.

급하게 여행사에 문의한 결과, 다음날(4월 21일)에 출발하는 비행기가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여행사로 갔다. 그리고 급히 비행기를 예매하고 일정을 변경했다. 3배쯤 더 비싼 운임을 내고 말이다. 시작부터 일정과 경비에 차질이 생기니,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더불어 러시아 상황은 점점 더 불안해 지는 듯하고….

이거 정말 출발이나 할 수 있는 거야? 나, 러시아 갈 수 있는 거야?

[여행팁 1] 러시아 여행 전 준비할 것들

▲ 러시아 비자와 바우처, 초청장
ⓒ강병구
러시아 여행서 : 시중에 러시아 여행서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서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두 권의 책은 매우 만족스러운 수준의 여행서다. '산호와진주'에서 나온 <러시아여행>과 '성하출판사'에서 나온 <알짜배기 세계여행 러시아>가 그것으로, 일반 여행자가 다 수용하지 못할 만큼의 정보가 넘친다. 개인적으론 성하출판사의 책이 배낭여행객에겐 더 맞는다고 생각한다. 다만 하루가 다르게 물가와 정세가 바뀌고 있는 요즘 러시아를 고려한다면 두 책 모두 빠른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두 책에 나온 가격은 믿지 말 것.

비자와 바우처 : 러시아는 아직 여행이 일반적인 곳이 아니다. 비자는 필수고 그 외에도 외국인이 갖추고, 조심할 사항들이 넘친다. 바우처는 현지 여행사에 초청장을 받아 방문을 허가받는 형식의 문서로 여행 중 반드시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들은 개인이 만들기는 무리고, 여행사 의뢰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마음 편한 일이다. 직접 대사관과 현지 여행사를 통해 준비하고 싶은 마음은 알지만, 러시아가 미국이나 일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그런 노력을 다른 여행 준비에 쏟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여행사에 의뢰할 때 가능하다면 '러시아어 바우처'를 요구하자.

여행사 : 비자와 바우처 등의 문제도 있고, 현지에 정통한 최신 소식을 알기에도, 러시아 여행에는 여행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러시아 여행을 주선하는 여러 여행사들이 있지만, 필자는 안국동에 있는 '세명투어'를 이용했다. 그리고 5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가 러시아 여행의 성수기이므로, 정보가 필요한 배낭여행객이라면 그전에 미리 방문하자. 여행사가 한창 바쁜 성수기에는 아무래도 배낭여행객에 대한 배려가 소홀해진다. 러시아 여행이 패키지 위주이므로 어쩔 수 없다.

여행 정보 사이트 : 정보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고 본문에서 투덜거렸지만, 인터넷에는 몇몇 러시아 여행 정보 사이트들이 있다. 이곳에는 여행 준비객만이 아니라, 현지 거주인, 유학생들이 그때그때 최신 정보를 올려줌으로 여행준비에 필요한 정보들을 얻기에 알맞다. 특히 횡단열차 정보 등은 다녀온 분들의 후기가 많은 도움이 되므로 적극적으로 방문하자. 필자가 많은 정보를 얻은 곳은 다음의 러시아여행클럽(http://cafe.daum.net/russiatravel)이다. / 강병구

덧붙이는 글 |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올리겠습니다. 여행기와 함께 제가 여행하며 알게된 정보들을 하단에 박스기사 형식으로 올립니다. 여행정보는 이 글을 읽고 여행준비하는 분에게 도움이 될 정도가 목표입니다. 저의 블로그(http://blog.naver.com/kbk8101)에 오시면 더 자세한 정보들을 올려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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